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포스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포스터디즈니+

OTT 시대의 도래 이후 한국 드라마계는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시즌제가 정착되었고 장르의 저변이 넓어졌으며, 기존에 자금력과 기획력 문제로 손대기 꺼려했던 웹툰의 실사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디즈니+ <무빙>은 이런 흐름 속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히어로 장르가 성공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무빙>은 공개 전부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등 톱스타들의 출연과 총 제작비 650억 원,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에서 2023년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론칭 후 연이은 헛발질로 아쉬움을 남겼던 디즈니+에서 공개된다는 점, 강풀 웹툰 실사화 작품들과 그가 각본을 쓴 <통증>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 트렌드를 거스르는 20부작으로 기획된 점 등이 위험요소로 지적되었다.
 
 <무빙> 스틸 이미지
<무빙> 스틸 이미지디즈니+

이 의심의 시각은 공개 후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다. <무빙>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풀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모든 걸 담아내는 데 주력했고 이뤄냈다. 그 성공 이유를 세 가지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한국형 히어로의 정체성이다. 그가 찾은 정체성의 핵심은 역사다. MCU가 전성기 시절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서사적 대립과 변화에 있었다.

캡틴 아메리카는 그 이름처럼 자유와 정의라는 미국의 이상적인 가치를, 아이언맨은 자본주의와 패권주의라는 미국의 현재를 상징한다. 이 지극히 미국적인 캐릭터들은 서로 대립하고 다투면서 서로의 가치를 이해하는 변화를 보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타인을 위한 희생과 정의에서 벗어나 개인의 행복을, 자신만을 위해 살던 아이언맨은 세계를 위한 희생을 택하며 누구나 깊은 인상을 받는 대서사를 완성했다. 

이런 서사는 <무빙>에도 담겨있다. 이 작품은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역사에 바탕을 두어 캐릭터를 구축했다. 남과 북의 히어로가 맞서 싸우는 클라이맥스는 그 복수가 쌓여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봉석, 희수, 강훈 등 히어로 2세들이 이 전투에 휘말리게 된다는 점은 복수가 복수를 낳는 역사의 비극을 보여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테러 역사를 다룬 영화 <뮌헨>처럼 말이다.
 
 <무빙> 스틸 이미지
<무빙> 스틸 이미지디즈니+
 
한 국가의 역사에는 그 민족의 정체성이 담겨있다. 분단의 아픔은 화합의 가능성을 품으며 초능력자 부모와 자식들이 함께 위험에 맞서 싸우는 감동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남과 북의 히어로들이 이 복수의 역사를 자신들 대에서 끊으려 한다는 점에서 분단의 아픔이 끝나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뻔해 보이는 이야기를 실현시킨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다.

두 번째는 영화와 같은 구성이다. 넷플릭스가 불을 지핀 OTT의 전편 공개 열풍은 하나의 큰 문제를 가져왔다. 바로 화제성 유지 기간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반면 그 열풍은 길어봐야 한 달 동안 유지되기 어렵다. 이는 OTT 사업의 가장 큰 고민으로 다가왔다. 디즈니+는 매주 2회 차씩 작품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화제성 유지를 택했다. 강풀은 이 방식을 구성적인 측면에서 이용하는 묘수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전편 공개처럼 초반 다수의 회차를 공개해 세계관에 빠져들게 만든 다음 2회 분을 한 편의 영화처럼 만들었다. 이 집필 방식은 비교적 대중적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7회 차에 걸쳐 보여주며 초반 화제성 몰이에 성공했다. 다음으로 어른들의 이야기는 2회 차씩 묶어 장르 색깔이 다른 영화처럼 만들어 다채로운 리듬감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두식과 미현의 첩보 로맨스, 주원의 최루성 액션 로맨스 모두 호평을 자아냈다.
 
 <무빙> 스틸 이미지
<무빙> 스틸 이미지디즈니+
 
세 번째는 캐릭터의 서사 부여다. 최근 문화계의 트렌드는 캐릭터 하나하나의 사연을 구구절절 풀지 않는다. 그 시간에 속도감 있게 사건을 전개해 몰입을 주고자 한다. 최근 16부작이 넘어가는 드라마가 드문 이유이기도 하다. 강풀은 스스로를 촌스러운 사람이라 말하며 모든 주인공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밝힌 바 있다. 이 노력은 감정적인 격화와 모든 인물의 선택을 이해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몰입도를 저해할 수 있는 북한 초능력자들의 과거를 넣으면서 이 욕심이 시청자에게 작품을 곱씹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게 노력한다. 극적으로 늘어질 수는 있어도 캐릭터의 감정과 선택을 능동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작가의 선택이니 이해하라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게 만들며 다양한 해석과 감상을 만들어 내는 힘을 보여준다.

강풀 작가의 뚝심과 <킹덤> 시리즈로 주목받은 박인제 감독의 연출, 여기에 톱스타와 라이징 스타의 열연으로 <무빙>은 올해 최고의 화제작에 등극했다. 이제 기대되는 건 디즈니+를 통해 이뤄낼 세계관 확장이다. 쿠키영상을 통해 시즌2에 대한 힌트를 남긴 만큼 오리지널 시즌2가 돌아올지, 아니면 기존 강풀 유니버스 웹툰의 또 다른 실사화가 이뤄질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된다는 점 알립니다.
무빙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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