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한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이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9.23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한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이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9.23 ⓒ 연합뉴스

 
한국 남녀농구가 나란히 아시안게임에서 명예회복에 나선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과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대표팀은 지난 23일과 24일 나란히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하여 출국했다.
 
추일승호는 26일 오후 6시 30분 인도네시아와 조별리그 D조 첫 경기를 시작으로 28일 카타르, 30일 일본을 각각 상대한다. 조별리그를 마친 후 8강 토너먼트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정선민호는 오는 27일 태국과의 조별리그 C조 첫 경기를 시작으로 27일 태국, 29일 북한, 내달 1일에는 대만을 만난다. 직전 대회였던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북한과 단일팀을 이뤄 뛰었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는 다시 상대팀으로 맞서게 되었다.
 
한국 남녀 농구 대표팀은 최근 국내에서의 농구 인기 하락에 이어 국제대회에서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위기설에 직면해있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해 여름 열린 아시아컵에서 뉴질랜드에게 패하여 8강에서 탈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바이러스와 외교적 문제 등으로 인해 국제대회 예선에 불참하면서 FIBA 농구월드컵과 파리올림픽 출전도 모두 무산됐다.
 
여자 대표팀 역시 7월 끝난 202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5위에 그쳤다. 올림최종예선 진출권조차 얻지못하며 차기 올림픽 본선 출전이 무산됐다. 특히 아시아컵에서 한국이 4강에 들지 못한 건 1965년 대회 창설 이후 최초였다.
 
남녀농구 대표팀 모두 이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을 내는게 절실하다. 아시안게임 이후로 당분간 대표팀이 나설만한 국제대회도 없다. 남자 선수들중 미필자들은 병역혜택 문제도 걸려있다. 무엇보다 이번 아시안게임마저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한국농구 전체에 큰 암흑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국농구는 그나마 아시안게임에서는 강세를 이어온 편이다. 인천에서 열린 지난 2014년 대회에서는 남녀 동반으로 금메달을 함께 목에 걸었다 지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에서도 여자가 은메달, 남자가 동메달을 각각 수확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추일승호에게 그나마 호재는 경쟁자가 될만한 아시아 강호들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최상의 전력으로 나오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시안게임 직전에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이 열리면서 아시아를 대표해 최정예 멤버로 출전했던 팀들은 부상 선수들을 제외하거나 2진에 가까운 선수단을 꾸리면서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월드컵에서 3승을 챙기며 2024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일본은, 아예 아시안게임에서는 선수단을 물갈이하며 주전들에게 휴식을 줬다. 중동의 강호 레바논은 이번 대회 불참을 선언했고, 이란은 한국 킬러로 악명높은 하메드 하다디가 은퇴했다. 그나마 가장 위협적이 상대로 꼽히던 개최국 중국도 주전 센터 저우치가 월드컵에서 얻은 부상으로 이탈하며 전력이 약화되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한국 역시 최상의 전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추일승호를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오세근, 문성곤, 여준석, 송교창 등 핵심선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대거 불참했다. 특히 추일승 농구의 핵심이던 장신포워드 자원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추 감독의 전매특허였던 '포워드 농구'가 무산되었다는 게 뼈아프다.
 
가뜩이나 장신 빅맨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높이의 열세와 수비매치업의 핸디캡까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시사한 귀화선수 라건아, 가드진을 이끌어야할 김선형, 허훈, 변준형 등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아시안게임 대회 준비 과정도 그리 매끄럽지 않았다. 여행금지국가인 시리아에서 개최된 올림픽 사전 예선 출전이 끝내 무산되면서 실전에서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고 전력을 점검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날렸다. 대표팀의 파행 운영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대한민국 농구협회는 다급하게 국내 프로, 아마추어팀들과의 평가전에 이어 일본 전지훈련 일정을 계획했지만 실질적으로 대표팀의 전력 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미지수다. 대표팀을 향한 부실한 지원에 농구계에선 걱정스런 시선이 쏟아지고 잇다.

여자농구 대표팀은 박지수의 컨디션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팀의 에이스이자 유일하게 신장 190cm 이상인 박지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 여자대표팀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박지수는 공황장애로 한동안 공백기를 거쳐야했고 지난 시즌 말에는 프로 소속팀 경기에서 손가락 인대 부상까지 입으며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은 '박지수만 막으면 이긴다.'고 할 정도로 집중견제를 받는 만큼, 체력과 멘탈관리가 필수적이다. 박지수가 아무리 대표팀에서 대체불가한 자원이라도 매경기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뛰게할 수는 없다.
 
정선민 감독은 한국 여자농구의 대표적인 레전드이지만, 대표팀 사령탑으로서는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박지수에 대한 과도한 혹사와 양궁농구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벗어나야한다. 농구월드컵과 아시아컵의 부진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마저도 저조한 성적을 거둔다면 정선민 체제를 이어가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다.
 
배구의 '항저우 참사'는 남녀농구대표팀에게도 경고가 될만한 부분이다. 농구와 함께 겨울스포츠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남녀 배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남자배구는 조별예선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에게 덜미를 잡혀 대회 개막식도 하기전에 조기탈락하는 굴욕을 당했다.
 
2020 도쿄올림픽 4강신화를 썼던 여자배구 대표팀은 최근 발리볼 네이션스리그 27연패에 이어, 파리올림픽 예선에서도 7전 전패로 무기력하게 탈락하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한 전망도 매우 어두워졌다. 명색이 프로 리그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남녀배구팀이 아시아무대에조차 3류로 전락한 모습은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줬다.

남녀농구 역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일단은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자칫하면 배구와 똑같은 참사를 겪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과연 아시안게임이 벼랑 끝에 놓인 한국농구를 중흥시킬수 있는 기회가 될까. 아니면 더 큰 위기의 시작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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