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일하기 싫어한대요."

시대는 언제나 청춘을 오해하기 바빴고 'MZ'도 한철 이야기인 줄 알았다. 상업 광고는 MZ답게 소비하라고 난리, 기업은 MZ다운 인재를 원한다고 난리, 온 세상이 'MZ'에 빠져 청춘들을 오독하는 요즘이다. 그런데 현실의 2030을 분노하게 만든 게 또 있으니 바로 'MZ 회사원'이란 타이틀이다. 자유분방한 MZ는 일하기 싫어하고 회사에서도 철없게 군다나? 애초에 회사에 목숨을 바치고 싶은 세대가 있었는가.

능률이 올라간다는 이유로 무선 이어폰을 끼고 일하는 OTT 예능 속 캐릭터나 MZ 세대의 업무 용어는 이른바 '3요(이걸요? 제가요? 왜요?)라는 뉴스처럼 미디어가 MZ 세대는 자유롭다 못해 비협조적이고 불성실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현실은 치열한 취업시장을 뚫고 불안정한 노동환경과 비정규직 일자리를 마주한 '아프니까 청춘'이다. 미디어 속 MZ 회사원 묘사가 현실을 외면하고 청년 세대에 대한 편견만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어느 신입이 '연차' 소리를 내었는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화면 갈무리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화면 갈무리 ⓒ KBS

 
지난 17일 방송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는 사장님을 황당하게 만든 'MZ 인턴'의 연차 에피소드가 방영됐다. 인턴이 회사 내 연차 사용에 관해 묻자, 사장이 황당한 표정으로 "사유는 말 안 해도 된다, 반드시 써야 하는 거냐"라고 물었고 해당 장면에는 '입사 5일 차인데 연차 질문'이라는 자막이 실렸다.

연차 사용은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지만, 제대로 누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99가 지난 3월 직장인 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0.6%가 법정 연차휴가인 15일을 전부 사용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1년간 연차휴가를 '6일 미만'으로 사용한 노동자 비중은 20대(55.1%)가 가장 높았고 연차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 '동료의 업무 부담(21.6%)', 상급자의 눈치(18.8%)'를 꼽았다.

직장인이라면, 사회 초년생이라면 더욱 어려운 '연차 사용'.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은 연차 사용에 대한 묻는 직원의 행동을 '황당한 직원'으로 묘사하며 MZ 회사원에 대한 편견을 답습한 방식으로 편집했다. "예능을 위한 과장된 편집"이라는 시청자 반응도 있었지만, "현실에 저런 MZ 회사원이 어디 있냐", "연차 사용은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라며 비판하는 움직임 또한 일고 있다. 

이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만의 일이 아니다. 여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도 자기주장을 내비치거나 기존 회사 문화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출연진을 'MZ 캐릭터'라고 칭하는 일이 빈번하다. 미디어가 예능적 요소로 'MZ 회사원'을 극화할수록 젊은 세대의 노동 권리가 '배부른 소리'처럼 여겨지는 현실이다.
 
SNL의 'MZ 오피스'가 재밌지 않은 이유
 
 SNL코리아 시즌3의 < MZ 오피스 > 화면 갈무리.

SNL코리아 시즌3의 < MZ 오피스 > 화면 갈무리. ⓒ coupangplay

 
지난 2022년 11월 쿠팡플레이의 < SNL코리아 시즌3 >은 'MZ 회사원' 캐릭터를 내건 코너 < MZ 오피스 >를 흥행시키며 사실상 한국 예능계에 처음으로 'MZ 회사원'을 선보였다. 그런데 < MZ 오피스 > 속 회사원 캐릭터들은 사회 초년생의 미숙함이라 치부하기 어려울 만큼 독단적인 모습을 보인다.

능률이 올라간다는 이유로 에어팟을 끼고 일하며 동료와의 소통을 거부하거나 상사와 소모적인 기 싸움을 벌이고 프린터 종이 채우기, 회식 때 고기 굽기 등 누가 일을 해야 할지 모호한 상황에서 외면하기도 한다. 해당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고 이후 'MZ 회사원'을 따라한 패러디와 광고가 쏟아졌다. 지난 7월 새롭게 시작한 시즌 4에서도 여전히 주축을 맡고 있다.

특히 철없는 'MZ 회사원' 캐릭터에게 김슬기가 대신 욕을 해주는 회차분은 조회수 400만을 기록했는데, 그만큼 'MZ 회사원' 캐릭터의 몰상식함에 일침을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코너 속 'MZ 회사원' 묘사가 2030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외면하며 되려 그들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지적 또한 피하기 어렵다. 

현실의 2030에겐 'MZ'다울 여유가 없다. 지방 공공기관조차 직원에게 '11개월 쪼개기 계약'을 강행하며 비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고 병가, 끼임 사고 등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산재에 시달리는 세대가 현실의 MZ다. 치열하게 타오른 그들에게 남은 건 '번아웃'.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학업, 취업 준비 등의 활동 없이 그냥 '쉬고 있다'는 청년은 약 39만 명이다. 구직과 이직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번아웃에 시달리며 고독을 택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 세대가 마주한 현실 속 어려움은 외면당하고 예능 프로그램 속 무례한 'MZ 캐릭터'가 현실 고증하였다며 환영받는 시대. MZ 세대는 혹독한 현실과 함께 '건방지고, 오만한 사회인'이란 꼬리표까지 얻었다.
 
'MZ' 말고 청춘의 진짜 이름을 찾아서

청년 세대를 규정짓는 세대론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다. 그러나 SNS와 미디어의 발달로 특정 집단을 향한 이미지의 형성과 전파가 어느 때보다 빨라진 요즘,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기보단 '오해'를 '이해'라고 착각하기 쉬워진 건 아닐까.

2030을 규정짓는 'MZ' 또한 마찬가지. 나와는 무언가 다른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것보다 '요즘 애들은 이렇다'며 단정 짓는 게 편리한 일이다.

그러나 '오해'는 '오명'이 될 수 있는 법.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비정규직을 강요당하며 살아가는 청춘에게 'MZ 회사원'이란 오명은 한 사람의 노동과 삶을 오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단지 재밌다는 이유로 현실에 없는 'MZ 회사원'이란 캐릭터에 빠져들 수는 없다.
MZ MZ 회사원 2030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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