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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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심의 시각은 공개 후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다. <무빙>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풀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모든 걸 담아내는 데 주력했고 이뤄냈다. 그 성공 이유를 세 가지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한국형 히어로의 정체성이다. 그가 찾은 정체성의 핵심은 역사다. MCU가 전성기 시절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서사적 대립과 변화에 있었다.
캡틴 아메리카는 그 이름처럼 자유와 정의라는 미국의 이상적인 가치를, 아이언맨은 자본주의와 패권주의라는 미국의 현재를 상징한다. 이 지극히 미국적인 캐릭터들은 서로 대립하고 다투면서 서로의 가치를 이해하는 변화를 보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타인을 위한 희생과 정의에서 벗어나 개인의 행복을, 자신만을 위해 살던 아이언맨은 세계를 위한 희생을 택하며 누구나 깊은 인상을 받는 대서사를 완성했다.
이런 서사는 <무빙>에도 담겨있다. 이 작품은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역사에 바탕을 두어 캐릭터를 구축했다. 남과 북의 히어로가 맞서 싸우는 클라이맥스는 그 복수가 쌓여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봉석, 희수, 강훈 등 히어로 2세들이 이 전투에 휘말리게 된다는 점은 복수가 복수를 낳는 역사의 비극을 보여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테러 역사를 다룬 영화 <뮌헨>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