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고려거란전쟁>의 한 장면.
KBS
그런데 강조가 쿠데타를 결행하는 과정에 관한 <고려거란전쟁>의 스토리는 <고려사> 강조열전과 다소 다르다. 지난 18일 방송된 제3회 24분경에 강조(이원종 분)의 부관인 이현운(김재민 분)이 "간밤에는 궁궐에 큰불이 나더니 지금은 김치양의 군사들이 궁궐을 포위하고 있답니다"라며 "개경 곳곳에 황제께서 승하하셨다는 글귀가 나붙었다 하옵니다"라고 보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뒤, 김치양을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진격하던 강조가 "성상 폐하께서 아직 살아계시옵니다"라는 뜻밖의 보고를 받는 장면이 38분경에 나온다. 뒤이어, 강조가 한밤중에 군영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민하고, 이현운이 다가가 "뭘 그렇게 고민하십니까?"라며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라는 말로 쿠데타를 부추기는 장면이 나온다.
<고려사> 강조열전이 말하는 실제 상황은 드라마 장면과 다르다. 이에 따르면, 강조가 목종이 죽었다고 믿게 된 데는 두 개의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는, 왕명을 받고 출동한 강조에게 접근한 위종정과 최창의 허위 제보다. 조정에 불만을 품고 있던 두 관원은 '왕명을 보낸 사람은 주상이 아니라 태후와 김치양이며, 두 사람은 당신이 자기들을 따르지 않을까봐 왕명을 사칭해 당신을 불러들였으니 그들에게 속지 말고 신속히 원대 복귀하라'는 취지로 귀띔했다.
다만 두 관원은 목종이 죽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주상의 병이 위독하고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 말을 들은 강조의 머릿속에서 자체적으로 나온 결론이 '임금이 죽었구나'였다. 강조(康兆)열전은 "조(兆)는 돌연히 왕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조정이 이미 치양에 의해 잘못되었으리라고 생각했다"라고 서술한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이 강조의 속마음까지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 뒤 강조는 거란족 요나라에 끌려가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쿠데타 당시에 그가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를 당시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위종정과 최창의 허위 제보로 인한 강조의 '셀프 착각'은 그가 군대를 되돌리게 만들었다. 위에 언급된 두 요인 중 첫째는 그런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반해, 둘째 요인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강조가 본영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아버지가 아들을 걱정했다. 아버지는 노비의 머리카락을 깎고 묘향산 승려로 위장시킨 뒤 쪽지가 담긴 대나무 지팡이를 건넸다. 쪽지에는 '왕이 이미 죽었으니 군대를 동원해 상황을 수습하라'는 취지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승려로 가장한 노비는 강조의 본영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고, 강조를 보자마자 목숨이 다해 쓰러졌다. 그의 지팡이에서 쪽지를 발견한 강조는 부관인 이현운 등을 움직여 5천 군대를 동원했다.
그는 그렇게 진격하던 중에 왕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로 인해 한참 동안 풀이 죽어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는 부하들의 강권을 받고 쿠데타를 결행했다. 목종을 폐위시키겠다는 결의가 이 시점에 생겨났다고 강조열전은 말한다. 드라마가 실제보다 극적이라고 하지만, 강조가 쿠데타를 결심하는 과정은 실제가 드라마보다 훨씬 극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왕명을 받고 출동했지만 나중에는 쿠데타를 결의한 일로 인해 강조가 심적 압박을 느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이듬해에 요나라 성종이 강조의 임금 시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군대를 동원했을 때였다. 강조열전은 거란군에 체포되기 직전에 강조가 마치 목종의 환영을 본 듯이 투구를 벗고 엎드려 꿇은 뒤 죽을 죄를 졌노라며 머리를 조아렸다고 말한다.
고려 백성의 시각에서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