▲나폴레옹은 35세에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리들리 스콧 연출의 영화 <나폴레옹>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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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받지 못하거나 쓸쓸한 죽음 맞은 권력자들
세상 인간 대부분이 그렇다. 빛나는 시간은 짧고 후회와 회한의 세월은 길다. 전두환과 나폴레옹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7년을 대통령의 자리에 머물며 한국에선 자신의 위에 아무도 없는 '만인지상의 권력자'로 군림한 전두환. 그러나, 퇴임 이후 그의 삶은 웃을 일보다 슬퍼하거나 절망할 일이 훨씬 많았다.
국회 청문회에 불려 다니고, 깊은 산 속 절에 유폐되고, 소급입법(遡及立法)으로 재판 받아 감옥에 가고, 그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의 가족들에게 고소되고, 결국은 추모하는 사람 이상으로 반기는 사람 또한 적지 않은 죽음을 맞았다.
영국과 러시아, 오스트리아제국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18세기 프랑스의 전쟁 영웅이자, 자신의 머리에 스스로 왕관을 씌우고 지존(至尊)에 오른 나폴레옹.
그랬던 그가 몇몇 전쟁에서 참패하고 절해고도(絕海孤島)인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에서 위암으로 인해 사망한 건 51세 때다. 40대 중반에 유배자가 된 '전직 프랑스 황제'의 쓸쓸하고 외로운 최후였다.
전두환과 나폴레옹에 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저 세상사와 인간사가 그렇다. 다수가 맹렬하게 비판하는 인간도 소수의 측근들에겐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고, 100명 중 99명이 손가락질해도 1~2명은 동정하는 이가 있기 마련.
어쨌건 한국과 프랑스의 최고 권력자였던 둘의 삶과 죽음은 어떤 영화보다 영화적이고,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했다. 이건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일 터.
그래서였을 것이다. 전두환과 나폴레옹이 주연이나 조연으로 등장하는 드라마와 영화는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흔하다.
두 인물은 너무나 익숙한 영화의 소재라 제대로 잘 만들지 않으면 관객과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게 불을 보듯 뻔한 일. 게다가 같은 인물을 소재로 한 이전 다른 감독의 작품과 비교되며 난타 당할 수도 있다.
최근 '12·12 쿠데타'가 일어난 밤에 카메라를 밀착한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했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나폴레옹>은 다음 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2023년 초겨울. 한국 관객들은 두 영화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