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KBS 2TV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 KBS


3년여 만에 돌아온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아래 <개콘>)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지난 2020년 6월, 21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막을 내렸던 <개콘>은 지난 12일 방송으로 그간의 공백을 깨고 시청자들을 다시 찾아왔다.

지상파 및 케이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모두 사라진 지금 <개콘>의 귀환은 코미디에 갈증을 느끼는 이들에겐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미 3년 전 종영 무렵의 지지부진함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걱정과 우려 섞인 전망도 나왔다. 

​그리고 첫 방영분이 공개된 직후, 다양한 의견들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4.7%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은 최근 지상파 TV의 약세를 감안하면 선전한 편에 속한다. 다만 결과물의 완성도에 대한 쓴소리도 적지 않다. 과연 돌아온 <개콘>은 현재의 반응에 어떻게 대처할까?

전통적 공개 코미디 + 숏폼 코너의 결합​
 
 KBS 2TV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KBS 2TV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 KBS


새롭게 돌아온 <개콘>의 방영 회차는 1회가 아니라 1051회로 기록됐다. 즉, 새로운 시즌의 개막이 아니라 예전 <개콘>의 명맥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각자의 개인기를 바탕에 두고 웃음을 마련하던 '봉숭아 학당'을 제일 먼저 배치하면서, 예전 공개 코미디 방식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SNS의 대세로 자리 잡은 '숏폼' 영상 세태를 패러디하는 등 가능한 젊은 세대의 흥미, 취향을 맞춰보려는 노력도 일정 부분 감지되었다. '조선 내시기'처럼 짧은 분량이지만 야외 촬영 영상물도 중간에 섞으면서 프로그램의 호흡을 조절하는 역할의 짧은 코너들도 마련했다.

​전통적인 공개 코미디를 선호하는 계층과 유튜브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시청자 등 고른 연령대를 겨냥한 코너에선 정태호, 김원효 등 선배들과 김지영, 조수연 등 유튜버 활동을 병행 중인 후배들이 각자의 개성을 담은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들의 개그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말 그대로 제각각이었다.
 
기대는 컸지만... 엇갈린 첫 반응
 
 KBS 2TV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KBS 2TV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 KBS


네이버TV, 유튜브 등 댓글 기능을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 상에선 "웃기다" 혹은 "노잼이다" 식의 극과 극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후자의 목소리가 좀 더 강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긍정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시청자들은 전통적인 개그 코드의 부활에 환영을 표한다. 이에 반해 요즘 짧은 분량의 순발력이 강조된 유튜브 혹은 SNS식 개그에 친숙해진 이들에겐 예전 개그의 답습이라는 상반된 견해가 피력되는 것이다.

한편으론 자학 개그 혹은 외모 비하 식의 개그 소재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이 더 강하게 감지되었다. 여러 언론 매체로 부터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니퉁의 인간극장'의 경우 시어머니(김영희 분)의 막말성 대사 혹은 인종 차별적인 소재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대한결혼만세', '데프콘 어때요' 등의 코너 또한 외모, 약자 비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몇몇 출연자들의 연기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코너 내용과 별개로 정태호, 송준근, 김지영 등이 구사한 다채로운 캐릭터 연기에는 칭찬이 이어진 데 반해 유튜브 중심으로 활동하는 신예들의 경우, 짧은 호흡의 SNS 콘텐츠에 익숙한 탓인지는 몰라도 다수의 방청객 앞에선 상대적으로 어색한 표현력이 두드러지는 등 아쉬움을 자아냈다.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예전 방식 웃음 만들기​
 
 KBS 2TV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KBS 2TV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 KBS


첫 술에 배부를 리 있겠느냐만 부활한 <개콘>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면 공개 코미디라는 틀 외에는 과거 익숙했던 습관을 빨리 털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취향을 녹여내려는 노력이 분명 존재했고 이를 적절히 구현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종영 직전 <개콘>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체감하기에 부족함이 느껴졌다.

​시청자들이 개그 혹은 예능을 바라보는 시선과 웃음코드는 시시각각 달라졌다. 그럼에도 몇몇 코너에선 여전히 2000년대 중후반 무대를 장식했던 반복적인 단어 활용 혹은 무리수 개그로 통하는 신체 노출 등이 강조됐다. 그 결과 돌아온 <개콘>은 여전히 산발적인 웃음 유발에 머물 뿐, 지속적인 웃음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상파 특히 공영방송이라는 틀을 감안하더라도 <개콘>의 잃어버린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지금 이상의 고민과 아이디어 마련이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선배들은 관습적인 행태의 개그에서 벗어나야 하고 유튜브 중심 후배들은 탄탄한 연기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개그콘서트 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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