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데블스 플랜>의 한 장면.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의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방송인 하석진, 바둑 기사 조연우, 아나운서 이혜성, 배우 이시원, 변호사 서동주, 의사 서유민, 방송인 박경림, 비연예인 김동재, 프로게이머 기욤, 과학 유튜버 궤도, 크리에이터 곽준빈(곽튜브), 세븐틴 승관이 출연했다.
출연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시쳇말로 '약하다'는 인상을 준다.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알려져 익숙하긴 하지만, 서바이벌 예능에서는 낯선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종연 PD는 "경쟁 서바이벌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을 기준으로 섭외했다고 밝혔다. "경험이 누적된 사람보다는 경쟁 게임을 처음 맞닥뜨려서 성장할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는" 출연자를 원했던 것이다.
정종연 PD의 말을 빌리자면, "플레이어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나'를 만나게 되"면서 "마치 귀신에 홀렸나 싶은 순간"을 포착하는 게 <데블스 플랜>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섭외는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플레이어를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홍진호나 장동민처럼 판을 휘어잡는 센 캐릭터가 없다는 사실에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4회까지 공개된 <데블스 플랜>은 전체적으로 무난했다. '마피아 게임'을 연상케 하는 '바이러스 게임'을 비롯해 전체적인 게임의 난이도는 평탄한 수준이었다. 일정한 정치질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혈투가 난무했던 <피의 게임2>의 살벌함에 비하면 밋밋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더 타임 호텔>에 가까운 분위기였는데, 그에 비하면 게임의 긴장감이나 예능적 재미가 떨어졌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긴장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데블스 플랜>에서 탈락자는 게임 머니인 '피스'가 0이 되면 발생한다. 다른 장치 없이 자동 탈락이다. 기존의 두뇌 서바이벌이 '데스 매치'를 통해 탈락자를 가려냈던 것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따라서 궤도의 주장처럼, 플레이어들이 잘 협력한다면 탈락자가 없게 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서바이벌의 세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리 없다.
예상대로 첫 탈락자가 일찍부터 발생했다. 바로 기욤이었다. 첫 메인 매치에서 한국어가 미숙한 척 연기를 하며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던 기욤은 '규칙 레이스'에서 다수 연합의 희생자가 됐다. '바이러스 게임'에서 승리를 거머쥐어 피스를 다수 확보했던 그였기에 이른 탈락은 의외로 다가왔다. 만약 '데스 매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개인 능력이 뛰어난 기욤이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
이렇듯 다수 연합에 의해 탈락자가 손쉽게 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데스 매치라는 장치 없는 <데블스 게임>은 어딘가 심심한 구석이 있다. <피의 게임2>만 해도 우승자 이진형은 다수 연합에 끼지 못해 매번 탈락 후보가 됐지만, 뛰어난 두뇌 능력으로 데스 매치에서 승리하며 결국 우승까지 차지하지 않았던가. <데블스 게임>에서는 이와 같은 반전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