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넌2> 포스터

<더 넌2> 포스터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2013년 <컨저링>의 흥행은 공포영화의 패러다임 자체를 뒤집는 혁신에 가까웠다. 슬래셔, 스플래터, 좀비가 주류를 이루던 공포영화의 흐름을 오컬트 엑소시즘으로 바꾸어 놨다. 이 변화가 이뤄낸 건 성과는 공포장르의 대중화다. 피칠갑으로 대표되는 잔혹함이 공포를 주었던 서양호러는 <컨저링>의 흥행 이후 오컬트 엑소시즘을 바탕으로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컨저링 유니버스'에서 핵심이 될 것이라 여겼던 캐릭터가 수녀귀신 발락이다.
 
발락은 '호러판 어벤져스'라 할 수 있는 컨저링 유니버스에서 가장 무섭기로 소문난 귀신이다. 때문에 발락의 솔로무비 <더 넌>은 큰 기대를 모았다.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연출력만 좋을 뿐 공포가 느껴지지 않는 영화라는, 공포영화로서 '최악의 평'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일까. <더 넌2>는 전편보다 무서운 공포영화라는 평을 받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여실히 보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 가지를 간과한 듯했다. 
 
이 작품은 전작 <더 넌>에서 스토리를 이어 받아 진행했다. 루마니아에서 퇴치했다 여겼던 수녀귀신 발락은 프랑스에 나타나 살인을 저지른다. 바티칸은 이전에 임무를 수행했던 버크 신부가 콜레라로 죽자 동행했던 아이린 수녀한테 임무를 맡긴다.

전편의 주역이었던 버크를 배제하고 아이린을 주역으로 내세운 이유는 로맨스에 중점을 둔 스토리 라인의 강화를 위해서다. 이 점은 가족 중심의 컨저링 유니버스에서 <더 넌> 시리즈가 지닌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아이린-프렌치의 서사를 교차 전개하는 이유
 
 <더 넌2> 스틸컷

<더 넌2> 스틸컷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발락에 의해 위기에 처했던 아이린은 프렌치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이때 발락은 프렌치의 몸 안에 들어갔고, 그를 숙주삼아 살인을 저지른다. 아이린은 프렌치 몸 속에 들어간 발락을 제거해야 하지만 구마의식 중 숙주가 죽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흔들린다. 어머니 죽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악령에게 흔들리는 신부의 모습을 그렸던 <엑소시스트>처럼 엑소시즘 작품의 클래식한 공식을 스토리의 중심으로 삼는다.
 
<더 넌2>는 공포를 배로 보여주고자 아이린과 프렌치의 서사를 교차로 전개한다. 아이린의 서사가 발락이 프렌치의 몸 속에 있음을 알게 되고 그를 찾는 과정에서 겪는 공포라면, 프렌치의 서사는 기숙학교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현상이다. 수녀인 아이린과 사랑을 이룰 수 없었던 프렌치는 이곳에서 교사 케이트와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 여기에 학생 소피와 절친한 사이가 되면서 마치 가족 같은 관계가 된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처럼, 악령은 온전한 평온을 누릴 수 없는 개인의 영혼을 노린다. 소피는 기숙학교 아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잡부인 프렌치는 도움을 줄 수 없다. 그리고 아이들이 소피를 출입이 금지된 옛 예배당에 가둔 날, 이 발락의 공포는 본격적으로 기숙학교를 집어삼킨다.
 
 <더 넌2> 스틸컷

<더 넌2> 스틸컷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다만 기교에 함몰되어 질감을 살려야 하는 다른 요소들에 소홀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매 순간마다 등골이 서늘한 감정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장면마다 공포를 유발하고자 한다. 때문에 서사와 감정을 갖춘 공포영화가 아닌 잔상만 남는 공포영화를 본 기분이다. 특히 아이린의 서사가 축의 중심을 담당하지만 간단한 설명으로 급하게 마무리하는 한계도 보였다. 
 
다만 이제는 기대감이 많이 사라진 컨저링 유니버스의 불씨를 살리는 데 성공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잔인한 피칠갑 장면 없이 공포를 주는 방식 말이다. 여기에 세계관 연결을 예고하는 쿠키영상을 통해 마니아층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전편이 받았던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드백 반영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컨저링 유니버스 그리고 <더 넌> 시리즈를 기다릴 충분한 이유가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더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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