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한국 최고의 작가들과 협업하며 웰메이드 시리즈 제작에 앞장 서 왔다. 김은희 작가의 <킹덤> 시리즈, 김은숙 작가의 <더 글로리>, 감독 겸 작가 연상호의 <지옥> 등 작가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획기적인 시도가 펼쳐졌다. <도적: 칼의 소리>는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시리즈와 < 38사 기동대 >를 통해 순도 높은 오락성을 선보인 한정훈 작가와 넷플릭스가 손을 잡아 만든 9월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최고 기대작이다.
 
36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 <놈놈놈>으로 대표되는 만주 웨스턴의 드라마판이라 할 수 있다. 1920년대 만주 안에서도 무법지대로 악명이 높았던 간도를 배경으로 중국 땅에서 일본의 돈을 두고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어야 했던 조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1~3화까지 스크리너 시사회를 통해 먼저 만나 본 <도적: 칼의 소리>는 스타일리시한 액션의 강렬함과 집약되지 못하는 스토리의 아쉬움이 섞여 있었다.
 
극적인 분위기를 잡는 힘이 좋은 한정훈 작가는 시대의 배신자가 다크 히어로로 변모하는 과정을 잘 보여줬다. 노예 출신 이윤은 주인집 아들인 광일과 함께 일본군에 입대한다. 죄 없는 조선인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는 걸 막은 사건을 계기로 이윤은 군에서 나와 간도로 향한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죽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본군과 그들의 돈을 받은 마적단들에 의해 죽어가는 힘없는 조선 사람들을 본 순간 그는 총을 들게 된다.
   
 
더럽혀진 과거에 대한 죄책감을 지닌 이윤은 대의를 위해 움직이는 독립 운동가가 아닌 개인의 이익을 앞세운 도적단의 두목이 되기로 한다. 그가 말하는 이익이란 이곳 간도까지 밀려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윤의 캐릭터를 강렬하게 표현하는 건 역시나 액션이다. 마적단에게 아이가 잡혀가는 걸 본 그는 홀로 아지트를 찾아가 쑥대밭을 만든다. 

혈혈단신으로 포병대 하나를 박살낸 전적이 있을 만큼 총기사용에 능통한 그는 다수의 적을 상대로 원거리와 접근전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윤이 의병장 출신 조선인 마을 지주 최충수와 함께 도적단을 모집하는 과정은 <나쁜 녀석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호랑이 잡던 명사수 강산군, 남사당패 출신 초랭이, 괴력의 금수와 활과 칼을 무기로 사용하는 최충수까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힘을 합쳐 활약한다. 여기에 이윤의 주인집 아들이자 애증의 관계인 광일을 적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란 점 역시 흥미롭다. 
 
관건은 디테일에 있어 문제를 지적받아 온 한정훈 작가가 이 거창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다수의 인물들을 하나로 엮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일수 있을지 여부다. 여주인공 남희신의 캐릭터를 정체 숨긴 독립운동가로 설정한 것에서 보듯이 쿨하게 액션만 전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독립운동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액션영화 <암살>처럼 액션에 더해 시대의 정신 역시 담아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초반 총잡이 언년이 캐릭터가 이윤과 대립하며 상당히 큰 분량을 할당받았음에도 극에 섞이지 못하면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큰 틀에서 캐릭터 형성과 이야기의 방향성과 분위기는 잡아가는 힘은 좋지만, 디테일하게 사건과 캐릭터를 연결하는 힘이 약한 한정훈 작가의 아쉬움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다만 3화에서 본격적인 메인 에피소드가 드러난 만큼 간도에서 만난 각 인물의 본격 스토리가 펼쳐질 예정이다. 철도 부설 자금을 탈취하려는 도둑들과 독립운동가, 이를 막으려는 일본군의 대결이 기대된다.
 
여기에 이윤-희신-광일의 삼각관계, 도적단 내부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배신자, 이윤과 광일의 다양한 관계성이 드라마적 재미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돈만 따르는 총잡이 언년이가 특급조커 역할을 해줄 가능성도 있다. 도적들의 칼의 소리가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