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시즌 첫 맞대결에서 우리은행 우리원에게 버저비터를 맞으며 71-72로 역전패를 당했던 KB스타즈가 27일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50-45로 승리하면서 설욕에 성공했다. KB와 우리은행은 나란히 6승 1패로 공동선두를 달리며 시즌 초반부터 여자프로농구의 '양강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양 팀이 시즌 초반에 보여준 전력을 고려했을 때 큰 변수가 없는 한 양강체제는 시즌 끝까지 이어질 확률이 적지 않다.

공동선두 우리은행과 KB가 시즌 초반부터 3위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리며 앞서 나가고 있는 가운데 농구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3위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팀은 바로 삼성생명 블루밍스다. 지난 시즌 16승 14패로 정규리그 3위를 기록했던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에도 7경기에서 4승 3패의 성적으로 지난 시즌 챔프전 준우승팀 BNK 썸(2승4패)을 1.5경기 차로 앞선 단독 3위를 달리고 있다.

사실 삼성생명의 초반선전을 예상한 농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직 주력 선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오지 못한 가운데 추가 부상선수까지 발생하면서 전력에 누수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부상선수들이 빠져 나간 사이 '잇몸'들이 시즌 초반을 잘 버텨 왔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배혜윤, 윤예빈 등 부상선수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점점 '완전체'에 가까운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주전가드 3명이 부상으로 이탈했던 삼성생명
 
 삼성생명의 핵심가드였던 윤예빈은 지난 26일 신한은행전에서 611일 만에 코트에 복귀했다.

삼성생명의 핵심가드였던 윤예빈은 지난 26일 신한은행전에서 611일 만에 코트에 복귀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삼성생명은 작년 9월 주전가드 윤예빈이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다가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됐다. 윤예빈은 지난 2021-2022 시즌 28경기에 출전해 10.9득점 5리바운드 2.9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하며 삼성생명의 핵심가드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선수였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 윤예빈의 공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지난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에 입단한 키아나 스미스 덕분이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선수 스미스는 WNBA LA스팍스에 지명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인정 받은 선수였다. 스미스는 WKBL에 입성하자마자 17경기에서 13.2득점 3.7리바운드 4.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신인왕을 예약하는 듯 했고 삼성생명도 시즌 개막 후 16경기에서 11승5패를 기록하며 박지수가 없는 KB를 제치고 우리은행에 이어 2위를 질주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작년 12월 26일 우리은행과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스미스가 왼쪽 무릎 슬개건 파열, 이주연이 십자인대 파열부상을 당하는 대형악재를 맞았다. 윤예빈의 자리를 대신하던 주전가드 2명이 동시에 팀에서 이탈한 삼성생명은 주전 선수 3명이 빠진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고 후반기 13경기에서 5승 8패로 부진했다.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도 BNK를 만나 연패를 당하면서 챔프전 진출이 좌절됐다.

비록 정규리그 3위와 챔프전 진출 실패로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성과도 적지 않았던 시즌이었다. 무엇보다 윤예빈과 이주연,스미스의 부상공백 속에서 젊은 가드 신이슬과 조수아가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준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트레이드 후 두 번째 시즌을 맞은 강유림도 12.83득점 5.60리바운드 2.37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6.7%를 기록하며 삼성생명의 핵심슈터로 자리 잡았다.

다만 프로 입단 당시 여자농구의 미래를 이끌 대형 유망주로 주목 받았던 이해란의 더딘 성장은 다소 아쉬웠다. 루키 시즌 경기당 평균 16분 51초를 소화하며 5.8득점 3.1리바운드로 신인왕에 올랐던 이해란은 지난 시즌 출전 시간이 7분 이상 늘어났음에도 9.1득점 4.4리바운드로 눈에 보이는 성적향상을 보여주진 못했다(물론 이해란은 프로 3년 차가 된 이번 시즌 2년 차 시즌의 아쉬움을 털어버리는 맹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스미스만 돌아오면 '완전체' 전력 완성
 
 혼혈선수 키아나 스미스는 삼성생명의 완전체 전력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다.

혼혈선수 키아나 스미스는 삼성생명의 완전체 전력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주연이 순조롭다 못해 엄청나게 빠른 회복속도를 보이면서 시즌 개막과 함께 코트에 복귀했다. 하지만 스미스와 윤예빈은 아직 코트에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팀의 기둥이자 맏언니 배혜윤마저 무릎부상 때문에 시즌 개막부터 동료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 여전히 주전선수들이 대거 빠진 불완전한 전력으로 시즌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 최하위 하나원큐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1점 차로 접전을 벌였고 아직 시즌 첫 승이 없는 신한은행 에스버드와도 연장까지 가는 혈전 끝에 간신히 승리를 챙겼다. 반면에 박지수가 돌아온 KB스타즈에게는 44-63,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에게도 55-73으로 패하면서 힘들게 시즌을 시작했다. 신이슬과 이해란이 또 한 단계 성장한 기량을 보여줬지만 강유림의 슛이 흔들리면서 전력상승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3일 신한은행전에서 맏언니 배혜윤이 코트에 복귀하면서 삼성생명의 중심이 잡히기 시작했다. 배혜윤은 복귀 후 5경기에서 14.8득점 4.2리바운드 4.4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고 삼성생명도 최근 5경기에서 3승2패의 안정된 성적을 올리고 있다. 배혜윤은 아직 이전 시즌들처럼 눈에 보일 만큼 돋보이는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배혜윤의 존재가 삼성생명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배혜윤의 복귀로 탄력을 받은 삼성생명은 지난 26일 신한은행전에서 또 한 명의 지원군이 코트로 돌아왔다. 무려 611일 만에 복귀전을 치른 윤예빈이었다. 윤예빈은 이날 8분35초를 소화하는데 그쳤지만 기분 좋은 복귀 첫 3점슛을 터트리면서 홈팬들에게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리그 최상의 수비력을 가진 윤예빈이 본격적으로 코트를 누빌 수 있게 되면 임근배 감독은 훨씬 다양하게 가드진을 운영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이제 복귀가 임박한 스미스만 돌아오면 그 동안 부상으로 벤치만 지켰던 선수들이 모두 복귀하게 된다. 신이슬과 이주연, 윤예빈, 스미스로 이어지는 다양하다 못해 풍성한 가드진에 이번 시즌 팀의 에이스로 성장한 이해란, 여전히 건재한 배혜윤으로 이뤄진 삼성생명의 선수구성은 그 어느 팀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임근배 감독과 삼성생명 팬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완전체' 삼성생명의 탄생이 머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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