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13년째 소통 부재로 애를 먹던 침묵의 부부,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서로를 향한 말못한 진심과 감동적인 반전이 있었다. 10월 16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우리 결혼식 할 거야 말 거야, 우결 부부'편이 그려졌다.
 
결혼 13년 차 박재성-김정화 부부는 특이하게도 택시기사와 승객으로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다. 부부는 아내 측의 적극적인 대시로 연인이 됐다. 부부는 남편 측이 재혼이었던 데다 경제적인 사정 등이 겹쳐 당시에는 생략했던 결혼식을 13년 만에 뒤늦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내는 행복한 결혼식을 앞두고 출연을 신청한 이유에 대하여 "저를 챙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남편은 그런 면이 없다. 나는 가족들을 위하여 헌신하는데 정작 나는 누가 챙겨주나"라는 고민을 털어놨다. 남편도 어렵게 출연을 수락한 것에 대해 "아내가 너무 절박해해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나오게 됐다"고 털어놨다.
 
화장실에서 밥 먹는 남편... 오은영 "청소년기 모습과 비슷"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부부는 네 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이 중 두 아이가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아내는 지적장애가 있는 셋째만 따로 먼 거리에 있는 특수학교 유치원에 보내느라 일반 부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수고를 감수해야했다.
 
그런데 부부는 집안에 둘만 남겨진 상황에서도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 아내를 보고도 먼저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고 믹스커피를 타서는 굳이 화장실에 들어가 마셨다. 남편은 "원래 서로 말이 없는 성격"이라고 해명했지만, 아내는 "내가 말을 안 꺼내면 하루종일 말이 없다. 사소한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아내가 먼저 "배 안 고파?"라고 말을 걸었지만 남편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내가 밥을 차려주지 않으면 남편은 멀뚱멀뚱 앉아서 그저 굶기도 한다고. 아내가 "한번쯤은 먼저 식사를 차려줄 수도 있지 않냐?"고 질문했으나 남편은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다.
 
아내는 "남편은 말을 걸어도 대답을 안 한다. 그러니까 더 폭발하는 거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반면 남편은 "일상적인 질문에는 바로바로 대답한다. 그런데 아내가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물어보면 쉽게 대답이 안 나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내는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란 게 도대체 뭔가?"라며 어이없어했다. 결국 남편은 아내가 차려준 밥으로 함께 식사를 했지만 여전히 일상적인 대화는 한 마디도 없었다.
 
부부는 결혼식을 주제로 어렵게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알고보니 부부는 결혼식 문제로 매년 한 번씩은 꼭 싸웠다는 사연을 털어놨다. 아내는 "저도 아내이고 엄마이기 전에 여자"라는 심경을 고백하며 "남편은 결혼식을 해봤지 않나. 저도 웨딩드레스 입고 결혼식도 하고 평범한 여자로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남편은 그런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기 낳고 사는데 굳이 왜 해야 해?' '돈을 그런 데 왜 써야 해'같은 무심한 말들로 큰 상처를 줬다고.
 
아내는 결혼식에 무관심하고 소극적인 남편에 대한 서운함을 털어놨다. 아내는 "나를 생각했다면 오빠가 나서서 결혼식을 진행했어야 하지 않나? 오빠는 내가 좋아서 나랑 결혼식을 하는 게 이니라, 예의상 형식상 그냥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의 이야기에 또다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화장실로 자리를 피해버렸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남편의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더 많은 수입을 위하여 심야택시를 운행하는 남편은, 늦은 새벽에 귀가한 후 거실과 다른 방을 놔두고 굳이 화장실에서 혼자 식사를 했다. 오은영과 패널들은 남편의 이상 행동에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은 "처음엔 부스럭거리면 아내가 깰까봐 배려하려는 의도"였다면서도 "지금은 식사와 흡연 등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데 동선을 줄일 수 있고 자신이 편해서 익숙해진 습관이 됐다"라고 인정했다. 남편의 화장실 식사를 두 눈으로 확인한 아내는 "마음이 아프고 화도 난다"며 씁쓸해했다.
 
오은영은 남편의 행동이 마치 청소년기 아이들이 본인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 화장실로 도피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남편도 인정하면서 "화장실은 하루를 정리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는 나만의 멀티공간"이라고 고백했다.
 
남편이 지나치게 말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부의 입장이 엇갈렸다. 남편은 아내의 말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한편으로 말을 꺼냈다가 도리어 혼날까봐 두려운 면이 있다고 고백하며 자신도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한편으로 어떤 대답을 해야할까 한참 생각하다가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고.
 
오은영은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반응"이라며 남편의 진짜 문제점은 상대의 이야기에 일절 반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편은 "아내는 대화가 아니라 정답을 정해놓고 질문을 한다고 생각해서 압박을 받는다"라고 주장하며 아내 탓으로 돌렸다, 이에 아내는 "정답을 원한 게 아니라 대화를 원했는데 '아내를 무엇을 원할까' 생각했다라고 하는 게 황당하다"면서 남편의 변명에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편은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무서움이 있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오은영은 남편이 긴장하면 말을 더듬는 성향이 있고 발음도 어눌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와의 대화가 즐거운 경험이라기보다는 긴장되고 부담스러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오은영은 부부의 소통 문제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녀의 언어발달 지연은 부모를 닮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말수가 적고 생각을 유창하게 풀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아내도 어린 시절에 언어 습득이 늦었던 전력이 있었다.
 
