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운동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 싱가포르와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운동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 싱가포르와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11회 연속 본선 진출을 향한 대장정에 돌입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4위의 한국은 C조에서 싱가포르(155위), 중국(79위), 태국(112위)과 한 조에 속했다. 상위 2개 팀이 3차 예선에 진출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세 팀 보다 크게 앞선 한국은 무난하게 조 1위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것이 예상된다.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2026년 월드컵은 본선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 티켓도 4.5장에서 8.5장으로 크게 늘어났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월드컵 단골손님인 대한민국으로서는 월드컵으로 가는 길이 좀더 수월해진 셈이다.

싱가포르는 피파랭킹에서 보듯 C조에서 가장 약체팀으로 꼽힌다.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21승 3무 2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한다. 그나마 2패는 1970년대 이전으로 벌써 반 세기도 지난 기록이다.

한국은 1968년 싱가포르에 3-4로 패한 것을 마지막으로 최근 55년간 14번의 A매치에서 13승 1무 무패행진에, 51득점 1실점의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해왔다. 가장 최근 맞대결은 33년 전인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당시는 A대표팀 출전) 조별리그로 한국이 7-0의 완승을 거뒀다.

지난 2월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의 후임으로 대한민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8경기에서 3승 3무 2패를 기록 중이다. 초반 5경기 연속 무승(3무 2패)의 부진을 보이며 우려를 자아냈던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9월 사우디전(1-0) 첫 승을 기점으로 10월 튀니지(4-0)와 베트남(6-0)을 연이어 대파하며 A매치 3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전은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 친선전이 아닌 첫 공식 대회경기다. 2023년 홈에서 치르는 마지막 A매치이기도 하다. 대표팀으로서는 북중미월드컵을 향한 첫 스타트를 순조롭게 끊는 것과 동시에 홈팬들 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대표팀은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이강인, 조규성 등 역대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두터운 유럽파 선수층을 갖추고 있다. 이들중 다수가 유럽에서 주전으로 맹활약하며 한국축구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싱가포르-중국과의 2연전에서 유럽파를 포함한 최정예 멤버들을 구성했다.
 
양팀의 전력차, 상대전적, 최근의 분위기, 홈어드밴티지 등 여러모로 한국의 일방적인 낙승이 예상되는 경기이기는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 예로 클린스만 감독은 라이언 시티와 바이에른 뮌헨을 꼽았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축구 클럽인 라이언시티는 리그 자체는 아시아 무대에서 변방으로 취급되지만 라이언시티는 최근 펼쳐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강호 전북 현대를 격침시키는 이변을 연출했다. 라이언시티에는 싱가포르 국가대표 선수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클린스만 감독은 이들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의 모국인 독일의 절대강자로 꼽히는 바이에른 뮌헨도 3부리그팀에게 덜미를 잡혀 컵대회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축구에 항상 절대적이라는 것은 없다는 증거다.
 
클린스만 감독은 "우리보다 수준이 낮은 팀을 상대할수록 초반부터 경기의 리듬과 템포를 우리 쪽으로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 상대가 내려선다고 기다리면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하며 역시 '공격 축구'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승리는 기본이지만 추가적으로 더 필요한 것은 가급적 다득점을 통한 '대승'이다. 한국은 앞으로 아시아 예선과 다가오는 아시안컵에서 수비적으로 나서는 팀들을 잇달아 상대해야한다. 클린스만호로서는 싱가포르전을 통해 골감각을 끌어올리고 밀집수비 공략법을 제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주전 선수들의 휴식과 부상관리라는 문제와도 관련되어있다. 손흥민-김민재-이강인 등 핵심 유럽파 선수들은 소속팀에서도 이미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데다 대표팀 합류를 위하여 A매치 때마다 장거리 이동을 감수하는 강행군을 이어가며 유럽 현지에서도 '혹사'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성향을 고려할 때 약체팀과의 경기라고 해서 주전들에게 로테이션을 단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한국은 싱가포르전이 끝나면 19일 중국으로 이동해 오는 21일 중국 대표팀과 원정으로 2차전을 치러야 한다. 현재로서 그나마 주전들을 쉬게해줄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이른 시간에 다득점을 올려서 승부를 빨리 결정짓고 선수들이 완급을 조절하거나 일찍 교체하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 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A매치 3연승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와 K리그 홀대, 불성실 논란 등으로 여론의 반응이 좋지 않다. 최근 홈에서 치른 A매치에서 대표팀의 대승에도 불구하고 클린스만 감독은 홈팬들에게 야유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스만 감독은 "나는 클럽 감독이 아니라 대표팀의 감독이다. 해외에서 빠르게 트렌드를 익히고 유럽 각 구단 감독들과 네트워킹을 이루는 게 대표팀 감독의 중요한 업무다. 앞으로 지금의 내 업무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비판 여론을 불식시키는 길은 성과로서 자신의 방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밖에 없다. 이번 싱가포르-중국과의 2연전을 시작으로 내년 1월에는 아시안컵 본선도 다가온다. 확실한 결과와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이 뒷받침 되어야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신뢰도 회복될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클린스만호 싱가포르축구 축구대표팀 월드컵예선일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