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30일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튼 원더러스 대 맨체스터 시티 경기에서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황희찬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2023년 9월 30일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튼 원더러스 대 맨체스터 시티 경기에서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황희찬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 REUTERS/연합뉴스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을 누비고 있는 두 코리안리거, '국산황소' 황희찬과 '캡틴' 손흥민이 추석 연휴에 연이어 짜릿한 골 소식과 승전보를 동시에 전하며 한국팬들을 열광시켰다.
 
황희찬의 울버햄튼 원더러스는 9월 30(한국시간) 홈구장인 영국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에서 강호 맨체스터 시티를 2-1로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디펜딩챔피언 맨시티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첫 패배를 기록했다. 6승 1패 승점 18를 기록한 맨시티는 선두 자리는 지켰다. 울버햄튼은 2승 1무 4패 승점 7을 기록하며 13위로 올라섰다.
 
황희찬은 이날 결승골을 터뜨렸다. 1-1로 맞선 후반 21분 페널티 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 크로스를 이어 받은 황희찬의 첫 번째 슈팅이 상대 수비수에 맞고 나왔으나 마테우스 쿠냐가 다시 잡아 패스했다. 두 번째 기회를 얻은 황희찬은 이번엔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맨시티의 골망을 갈랐다.
 
황희찬의 맨시티전 득점은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의 발언에 화답하는 한 방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울버햄튼 공격진을 평가하며 "페드루 네투와 마테우스 쿠냐, 그리고 '그 코리안 가이(Korean Guy)'가 뛰어난 선수"라고 언급하여 화제가 됐다. 물론 발언 자체는 칭찬의 의미였지만, 문제는 다른 선수들은 이름을 정확히 언급하면서 황희찬만 '그 한국 선수'라고 한 것을 두고 현지에서도 다소 무례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본의아니게 '칭찬같은 굴욕', '굴욕같은 칭찬'을 당한 황희찬은 맨시티전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며 '그 스페인 감독'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한 각인시켰다. 또한 울버햄튼 공식 SNS 계정에서는 맨시티를 상대로 황희찬이 골을 넣자 황희찬의 영어 이름인 'HWANG' 대신 'The Korean Guy'라는 문구를 써넣으며 센스있게 패러디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로서 황희찬은 벌써 시즌 5호골(리그 4골·리그컵 1골)을 달성했다. 지난 2021년 EPL에 진출했던 황희찬은 7라운드 만에 지난 2022-23시즌 기록한 4골을 뛰어넘었고, 자신의 EPL 한 시즌 최다골인 2021~2022시즌의 5골과 벌써 타이기록을 이뤘다. 현재 페이스라면 시즌 두 자릿수 득점도 유력하다. 울버햄튼의 팀 성적은 저조하지만 황희찬은 커리어하이 기록을 향하여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종전 황희찬의 커리어하이 시즌은 오스트리아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뛰었던 2019-20시즌 기록한 16골(리그 11골)이었다. 황희찬은 독일과 영국에서 여러 구단을 거쳤지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시즌은 이때가 유일하다. 유럽 5대 빅리그이자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EPL에서 두 자릿수 득점의 의미는 오스트리아 리그와 비교할 수 없다.
 
한국인 선수가 EPL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넘긴 선수는 손흥민(7시즌 연속)이 유일하며, 그 다음으로는 미드필더였던 기성용이 8골을 기록한 게 최고 기록이었다. EPL 1세대인 박지성과 설기현도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는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고, 이동국-박주영-지동원 등 한국의 국가대표급 공격수들도 아예 주전경쟁에서 밀려나 별 족적을 남기지 못한 사례가 다수다. EPL 3년 차에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황희찬의 도전이 대단한 이유다.
 
새 역사 만들고 있는 황희찬과 손흥민
 
 2023년 9월 30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토트넘 홋스퍼 대 리버풀의 경기에서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경기 후 기뻐하고 있는 모습.

2023년 9월 30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토트넘 홋스퍼 대 리버풀의 경기에서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경기 후 기뻐하고 있는 모습. ⓒ REUTERS/연합뉴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은 '유럽 통산 200골'이라는 또 하나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손흥민은 10월 1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리버풀과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36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은 2대 1로 승리하며 개막 7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손흥민의 위업은 아시아 선수에게서 다시 나오기 힘든 대기록이다. 손흥민은 2009년 11월 독일 함부르크와 계약하며 유럽 무대로 향했고, 이듬해인 2010년 6월 1군에 합류했다. 유럽 데뷔 첫 골은 10월 30일 쾰른전에서 기록했다. 손흥민은 2010-11시즌 3골. 2011-2012시즌 5골에 이어 2012-2013시즌 12골을 기록하며 생애 첫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2013년 레버쿠젠으로 둥지를 옮긴 손흥민은 2013-2014시즌 12골, 2014-2015시즌 17골을 넣으면서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쳤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EPL 첫 시즌 8골(리그 4골)에 그치며 주춤했지만, 적응을 마친 2년 차 시즌부터 토트넘과 EPL을 상징하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2016-2017시즌 21골(리그 14골)을 터뜨리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손흥민은, 2017-2018시즌 18골(리그 12골), 2018-2019시즌 20골(리그 12골), 2019-2020시즌 18골(리그 11골), 2020-2021시즌 22골(리그 17골)로 매시즌 꾸준한 득점력을 과시했다. 특히 지난 2021-2022시즌에는 리그에서만 23골(총 24골)을 터뜨리며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프리미어리그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한국인이자 아시아선수로서 득점왕에 오른 것은 손흥민이 역대 최초였다.
 
2022-2023시즌에는 안와골절, 스포츠 탈장 등 여러 부상과 슬럼프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그럼에도 14골(리그 10골)을 넣으며 분전했다. 그리고 맞이한 2023-2024시즌, 파트너 해리 케인의 이적에 이어 토트넘의 주장으로 선임된 손흥민은 보란 듯이 부활에 성공했다. 번리와 4라운드 해트트릭으로 골 퍼레이드를 시작한 손흥민은. 아스널과 6라운드 '북런던 더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이어 리버풀과 7라운드에서도 골을 넣으면서 기어코 유럽 무대 통산 200골을 채웠다.
 
구단별로는 함부르크에서 20골, 레버쿠젠에서 29골, 그리고 토트넘에서 151골이다. 프리미어리그 통산 득점이 109골로 '맨유의 전설' 라이언 긱스와 동률을 이뤘다. 프리미어리그 통산 득점은 공동 27위까지 올라섰다.
 
또한 손흥민은 현재 리그 6골로 단독 2위에 올라 선두 엘링 홀란(맨시티, 8골)을 단 2골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2021-22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득점왕 경쟁을 노리는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무엇보다 케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며 확실한 1인자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황희찬도 4골로 부카요 사카(아스널), 알렉산드르 이삭(뉴캐슬) 등과 함께 득점 공동 4위에 올랐다. EPL에 단 두 명뿐인 한국인 공격수가 벌써 10골을 합작하며 나란히 득점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한국과 아시아 축구팬들에게 큰 자부심을 주고 있다. 나란히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손황 듀오의 골기록 행진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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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황희찬 200골 EPL득점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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