오은영은 부부의 네 자녀 중 두 명이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하여 "아이들이 유전적-환경적 요인으로 언어발달에 어려움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위하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부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소통방식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남편의 속마음 "이혼하게 될까봐 두렵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부부는 웨딩 촬영을 위하여 스튜디오를 찾았다. 하지만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내와 달리, 남편은 시종일관 반응이 무덤덤했고 마지못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남편은 "솔직히 끌려와서 하는 거다. 자발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빚을 내서까지 하는 거면 안 하고 싶지 않냐"며 속내를 털어놨다. 남편의 무심함에 아내는 또 한 번 상처를 받아야 했다.

소통 부재로 인한 부부의 갈등은 위험천만한 장면까지 연출했다. 부부는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우고 운전을 하다가 아이가 카시트를 풀고 움직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남편은 이를 보고도 말없이 운전만 했고, 화가 난 아내는 도로 한복판에 내려서 아이의 카시트를 다시 채웠다. 아이들은 엄마의 싸늘한 표정과 반응에 당황하며 무서워했다. 오은영과 패널들은 아무리 화가 났어도 아내의 행동이 위험천만했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오은영은 남편이 둔감하고 매사를 무심하게 넘기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남편은 영상으로 분명한 증거가 남은 상황에 대해서도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 "기억이 안 난다", "나도 내가 왜 저랬는지 모르겠다"는 변명으로만 일관하여 답답함을 자아냈다.
 
오은영은 아내에게 "이 결혼식이 무슨 의미인지?"라고 질문했다. 아내는 "나도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답하며 눈물을 보였다. 오은영은 "아내에게 결혼식이란 부부의 정당성을 선포하고 가족에게 인정받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에 대하여 느끼는 의미와 중요도가 남편과 전혀 다르다는 게 부부의 비극이었다.
 
알고보니 아내는 남편의 건강검진을 위하여 몰래 적금까지 들어놓고 있었다. 아내는 사랑하는 남편의 건강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아내의 깊은 마음을 알게 된 남편은 눈물을 쏟아냈다.
 
또한 아내에게는 아픈 개인사가 있었다. 아내는 이혼가정에서 자라며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가출하여 전 남편을 만나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다. 하지만 남편은 바람이 나서 아내를 버렸다. 아내가 전 남편 사이에서 얻은 큰 딸은 친부의 아동학대로 인하여 영양실조로 안타깝게 먼저 세상을 떠났다. 연이은 비극을 겪으며 아내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게 잘못이구나"라고 자책했다고 고백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VCR에서 귀가한 부부는 좀 전의 카시트 해프닝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아내는 심각한 상황을 보고도 말을 하지 않는 남편에 대하여, 그동안 쌓여왔던 서운함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번에도 남편은 아내의 추궁이 시작되자 말문을 닫아걸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남편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내와의 대화가 두려운 진짜 이유에 대하여 "아내와 대화의 기승전결이 결국 '이혼'이 될까봐 두렵다. 이혼은 절대 못 한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결국 아내는 답답함에 눈물을 쏟아냈고 급기야 고성을 지르며 울분을 털어놨다. 격해진 아내 앞에서 남편은 고개까지 돌리고 답을 외면했다. 부부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아이들은 방안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렇게 부부의 대화는 감정만 상한 채 소득없이 종료됐다.
 
남편은 심리검사에서 위험회피 성향이 높으며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고립되고 겁 많은 유형으로 나타났다. 남편은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1번"이라면서도 "마음을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에 오은영은 "표현은 하다보면 조금씩 익숙해진다. 대화는 기술이 아니라 진심을 전달하는 게 정답"이라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부부를 위한 힐링리포트로 "남편은 화장실, 아내는 결혼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남편은 화장실과 이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내에게는 "남편은 '개방형 질문'이 많지 않는 유형이다. 남편에게는 상대방의 의도를 먼저 표현해주고 '예쁘다는 말이 듣고 싶다'는 식으로 '폐쇄형 질문'이 더 어울린다. 남편이 말문이 막히는 경험이 줄어들면 아내와의 대화도 더 편안해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아내를 위한 서프라이즈로, 남편은 13년 만의 특별한 프러포즈를 선사했다. 남편은 용기를 내어 미리 준비한 자필 편지를 낭독하며 아내에 대한 사랑을 처음으로 털어놨다. 이어서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선물하는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남편의 선물에 놀라면서도 감동한 아내는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아내는 "꿈꿨던 프러포즈를 받게 해줘서, 큰 용기 내줘서 고맙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당신을 버리지 않아. 당신 옆에 꼭 있을 거다. 천천히 이야기하고 기다려줄게"라고 애틋한 진심을 전하며 화답했다. 지켜보던 오은영과 패널들도 덩달아 모두 감동의 눈물을 쏟아냈다.
 
비로소 한결 홀가분해진 표정의 남편은 "인생의 한 발짝을 내딛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처음 알았다. 별거 아닌데 힘들게 했고 오래 기다리게 했다.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당신 위해서 열심히 살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 편의 영화같은 훈훈하고 감동적인 반전 엔딩에 모두 박수를 보내며 부부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결혼지옥 부부상담 오은영 우결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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