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스틸러스가 다이아몬드를 둘로 잘라낸 셈이다. 디펜딩 챔피언과의 어웨이 게임을 이긴 것만으로도 놀라운 결과다. 일본 축구를 상징하는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야유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포항 스틸러스의 조직력이 압도한 게임이었다. 홈 팀 우라와 레즈가 포항 스틸러스 골문을 향해 유효슛을 하나도 날리지 못했다는 내용도 놀랍다. 그만큼 포항 스틸러스의 축구가 효율적이고 날카로웠던 것이다.

김기동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한국)가 24일(화) 오후 7시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벌어진 2023-24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J조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일본)와의 어웨이 게임을 2-0으로 이겨 3연승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정재희의 놀라운 점프 발리골

조 1위 결정전이나 다름없는 중요한 게임이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시작됐다.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은 13년 전 한국 국가대표팀 주장 박지성이 잊을 수 없는 산책 세리머니를 보여준 바로 그곳에서 또 한 번 찬물을 시원하게 끼얹은 것이다. 1만3970명 우라와 레즈 팬들은 포항 스틸러스의 효율적이면서도 날카로운 게임 운영에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게임 시작 후 22분만에 포항 스틸러스의 멋진 첫 골이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주장 김승대가 오른발로 올려준 크로스를 정재희가 달려들며 기막힌 오른발 점프 발리슛으로 넣은 것이다. 성실한 원 톱 공격수 제카가 우라와 레즈 수비수들을 끌고 시선을 유도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후반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터진 두 번째 골도 제카를 활용한 비슷한 패턴이어서 놀라웠다. 첫 골을 넣고 6분만에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입는 바람에 실려나간 정재희 대신 들어온 김인성이 오랜만에 스피드 레이서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한 멋진 추가골(49분)이었다. 김인성이 오른쪽 측면으로 빠른 역습 드리블을 통해 우라와 레즈 수비수들을 크게 흔들어놓은 다음, 낮게 깔리는 컷 백 크로스로 반대쪽을 노렸다. 이번에도 제카가 의도적으로 흘려준 공을 반대쪽에서 달려온 고영준이 왼발 인사이드 킥을 시원하게 차 넣었다.

정신없이 두 골을 먼저 내준 우라와 레즈는 크게 당황했고 후반전 시작하면서 들어온 베테랑 멀티 플레이어들(사카이 히로키, 나카지마 쇼야)이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이 한 수 위 조직력을 자랑하며 상대를 완벽하게 압도했다. 한찬희가 중심을 잡은 중원 탈압박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적어도 두 명 이상의 동료들이 오프 더 볼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전개했기 때문에 우라와 레즈 필드 플레이어들이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압박해도 포항 스틸러스가 원하는 역습 플레이를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포항 스틸러스가 공간 점유까지 효율적으로 해냈기 때문에 우라와 레즈가 수비 지역에서 걷어낸 세컨드 볼 소유권도 비교적 쉽게 포항 스틸러스가 가져갈 수 있었다. 공 점유율(우라와 레즈 57.7%, 포항 스틸러스 42.3%)과 패스 성공률(우라와 레즈 84.2%, 포항 스틸러스 75.4%)에서 홈 팀이 앞섰지만 실제 게임 내용은 누가 봐도 포항 스틸러스가 한 수 위였다. 포항 스틸러스는 16개의 슛 중에서 7개의 유효슛 기록을 찍었지만 홈 팀 우라와 레즈는 9개의 슛 기록 중 유효슛이 하나도 없었다.

포항 스틸러스의 후반전 추가골 이후에도 제카의 결정적인 헤더 슛(52분), 김인성의 멋진 오른발 발리슛(53분)이 연거푸 이어지면서 우라와 레즈 골문을 지키는 베테랑 골키퍼 니시카와 슈사쿠가 곤욕을 치러야 했을 정도다.

일본 축구의 자존심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완승을 거둔 포항 스틸러스는 J조 3연승(9점, 9득점 3실점)을 내달리며 1승 1무 1패 2위 우라와 레즈(4점, 8득점 4실점)와의 격차를 크게 만들어놓고 기분좋게 귀국하게 됐다.

포항 스틸러스는 다음 달 8일(수) 오후 7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우라와 레즈를 상대로 1위 굳히기를 설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2023-24 AFC 챔피언스리그 J조 결과
(10월 24일 오후 7시,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 0-2 포항 스틸러스 [득점 : 정재희(22분,도움-김승대), 고영준(49분,도움-김인성)]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4-2-3-1 포메이션)
FW : 제카(80분↔이호재)
AMF : 김승대, 고영준, 정재희(29분↔김인성)
DMF : 한찬희, 김종우(80분↔김준호)
DF : 박승욱, 박찬용, 하창래, 신광훈
GK : 황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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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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