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SBS 컵대회' 초대 우승팀은 FC 발라드림이었다. 25일 방송된 결승전에서 발라드림은 구척장신과 연장 접전을 치른 끝에 서기의 골든골에 힘입어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발라드림은 올해 처음 신설된 SBS 컵대회 트로피를 차지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이번 결승전은 극과 극 성향의 두 팀이 우승컵을 놓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장신(구척장신)과 단신(발라드림)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극명하게 대비되는 성격을 지닌 팀들이 결승전에서 만난 것이다. <골때녀> 원년팀으로 벌써 3년째 맹활약 중인 구척장신은 오랜 기간 1부 격인 슈퍼리그에서 활약한 데 반해 발라드림은 챌린지리그에서 슈퍼리그 승격, 다시 챌린지리그 강등, 방출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어온 바 있다.  

공교롭게도 구척장신과 발라드림은 창단 이래 단 한 번도 맞대결을 치른 적이 없었다. 슈퍼리그와 챌린지리그로 나눠졌고, 발라드림의 슈퍼리그 진출 땐 조편성이 달랐기에 이번 결승전이 첫 만남이면서 가장 중요한 일전이 되었다. 과거 1990년대 국가대표팀과 일본 J리그(빗살 고베) 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하석주-최성용 두 감독의 지략 대결 또한 관심을 모았다. 

당분간 이별... 발라드림의 마지막 경기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발라드림으로선 이번 결승전이 무척 중요한 시합이었다.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컵대회를 끝으로 지난 챌린지리그 최하위(방출)가 되면서 다음 시즌 리그전에는 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지만 대회 진행을 위해 마련한 규정인 만큼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경기 시작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팀의 간판 공격수 경서는 "저희 발라드림이 많은 고난을 겪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드디어 한 팀이 되었다. 사랑하는 선수들, 감독-코치님과 함께 우승컵을 들고 웃으면서 마무리하고 싶은 바람"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경기 운영에 있어 하드웨어의 상대적 열세를 극복할 방안을 묻는 제작진의 질문에 최성용 감독은 그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우리 팀은 작지만 좀더 영리하다. 이론적 부분에선 우리 선수들이 더 좋지 않을까. 경기를 하면서 더 성장하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최감독의 이같은 장담은 경기 결과로 증명되었다.

종료 3초 전 극적인 동점골, 연장 골든골... 감격의 우승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두 팀은 한치의 양보 없는 접전을 펼친 끝에 득점 없이 전반을 마쳤다. 후반전 들어 선제골을 넣은 팀은 구척장신이었다. 끊임없이 전방 압박을 가하던 구척장신은 상대 수비의 패스 실수를 틈타 공을 가로챈 후 주장 이현이가 강하게 오른발 슛으로 발라드림의 골망을 가르는데 성공했다. 반면 발라드림은 주 공격수 경서와 서기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지만 번번이 공은 골대를 맞고 튀어 나오는 등 득점 운이 좀처럼 따르지 않았다.

그런데 종료 3초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발라드림은 기어코 연장 승부로 나아갔다. 구척장신의 코너킥 때 골키퍼까지 전방에 투입되면서 후방이 비자, 발라드림은 그 틈을 노려 기습 공격에 나섰고 해결사 경서가 1대 1 동점을 만들었다. 구척장신으로선 다 잡았던 우승 트로피를 한순간에 놓치고 만 셈이다.

곧이어 진행된 연장전에서 승부를 끝낸 건 서기였다. 끊임없이 상대 골문을 노렸던 발라드림은 거친 몸싸움 끝에 공을 빼낸 서기가 재빠른 동작으로 왼발 슛을 성공시켰고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골든골을 만들어 냈다. 지난 챌린지리그에서 최하위에 그쳐 다음 시즌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된 발라드림은 역대 <골때녀> 결승전 사상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우승컵을 차지하는 주인공으로 우뚝 올라서게 되었다.

최하위 방출팀이 쓴 기적 같은 이야기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경서, 서기라는 환상의 콤비를 보유하고도 슈퍼리그 강등에 이어 챌린지리그 방출까지 급락을 거듭했던 발라드림으로선 이번 대회 출전이 올해 함께 공을 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3~4개월 가량 진행되는 리그전 일정을 감안하면 장기간 <골때녀> 경기장에서 뛸 수 없는 처지가 된 발라드림은 "패하면 탈락"이 결정되는 토너먼트 방식 특성상 모든 경기를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고 시합에 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된 절박함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빼어난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 팀이 어떻게 방출된거지?"라는 놀라움을 안겨줬고 그 결과 아나콘다(1차전), 탑걸(6강전), 액셔니스타(4강전)를 차례로 물리쳤다. 강팀 구척장신 마저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하부리그 팀들이 종종 1부리그 강팀을 이기는 이변을 연출하는 FA컵 대회 특성을 고스란히 수용한 SBS컵대회 역시 마찬가지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다.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전술 운영을 선보인 최성용 감독의 지도력 또한 우승의 원동력이 되었다. 역대 <골때녀> 감독 중 유일하게 무패 행진을 이어간 최감독은 지난해 탑걸의 슈퍼리그 진출을 이끌어낸 데 이어 컵대회 우승을 통해 최고의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아쉽지만 발라드림은 우승을 차지하고도 한동안 우리 곁을 잠시 떠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규정은 규정이기에 시청자들은 당분간 이 팀과 작별을 고하게 되었다. "너무 좋은 언니들을 만난 게 정말 행운이었다"라는 결승골의 주인공 서기는 "소속팀이 방출팀이 아닌, 우승팀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 한마디는 한동안 이 프로그램에서 만나지 못하는 발라드림의 현재 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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