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편집자말]
 1일 모든 경기를 마친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오희지 선수(왼쪽)과 정서환 감독.
1일 모든 경기를 마친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오희지 선수(왼쪽)과 정서환 감독.박장식
 
"세계선수권 나가고 나서 3년 정도 직장 생활을 했거든요. 그런데 아시안 게임 때문에 올해 초에 퇴사하고 선수촌에 입촌했어요."

한국 첫 세계선수권 출전, 그리고 한국의 첫 아시안 게임 출전 기록을 썼던 여자 수구 '캡틴'은 뜻밖의 고백을 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수구 종목에 나선 오희지 선수 이야기다. 함께 인터뷰에 나선 정서환 감독도 "우리 선수들이 참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해줬다"라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1승 못 이뤄 아쉬워... 첫 발에 만족하겠나"

정서환 감독은 "승리를 경험해야 다음 경기를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기는데, 목표했던 1승을 이루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이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너무 잘 해줬기 때문에 앞으로 선수들이 더욱 좋은 팀워크를 발휘한다면 더 큰 일도 내지 않을까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정서환 감독은 지난 2022년 여자 수구 대표팀을 이끌 지도자로 선임됐다. 오희지 선수는 "선생님과 다양한 훈련 방식을 가진 덕분에 4년 전보다 훨씬 기량이 올라왔다"라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충도 많았다. 정서환 감독은 "진천선수촌에 입촌하면 훈련수당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이 너무 적다"라며 "어린 선수들에게는 수당이 괜찮은데 나이 많은 선수들에게는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며 씁쓸한 듯 말했다.

이어 정 감독은 "남들이 이야기하는 '투혼'을 실현한 친구들이 우리 여자 수구 대표팀 선수들"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나오고, 좋은 선수들을 발굴할 수 있게 되면 한국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바람을 드러냈다. 

특히 오희지 선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고 털어놓았다. 안정적인 직업 대신 다시 가슴이 시키는 수구로 돌아온 것. 오희지 선수는 "사실 직장을 다니고 있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수구를 하러 다시 왔다"며, "멀리까지 온 의미가 그래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희지 선수는 "원래는 세계선수권과 전국체전이 끝나고 여자 수구 클럽팀을 만들려고 했었다"며 "하지만 잘 되지 않아 직장을 3년 동안 다녔다"고 설명했다. 직장을 그만 둔 시기 역시 수구 대표팀 선발전에서 선발된 직후였다고.

"10년 뒤에는 시상대에서 '애국가' 듣겠다"
 
 여자 수구 대표팀이 1일 태국과 치른 아시안게임 마지막 경기 모습.
여자 수구 대표팀이 1일 태국과 치른 아시안게임 마지막 경기 모습.박장식
 
대표팀에는 어린 선수들도 많다. 중학생부터 성인까지, 나이 차이도 크다. 오지희 선수는 "이번에는 막내와 맏언니가 스무 살 차이가 나다 보니 많이 맞춰주려고 한다. 어리다고 너무 어렵게 다가가지 않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일부러 장난도 치니 점점 편해지더라. 에피소드도 많이 쌓였다"라고 말했다. 

성장도 함께 이뤘다. 오희지 선수는 "4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스코어 차이가 많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정서환 감독 역시 "사실 여전히 바깥에서 보면 스코어 차이는 많이 난다. 하지만 선수들이 충분히 경기 경험을 쌓는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대회는 한국 여자 수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교민들의 방문도 많았다. 정서환 감독은 "여기까지 와서 응원해주시는 분이 사실 없을 줄 알았는데, 우리 나라 분들이 너무 많이 와 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제 다시 선발전이 기다리고 있다. 정서환 감독은 "선수들이 귀국하면 국가대표 소집이 종료된다"며 "이제 선발전 계획이 또 잡혀 있으니 팀이 구성되면 다시 국제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희지 선수는 끝으로 "여자 수구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대한수영연맹 정창훈 회장님께 감사하다"라며 "정서환 선생님까지 열 다섯 명의 선수단이 지금까지 2년 동안 자리를 지켜줘서 감사하다"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정 감독은 "10년 뒤에는 애국가가 시상대에서 울려퍼리지라 믿는다"라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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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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