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선택은 이숭용 신임 감독이었다. SSG 구단은 17일 이숭용 전 kt 육성총괄을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등 총액 9억 원의 조건으로 구단의 2대 감독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숭용 신임 감독은 1971년생으로 중앙고-경희대를 졸업 하고 199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태평양 돌핀스의 2차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했다. 이후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넥센 히어로즈를 끝으로 2011년 은퇴하기까지 비록 구단명과 모기업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이숭용은 한번도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않은 '원클럽맨'으로서 구단 변천사의 산 증인으로 남았다.

프로 통산 성적은 2001경기 1727안타 162홈런 857타점 783득점이었다. 주 포지션은 1루수와 외야수로 MVP나 개인 타이틀을 차지할 정도의 슈퍼스타급 선수는 아니었지만, 매년 기복없이 꾸준한 성적을 찍어주는 주전으로 매우 오랜 시간을 활약한 선수였다.
 
특히 이숭용의 커리어 전성기는 마침 '현대 왕조' 시절로 구단이 거둔 4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모두 함께했다. 또한 현대 시절부터 선수 말년인 히어로즈까지는 주장으로 뛰어난 리더십을 보이며 이숭용의 이름과 캡틴을 합친 '숭캡'이라는 유명한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방송사 야구해설위원을 거쳐 10구단 kt 위즈의 타격코치와 단장, 육성총괄을 역임하며 지도자와 프런트를 넘나드는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다.
 
이숭용 신임 감독은 이전까지 SSG와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지만, 연고지인 인천야구 역사를 상징하는 '삼청태현(삼미-청보-태평양-현대)의 마지막 황태자'로 불린 선수였다는 인연이 있다. 이숭용이 프로에 처음 데뷔했을 때 소속팀 태평양과 그 뒤를 이은 현대는 인천을 연고지로 한 팀이었으나 1999년을 끝으로 현대는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겼고, 그 빈 자리를 메운 것이 현재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였다. 이숭용 감독으로서는 약 24년 만에 자신의 프로 경력이 처음 시작된 고향이나 다름없는 인천으로 금의환향한 모양새다.
 
SSG로서는 지난 10월 31일 김원형 전 감독을 전격 경질한지 18일 만에 새로운 감독을 찾게 됐다. SSG의 초대 사령탑이었던 김 전 감독은 2022년 구단의 창단 첫 통합우승과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고 올시즌도 팀을 정규리그 3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으나 계약기간을 2년이나 남겨놓은 상황에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야구계에서도 우승 감독을 최고 대우로 재계약한지 불과 1년 만에 내친 SSG 구단의 결정이 전해지자 충격에 빠졌다.
 
SSG 구단 측은 단지 성적 때문에 김원형 감독을 교체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연히 팬들과 야구계의 관심은 누가 SSG의 새로운 사령탑이 될 것인가에 모아졌다.
 
지도자 경력이 없는 박찬호, 추신수 등 메이저리그 출신 슈퍼스타들의 파격 발탁설이 제기되기도 했고,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같은 베테랑 지도자의 이름도 거론됐다. 최근에는 이호준 LG 타격코치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오르며 발표만 앞두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였다.
 
그런데 SSG의 최종선택은 놀랍게도 이숭용 감독이었다. 경력과 지명도, 업적 등을 고려할 때 '파격'은 아니지만, 그동안 전혀 유력하게 거론된 인물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깜짝' 발탁은 맞다.
 
SSG는 이숭용 감독을 포함한 최종 후보 4인을 선정하여 심층 면접을 거쳐 감독을 선임했다. 여기서 구단은 소통형 리더십과 팀 리모델링을 적극 실행할 수 있는 지도자를 뽑는다는 방침하에 각 후보들의 분야별 필수 역량 및 덕목을 다각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SSG가 왜 유력한 후보들을 제치고 이숭용 감독을 최종선택한 이유는 곧 그가 걸어온 길에서 유추해볼수 있다. 이숭용 감독은 야구인 출신이면서 현장과 프런트를 모두 경험해봤고 다른 분야에서 모두 일정한 성과를 올린 인물이다. 야구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숭용 감독을 '언젠가는 충분히 감독이 될만한 인재'라고 평가해왔다.
 
이 감독은 kt 시절 타격코치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단장으로서는 2021년 통합우승을 이끌어내며 신생구단이던 kt가 약체에서 신흥강호로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과정을 모두 함께한 주역이다. 또한 SSG 감독으로 선임되기 전 kt에서 마지막으로 맡은 보직은 육성총괄로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발굴에도 주력했다.
 
SSG는 부임 초기 공격적인 투자로 '윈나우' 정책을 펼치며 2022년 우승이라는 성과를 일궈냈지만, 올 시즌에는 가을야구 진출에도 불구하고 뒷심부족으로 정규리그 후반부와 플레이오프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많은 주축 선수들이 어느덧 30대 중후반에 접어들었고 이로 인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숭용 감독의 선임은 SSG 구단이 다음 시즌부터 '리빌딩과 육성'을 통한 체질개선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SSG는 "이숭용 신임 감독이 수년간의 코치, 프론트 경험을 바탕으로 육성 시스템 및 KBO 야구 트렌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유, 시즌 운영 통찰력을 겸비해 단기간 내 구단의 지향점에 도달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선임 이유를 밝혔다. SSG는 이미 이달 2일에는 1군 감독 선임에 앞서 손시헌 전 NC 다이노스 코치를 퓨처스(2군)팀 감독으로 선임한 바 있다.
 
다만 리빌딩이나 육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단순히 성적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광현-최정같은 정상급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SSG는 여전히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팀이 아니다. 김원형 전 감독의 전례에서 보듯이 언제든 구단의 입장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토사구팽당할수도 있다는 전례를 남긴 것도 불안감을 자아낸다. 이숭용 감독으로서는 자칫 구단의 요구와 팬들의 엇갈린 기대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될수 있다는 부담감을 감수해야한다.  

이숭용 신임 감독은 구단을 통해 "SSG랜더스의 감독으로 선임되어 영광스럽고 기회를 주신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성적과 육성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만큼 책임감을 갖고 주위 코칭스태프, 선수, 프런트와 함께 매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의 기조를 다지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SSG의 코칭스태프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이로서 다음 시즌 프로야구를 이끌어갈 10개구단의 사령탑이 모두 윤곽을 드러냈다. 2024시즌 감독이 바뀐 구단은 김태형 감독을 영입한 롯데와 이숭용 감독을 영입한 SSG 두 팀이다.
 
올해 통합 우승을 차지한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을 비롯하여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 이승엽 두산 감독,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은 부임 2년차를 맞이한다. 지난 10월 kt와 3년 재계약을 맺은 이강철 감독은 다음 시즌 6년차를 맞이하여 현역중에서는 한 팀에서 가장 오랫동안 재임한 감독이 됐다.
 
반면 올해 꼴찌를 기록한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과,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계약 마지막해를 앞둔 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은 다소 불안한 입지에 2024년을 맞이하게 됐다. 다음 시즌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초보 감독'으로 SSG를 이끌게된 이숭용 신임감독이 구단이 원하는 성적과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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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숭용 SSG랜더스 프로야구 김원형감독 리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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