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이강인 '방긋'17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경기. 후반전 정우영이 팀 여섯번째 골을 넣은 뒤 이강인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의 주장 완장이 가벼워 보인 게임이었다. 상대가 아시아권 약체 팀이기도 했지만 이번에도 이강인(파리 생 제르맹)은 한국 축구의 차세대 에이스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완벽한 왼발 코너킥으로 첫 골을 어시스트한 것, 후반전에 팀의 다섯 번째 골을 터뜨린 것은 기본이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마다 이강인의 번뜩이는 드리블과 기막힌 스루패스가 여러 차례 빛난 것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17일(화)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남자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베트남을 6-0으로 크게 이기고 다음 달 시작하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준비를 기분 좋게 끝냈다.
1골 1도움 그 이상, '이강인' 활약상
부상을 떨치고 주장으로 복귀한 손흥민이 풀 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준 덕분이기도 했지만 이강인의 존재감은 게임 내내 중요한 순간마다 빛났다. 게임 시작 후 4분 47초 만에 나온 첫 골을 오른쪽 코너킥으로 어시스트한 것부터 특별했다. 가까운 쪽 포스트 방향으로 움직이는 센터백 김민재의 머리를 향해 정확한 왼발 코너킥을 이강인이 올렸고 이 공을 받은 김민재는 왼쪽 어깨 부위로 골을 넣은 것이다.
지난주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 2호골을 연거푸 성공시킨 이강인이 우리 대표팀의 에이스 자리를 굳히는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임이었다. 경험 많은 이재성이 가운데는 물론 측면에서도 이강인의 움직임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더 돋보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15분에 이어졌다.
베트남 미드필더는 물론 수비수들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짧고 정확한 패스 플레이가 이어지며 이강인의 왼발 인사이드 슛이 베트남 골문 왼쪽 기둥 하단을 때린 것이다. 비록 골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오른쪽 측면 설영우와 2:1로 주고받은 마무리 장면에 이르기까지 이강인은 분명히 우리 팀의 에이스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17분에도 이강인은 주장 손흥민을 빛나게 하는 기막힌 스루패스로 추가골을 노리게 했다. 베트남 골키퍼 당 반 럼의 슈퍼 세이브에 손흥민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이 막히기는 했지만 상대 수비수들의 오프 사이드 라인을 깨는 이강인의 패스 타이밍은 완벽 그 자체였다.
이강인의 스루패스 타이밍만큼이나 완벽한 이재성의 원 터치 스루패스로 황희찬의 왼발 추가골(25분 54초)이 나왔고, 33분에는 또 한 번 이강인이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듯 멋진 노 룩 패스로 조규성의 오른발 대각선 유효슛을 이끌어냈다. 곧바로 1분 뒤에 얻은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도 이강인의 왼발 감아차기는 골문 오른쪽으로 날아들었고 튀니지와의 게임에 이어 연속 프리킥 골이 들어가는 줄 알았지만 그의 왼발을 떠난 공은 휘어날아가 오른쪽 기둥을 살짝 벗어나고 말았다.
후반전에는 이강인의 역습 드리블 파워가 여러 차례 돋보였다. 49분 이강인이 후방에서 역습 드리블 기회를 잡아 공을 몰다가 손흥민과 2:1 패스를 주고받는 타이밍도 훌륭했고 황희찬의 왼발 대각선 슛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이번에도 베트남의 당 반 럼 골키퍼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막아냈다.
50분 8초에 조규성을 겨냥한 손흥민의 낮고 빠른 크로스로 보 밍 쫑의 자책골을 이끌어냈고 59분 2초에 팀의 네 번째 골이 터졌다. 이번에도 이강인의 왼발에서 패스 줄기가 시작됐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정확한 패스를 보냈고 황희찬과 짧은 2:1 패스로 손흥민이 오른쪽 발끝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61분에 베트남 수비수 부이 호앙 비엣 안이 퇴장 당한 뒤 이어진 다섯 번째 골(69분 8초)은 이강인이 직접 넣었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든 이강인은 앞을 가로막는 교체 선수 기압 투안 뚜엉을 따돌린 뒤 급하게 슛을 날리기보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짧은 드리블로 각도를 확보하여 왼발 슛을 구석으로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그의 왼발슛은 상대 골키퍼 입장에서 방향을 예측해도 막기 어렵다는 것을 알려준 셈이다.
85분 38초에 들어간 여섯 번째 골도 이강인의 보디 페인팅과 패스 능력이 돋보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민첩하게 흔드는 동작으로 상대 수비수 셋을 한꺼번에 지워버렸다. 이 덕분에 교체 선수 황의조가 날카로운 오른발 터닝슛을 날릴 수 있었고 골키퍼 당 반 럼의 세이브에도 불구하고 아시안게임 동반 금메달 리스트 정우영의 왼발 밀어넣기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 대표팀은 다음 달 16일 싱가포르를 홈으로 불러 북중미 월드컵(2026년)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시작하는데 이강인이 실질적인 에이스로 자리를 잡게 된 덕분에 손흥민, 황희찬, 조규성 등 공격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남자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10월 17일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
★ 한국 6-0 베트남 [득점 : 김민재(4분 47초,도움-이강인), 황희찬(25분 54초,도움-이재성), 보 민 쫑(50분 8초,자책골), 손흥민(59분 2초,도움-황희찬), 이강인(69분 8초,도움-손흥민), 정우영(85분 38초)]
◇ 한국 선수들(4-1-3-2 포메이션)
FW : 조규성(65분↔황의조), 손흥민
AMF : 황희찬, 이강인, 이재성(65분↔정우영)
DMF : 박용우
DF : 이기제(46분↔김진수), 정승현(46분↔김영권), 김민재(76분↔김주성), 설영우(46분↔김태환)
GK : 조현우☞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