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4세 아들(금쪽이)과 6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 부모와 할머니가 10일 방송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를 찾았다. 영상 속의 금쪽이는 떼를 쓰며 말대답을 했고, 화가 나면 있는 힘껏 때리고 덤벼들었다. 잡히는 대로 물건을 투척하기도 했다. 특히 할머니에게 버릇없이 굴었다. 엄마는 너무 '오냐오냐' 키운 탓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꺼내 놓았다. 과연 그런 걸까.
금쪽이네는 2층집 구조로 1층에는 시부모님이, 2층에는 금쪽이네가 거주하고 있었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엄마는 아침에 아이들을 1층으로 데려갔고, 할머니와 자연스럽게 육아 배턴 터치를 했다. 아빠는 이미 새벽부터 출근하고 난 후였다. 마음이 급한 건지 엄마는 아이들을 빨리 할머니에게 '넘기려는' 것 같이 행동했다. 아침 육아에 미묘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할머니의 육아가 시작됐다. 이렇듯 할머니는 바쁜 부모를 대신해 육아를 전담하고 있었다. 금쪽이의 주양육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사람도 힘든 육아를 종일 하는 할머니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느라 허리, 갑상선 등 건강은 악화됐다. 쉬는 날도 없이 아픈 와중에도 365일 육아를 계속하는 상황이라 안타까웠다.
그렇다면 조부모 육아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오은영 박사는 ①비교적 적은 실수 ②편안하고 일관된 태도 ③허용적인 육아를 꼽았다. 경험으로 체득한 다양한 기준을 갖고 있기에 편안하고 안정적인 육아가 가능하다. 또, 60세 이상의 어른들은 세상을 관조적으로 느긋하게 바라보게 되므로 아이들을 편안하게 수용하게 된다. 이는 아이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부모가 주도적인 육아를 하지 않는 상황
문제는 부모와 조부모 간의 훈육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상 속에서 금쪽이의 식습관을 놓고 훈육 갈등이 불거졌다. 밥투정을 하는 금쪽이는 엄마의 말을 듣고 밥을 먹은 후 사탕을 집어 들었는데, 이를 모르는 할머니는 밥을 먹으라고 야단을 쳤다. 헷갈린 금쪽이가 밥을 입에 욱여넣었고, 그 때문에 토를 하고 말았다. 어른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한편, '토스 육아'의 양상도 눈에 띄었다. 퇴근 후 엄마는 지쳐 있어 보였고, 장난감으로 놀아달라는 금쪽이에게 빨리 정리하라고 소리쳤다. 잠시 후, 아빠가 퇴근했지만 피곤하긴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육아를 떠넘기기 바빴다. 그러다 할머니가 한마디 지적하자, 금쪽이가 살짝 고함을 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엄마는 야단을 치기 위해 금쪽이를 방으로 데려가 체벌까지 했다.
"엄마와 아빠는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을 안 하시는 거 같아요. 할머니 뒤에 다소 숨는 느낌이 들어요." (오은영)
오은영의 지적은 부모가 육아를 싫어한다는 게 아니라 부모가 주도적인 육아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즉, 할머니의 육아보다 우선순위가 낮았다. 달리 말하면 '사공이 많은 육아'였는데, 아이에게 세 명이 다른 말을 한마디씩 하는 상황이었다. 오은영은 일관되지 않은 양육과 훈육의 결과는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는 원칙을 내재화하지 못하고 불안하게 된다.
아빠의 육아는 어떨까. 금쪽이와 숫자놀이를 하는 아빠는 진심보다는 의무감에 시간 때우기로 일관하는 듯했다. 그러다 할머니가 끼어들어서 못하겠다며 핑계를 대고 놀이를 빠르게 마무리했다. 엄마와 키즈 카페에 간 금쪽이는 갑자기 무섭다는 말만 반복했다. 엄마와 떨어지는 게 불안한 듯했다. 조금만 떨어져도 졸졸 뒤따라왔고, 한 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엄마가 보이지 않자 울먹이며 찾아 나섰다. 금쪽이는 엄마가 자신을 미워해서 두고 갔다고 여겼다. 금쪽이는 왜 불안해할까. 오은영은 만 4세인 금쪽이가 아직 어리다고 설명하며, 발달상 문제는 없으나 스스로 해내야 할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혼자 하는 게 자신 없다는 걸 무섭다고 표현하는 듯했다. 또, 엄마와 함께 놀고 싶었던 것이라 덧붙였다.
엄마가 육아를 회피하게 되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