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분루를 삼키며 돌아온 우리 여자축구대표팀이 올림픽 본선에 첫발을 내딛기 위해 놀라운 골 결정력을 자랑했다.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첫 상대가 약체 태국이었지만 근래에 보기 드문 10골 잔치를 펼친 것이다. 내용면에서 더 뜻깊은 일은 한국 여자축구 차세대 에이스로 불리는 두 선수 '케이시 유진 페어, 천가람'이 나란히 해트트릭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6일(목) 오후 4시 30분 중국의 샤면 이그렛 스타디움에서 시작한 2024 파리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2차예선 B조 첫 게임에서 태국을 10-1로 크게 물리치고 첫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16살 119일 '케이시 유진 페어'의 A매치 데뷔골+해트트릭 작품
 
 26일 중국 푸젠성의 샤먼 이그렛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B조 1차전 대한민국 대 태국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경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6일 중국 푸젠성의 샤먼 이그렛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B조 1차전 대한민국 대 태국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경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

 
세 개조 1위 세 팀과 2위 팀들 중 성적이 가장 좋은 한 팀이 최종 예선에 올라 2장의 본선 티켓을 걸고 뛰어야 하는 험난한 일정이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은 많은 골을 넣고 이기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게임 시작 후 33분에 차세대 에이스 케이시 유진 페어의 깔끔한 A매치 데뷔골부터 남달랐다. 지소연의 정확한 스루패스를 받은 케이시 유진 페어가 태국 수비수를 등지고 돌아서며 왼발 터닝슛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한국 여자축구 A매치 최연소 득점 기록을 갖고 있는 지소연(2006년, 15살 282일)의 어시스트를 받아 케이시 유진 페어가 역대 두 번째 최연소 득점 기록(2023년, 16살 119일)을 이은 것이라 더 뜻깊었다.

케이시 유진 페어는 내친김에 해트트릭이라는 놀라운 기록까지 만들어냈다. 56분에 태국 골키퍼 티파니 소른파오가 페널티 에어리어 반원으로 공을 어설프게 몰고 나오는 것을 빠르게 따라붙어서 가로챈 다음 빈 골문에 왼발 추가골을 넣었고, 66분에 후반전 교체 선수 이금민의 스루패스를 받아 침착한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당찬 해트트릭을 완성한 것이다.

새내기의 해트트릭에 자극을 받은 천가람도 놀라운 집중력을 자랑하며 더블 해트트릭 작품을 보여주었다. 36분에 전은하의 슬라이딩 패스를 받아 아름다운 오른발 감아차기로 자신의 첫 번째 골을 넣은 천가람은 49분에 강채림이 오른쪽 끝줄 앞에서 밀어준 얼리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바로 앞에서 전은하가 의도적으로 흘려준 타이밍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천가람의 해트트릭은 75분에 10-0 점수판으로 멋지게 완성됐다. 추효주가 왼쪽 측면에서 감각적으로 띄워준 크로스를 받아 정확한 헤더 골을 꽂아넣은 것이다. 아무리 상대 팀이 아시아권 약체라고 하지만 우리 여자축구 차세대 에이스 두 선수가 보여준 더블 해트트릭 내용들은 첫 번째 올림픽 본선 진출 역사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순간들이라 말할 수 있다.

84분에는 케이시 유진 페어보다 66일 더 어린 멀티 플레이어 권다은(울산현대고)이 바꿔 들어와 설레는 A매치 첫 게임을 뛰기도 했으며, 후반전 추가 시간에 태국의 린야팟 문동이 1골을 따라붙어 최종 점수판은 10-1로 나왔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오는 일요일(10월 29일) 오후 4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강팀 북한을 만나야 하는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어이없는 퇴장 판정으로 당한 1-4 패배의 아픔을 씻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2차예선 결과
(10월 26일 오후 4시 30분, 샤면 이그렛 스타디움-중국)

한국 10-1 태국 [득점 : 케이시 유진 페어(33분,도움-지소연), 천가람(36분,도움-전은하), 강채림(39분), 천가람(49분,도움-강채림), 강채림(54분,도움-장슬기), 케이시 유진 페어(56분), 케이시 유진 페어(66분,도움-이금민), 이금민(68분,도움-장슬기), 문미라(72분), 천가람(75분,도움-추효주) / 린야팟 문동(90+4분,도움-소티 사왓)]

한국 선수들(4-1-4-1 포메이션)
FW : 케이시 유진 페어(84분↔권다은)
AMF : 천가람(76분↔김세연), 전은하(62분↔이금민), 지소연, 강채림(62분↔문미라)
DMF : 장슬기
DF : 추효주, 심서연, 김혜리, 이은영(62분↔이영주)
GK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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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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