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암흑기 탈출을 위하여 다시 한번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이번 오프시즌 FA 최대어중 하나로 꼽힌 내야수 안치홍을 전격 영입하며 다가오는 2024시즌, 윈나우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11월 20일 한화는 FA 내야수 안치홍과 4+2년 총액 72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4년간 보장 47억 원, 옵션 8억원으로 총액 55억 원이 기본이고, 이어 향후 2년 계약에서는 4년 뒤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선택권이 부여되는 상호 계약 연장(뮤추얼) 옵션이 발동되는 조건이다. 계약 연장시에는 2년간 보장 13억 원과 옵션 4억 원 등 총액 17억 원의 계약이 추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치홍은 현역 KBO리그 최고의 내야수중 한명으로 꼽힌다. 서울고 졸업 후 2차 1라운드 1순위로 2009년 KIA 타이거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안치홍은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고졸 신인 최초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한국시리즈 우승 2회 (2009, 2017년 KIA),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3회 (2011, 2017, 2018)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강점으로는 단연 꾸준함이 첫 손에 꼽힌다. 한치홍의 KBO 통산 기록은 14시즌 1620경기에 출장하여 타율 .297(5677타수 1687안타), 140홈런 843타점 833득점 133 도루, OPS .800이다. 지난 2023시즌도 121경기에서 타율 .292 124안타 63타점, 출루율 .OPS .774로 준수했다.
 
안치홍은 3할대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각각 6시즌이나 기록한 우수한 중장거리형 타자다. 또한 경찰야구단 복무기간을 제외하면 매년 큰 부상이나 슬럼프 없이 평균 120경기 이상을 출전하고 성적에도 큰 기복이 없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선수다. 
 
안치홍은 지난 2020년 KIA를 떠나 롯데자이언츠와 4년 56억에 첫번째 FA 계약을 맺은 데 이어 4년만에 이번엔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정작 안치홍은 수도권인 경기도 출생이지만 프로경력은 영-호남에서 충청도까지 비수도권 지방팀을 두루 순례하는 모양새가 되었다는 것도 특이하다.

손혁 단장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꾸준함과 성실함을 모두 갖춘 선수였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서는 영입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안치홍의 영입 이유를 밝혔다. 안치홍은 구단을 통하여 "한화 이글스에 오게 되어 기쁘다. 구단이 좋은 제안을 해주시며 왜 내가 한화에 꼭 필요한 지를 강조해 주셨기에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라며 "한화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 팀이고 베테랑으로서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에 한화를 선택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화는 올해 9위를 기록하며 가을야구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4년 만의 탈꼴찌에 성공하며 희망을 남겼다. 노시환-문동주 등 투타의 새로운 주축들이 크게 성장한 가운데, 베테랑 안치홍의 영입으로 타선과 내야진의 강화에 성공하며 2024시즌에는 5강 도전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안치홍의 영입은 한화에게 지난해 채은성에 이어 2년연속으로 외부 FA 대어를 통한 전력보강이다. 한화는 수년간 리빌딩 과정을 밟으며 나름의 성과도 있었지만 타선의 파괴력과 리더십 부족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노시환과 채은성 두 선수가 53개의 홈런을 합작하며 고군분투했지만, 정작 외국인 타자들이 극심한 부진을 보이면서 올시즌 한화의 팀타격 지표 대부분은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채은성은 비록 개인성적 면에서는 '절반의 성공'에 가까웠지만 리더십 면에서 젊은 후배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더 많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화가 이번 FA시장에서 다시 한번 외부 영입과 베테랑의 가치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다만 한화의 이번 안치홍 영입은 '포지션 중복'과 세대교체 역행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지난해의 채은성과는 차이가 있다. 사실 한화에 좀더 필요했던 것은 내야보다는 오히려 외야수였다. 

한화는 4번타자겸 3루수 노시환이라는 스타를 발굴했지만, 외야수는 몇 년에 걸친 리빌딩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더뎠다. 지난 시즌 외국인 타자들의 연이은 실패, FA 외야수로 영입한 채은성의 1루수 전업으로 가용 자원이 한정적이었다. 다음 시즌에도 한화 외야진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 요나단 페라자를 중심으로 이진영-최인호 정도가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쓸만한 외야자원들은 소속구단이 대부분 장기계약으로 묶어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기약없이 길어지는 리빌딩과 성적 부진에 지친 팬들의 불만은 빅네임급 외부 FA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라도 전력을 보강하라는 압박감으로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화의 내야수 안치홍 영입은 오버페이와 포지션 논란을 어느 정도 감수한 '차선책'에 더 가까웠다.
 
안치홍의 주 포지션은 2루수다. 이 자리에는 이미 정은원과 문현빈이라는 2000년대생 영건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한 젊은 선수들이 아니라, 노시환과 함께 한화가 지난 몇 년간의 리빌딩 과정에서 가장 공들여 키워왔던 코어 유망주들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정은원은 지난 2023 시즌 커리어 최악의 부진을 보이며 후반기에는 주전 자리까지 내줘야했고, 군복무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도 고민이다. 한화에서는 다음 시즌 정은원의 외야수 전환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문현빈은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수비에서는 아직 전문 2루수라기보다는 내외야를 오가는 유틸리티 자원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한화가 고심 끝에 내야진에 확실한 안정감을 입혀줄 카드로 안치홍을 선택했다.
 
지난 2023시즌 안치홍은 내야 여러 포지션을 오가면서 총 4개의 실책만을 저질렀다. 이중 2루수로서는 가장 많은 700이닝 가까이를 소화하면서도 실책이 2개밖에 없을만큼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실책 숫자가 적었던 것과는 별개로, 순발력이 다소 떨어지고 수비범위가 서서히 좁아지고 있다는 조짐은, 한화 팬들이 30대 중반에 접어든 안치홍과의 장기계약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우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SK에서 전성기를 보냈으나 FA로 한화에 온 이후 서서히 노쇠화로 주전 자리를 내주고 1루와 중견수를 넘나들어야했던 정근우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화가 다음 시즌 안치홍을 주전 2루수로 활용하려면, 그만큼 팀의 코어 유망주들이 출전시간을 희생해야 한다. 당장 즉시전력감으로서의 기량이야 당연히 안치홍이 우위에 있지만, 한화가 육성을 포기하고 윈나우에 올인해야 할 정도의 전력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안치홍은 1루수와 지명타자로도 활용할 수 있기에 이론적으로 한화에서 정은원-문현빈과의 공존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은원-문현빈을 외야로 돌리는 방법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그동안의 경험치를 고려할 때 이제는 유망주들도 다양한 경험보다는 확실한 포지션 정착이 필요한 시기다.

좋게보면 내야진의 선택지가 그만큼 두터워졌다는 것이지만, 포지션의 교통정리가 원활하지 않으면 자칫 그동안 공들인 리빌딩과 세대교체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한화의 안치홍 영입이 다음 시즌 과연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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