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좋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쾌조의 2연승을 달리며 조기에 16강진출을 확정했다.
 
황선홍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에서 쿠웨이트와의 1차전 9대 0 대승(9월 19일)에 이어, 2차전에서 태국마저 4대 0(9월 21일)으로 완파했다. 2승, 골득실 +13의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한 대표팀은 일찌감치 16강 진출은 물론 E조 1위까지 확정했다.
 
앞서 열린 쿠웨이트-바레인전이 1대1 무승부로 끝나면서 바레인이 2무로 한국에 이어 조 2위를 기록중이다. 각각 쿠웨이트와 태국은 1무1패가 됐다. 이제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전인 바레인전 결과에 상과없이 홀가분하게 토너먼트를 준비할 체력적, 시간적 여유를 벌게 됐다.

한국이 금메달을 차지했던 지난 두 번의 대회보다도 흐름이 더 좋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이광종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3연승을 내달렸다. 이광종호는 A조 1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3대 0, 2차전에서 사우디에 1대 0 승리를 거두며 이미 2경기만에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라오스와의 3차전에서는 주전들을 대거 쉬게하고도 2대 0으로 승리하며 조 1위를 확정했다.
 
다만 결과에 비하여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사우디를 제외하면 약체팀들을 상대하고도 득점력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며 밀집수비를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한국은 대회 전 경기 무실점을 기록한 탄탄한 수비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끝내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었던 2018 자카르트-팔렘방 대회에서는 훨씬 어려운 길을 가야만했다. 김학범호는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와일드카드 황의조의 헤트트릭을 앞세워 바레인에 6대 0 대승을 거두며 순조롭게 출발했으나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1대 2로 충격패를 당하는 '반둥쇼크'를 겪었다.
 
한국은 최종전에서 키르키스스탄에 고전 끝에 1-0으로 신승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반둥 쇼크의 여파로 말레이시아에 조 1위 자리를 내주며 2위로 밀려났다. 조기에 16강을 확정짓지못하면서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할 기회도 놓쳤다. 김학범호는 사실상 조별리그 최종전인 키르키스스탄 전부터, 토너먼트에서 난적 이란(16강)을 시작으로 우즈벡-베트남-일본(결승)까지 무려 5경기 연속으로 매순간을 결승전처럼 치러야하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했다.
 
남자축구 3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황선홍호는 앞선 두 대표팀보다 훨씬 빠르게 '조 1위와 16강'을 확정지었다. 상대가 생각보다 약했다고는 했지만 2연속 대승에 13골-무실점이라는 대기록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놀라운 결과다.이는 앞으로의 상대팀에게도 한국을 만나게 된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선수들의 이름값이나 공격진의 무게감이 이전 대표팀보다 떨어진다는 의구심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다양한 선수들을 고르게 가동하면서 폭넓은 조합을 가동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한국은 바레인과의 최종전에서도 로테이션을 통한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토너먼트를 대비한 선수점검-전술실험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큰 부상자나 전력누수가 없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2014년 이광종호는 와일드카드로 선발했던 김신욱이 조별리그 두 경기만에 정강이 부상을 당하면서 결승까지도 공격력에 있어서는 불안감이 이어졌다. 2018년 김학범호는 핵심 수비수였던 김민재가 조별리그에서 경고누적으로 최대 고비였던 이란과의 16강전에서 결장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황선홍호는 와일드카드로 나선 박진섭이 쿠웨이트전에서 경고 한 장을 받은데 이어 바레인과의 2차전에서는 고의적으로 경고를 이끌어내며 경고누적으로 다음 경기를 결장하게 됐다. 경기 결과가 의미가 없어진 바레인전을 건너뛰는 대신 전략적인 카드 세탁으로 중요한 토너먼트를 대비할수 있게 되었다. 역대 아시안게임 대표팀중에서도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순항하고 있는 황선홍호다.
 
더구나 황선홍호에는 아직 이강인이라는 최고의 '히든카드'까지 남아있다. 아시안게임 차출문제로 소속팀과 줄다리기를 거듭했던 이강인은 우여곡절끝에 21일 마침내 황선홍호 선수단에 합류했다. 경기장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관전하며 16강진출을 조기 확정하는 모습을 응원하기도 했다. 외국 언론들도 향후 이강인의 출전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의 향후 출전과 활용방식에 대해선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24일 바레인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둔 상황이다. 2년 만에 황선홍호에 복귀한 이강인은 현재의 AG 대표팀이 결성된 이후로는 아직 함께 뛰어본 경험이 없다.
 
이강인이 다음 경기인 바레인전부터 출전할지는 미지수다. 컨디션과 조직력 점검을 위하여 이강인을 짧게나마 출전시킬 가능성도 있지만, 아예 이강인을 철저히 숨겨서 16강전 이후를 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강인이 최근 소속팀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고 회복한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것도 변수다.
 
이강인의 존재는 황선홍호의 금메달 3연패를 가늠할 마지막 퍼즐과도 같다. 지면 바로 탈락인 토너먼트 단판승부에서는 확실한 게임체인저가 필요하다. 이강인은 나이는 젊지만 2010 U20월드컵 준우승과 골든볼(최우수선수),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유럽 5대빅리그 활약 등 이미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역대 최강으로 꼽히는 황선홍호의 2선 공격진에서도 이강인의 패스와 경기운영능력이 더해진다면 한국축구의 3연패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한국은 16강전에서도 약체 인도네시아 혹은 대만을 만날 가능성이 유력하다. F조에는 북한이 2연승으로 조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와 대만이 나란히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24일 열리는 인도네시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미끄러져 2위로 16강에 오른다면, 한국과 맞대결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황선홍 감독은 아시안게임 개막 전만 하더라도 좋지 않은 경기력에 여러 가지 구설수까지 겹치며 비판을 자아냈다. 하지만 막상 아시안게임에서는 초반이지만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우려를 어느 정도 잠재웠다. 이제부터는 부상이나 경고누적으로 인한 전력누수를 최소화하고 토너먼트를 대비해야할 시점이다.
 
황선홍 감독은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이었던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무려 11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음에도 4강전에서 우즈벡에 덜미를 잡혀 노메달에 그친 아쉬운 기억이 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황 감독이 29년 만에 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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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호 이강인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축구일정 조별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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