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맨' 뤽 베송 기자간담회 뤽 베송 감독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열린 영화 '도그맨'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도그맨' 뤽 베송 기자간담회 뤽 베송 감독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열린 영화 '도그맨'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학교에선 제가 늘 낙제였는데, 처음으로 제가 학식 넘치는 선생님이 된 기분이군요. 학생 같은 여러분들의 모습, 축하드립니다."
 
프랑스 거장 뤽 베송은 한껏 유쾌한 농담을 던졌다. 지난 6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야외 극장에서 첫 번째 상영을 마친 뒤 7일 오후 영화진흥위원회 내에서 국내외 취재진과 만난 자리였다. 
 
야외 객석을 채운 1000여 명의 관객이 영화가 끝나고 20여 분간 자리를 뜨지 못했다. 프랑스 영화계 거장 뤽 베송의 신작 <도그맨> 상영 직후였다.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제를 즐기고 있다"며 뤽 베송 감독은 한껏 고무돼 있어 보였다.
 
작품에 담긴 철학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도그맨>은 그의 초기작들을 연상시킨다. 유년 시절 사랑받지 못하고 성인이 된 한 남성이 수십 마리의 개를 이끌며 살다 범죄자가 되고, 악인과 선인의 갈림길에서 결국 정의를 구현하는 일종의 안티 히어로가 된다는 이야기다. 다분히 액션과 SF 요소가 짙게 담겨 있다.
 
뤽 베송 감독은 기사에 실린 사연에서 이번 영화를 착안했다고 밝혔다. "고통스러운 유년기를 보낸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상상하다가 지금의 이야기를 구성하게 됐다"던 그는 "구조 자체는 심플하다. 사람들은 괴물을 두려워하는데 자세히 보면 나쁘지 않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괴물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괴물을 중심으로 그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악함을 강조하는 구성인 것이다.
 
특히 다양한 종의 개를 대거 출연시킨 것에 감독은 개인 경험을 언급했다. "4살 때부터 개를 키웠기에 나름 특별한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그는 "극중 80여 마리 개들이 주인공의 책 낭독을 가만히 듣고 있는 장면을 위해 촬영 직전 세 시간을 함께 열심히 놀게 했다. 그리고 간식을 두 배로 줬다"고 귀띔했다.
 
감독 초기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동시에 케일럽 랜드리 존스라는 새로운 얼굴의 발굴은 이 영화의 미덕이다. 뤽 베송 감독은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연기한 더글라스 캐릭터는 지난 20년간 창조해온 캐릭터의 요약, 에센스라 말씀드릴 수 있다"며 "개미처럼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면서 천재 기질이 있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꾸준히 액션 혹은 액션 SF 등을 기반으로 특정 장르를 변주해오고 있는 그다. 해당 장르 천착 이유로 그는 <제5원소> 일화를 언급했다.
 
"그 영화를 만들 당시 영화 속 캐릭터들이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지 등에만 400페이지 분량의 글을 쓴 적 있다. 영화 찍는 것보다 훨씬 더 재밌는 작업이었다. 창조자로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게 SF의 큰 매력이다. 제가 <제5원소>를 만들 때만 해도 <스타워즈> 같은 진중한 분위기의 SF가 주류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전 가벼우면서도 다채로운 SF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절 이끄는 두 개의 문구가 있다. 하나는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 그리고 고통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기에 인간을 연결하는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가 영화로 질문하는 건 그런 고통을 통해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다. 지금 영화가 주인공이 겪는 유년기 고통도 다루고 있는데 제가 아는 철학자가 아이는 인간의 아버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른은 아이들 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프랑스 거장인 만큼 현장에선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묻는 말이 이어졌다. "젊은 감독들이 속속 등장하는 한국영화계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미래를 위해 아주 좋은 상황"이라던 뤽 베송 감독은 "의심 여지없이 전 세계 통틀어 가장 살아있는 영화계라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등장한다. 액션, 호러, 심리 영화 등까지 말이다. 세계 영화계 중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전까진 프랑스 영화가 이런 역할을 했다면 이젠 한국영화가 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는 그렇게 질문을 많이 던지지 않는다. 그냥 두려움 없이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이런 방식이 어쩌면 한국적인 게 아닐까 싶다.
 
이런 영화제 같은 곳에서 여러 아티스트를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사실 모든 영화인들은 저마다 특별한 존재다. 자기 영역에서 독보적이고, 서로 영역에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한다. 부산에서 그런 한국영화인들을 많이 만났다. 젊은 영화인들이 제 영화를 얘기해주니 놀라면서도 기뻤다. 이후 일정도 부쩍 기대된다."
부산국제영화제 뤽 베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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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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