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솔루션도 항상 해피엔딩일수만은 없다. 심각한 수위의 부부싸움으로 인하여 오은영조차 "이혼도 고려하라"고 권유하게 만든 50대 부부가 등장했다.
 
9월 18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는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 답정너 부부'편이 그려졌다.
 
한 번의 실패 딛고 만난 재혼 부부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한 장면.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한 장면. ⓒ MBC

 
결혼 17년차 송용철-서윤경 부부는 각자 한 번의 실패를 딛고 만난 재혼 부부였다. 서로의 성실하고 다정한 모습에 끌렸다는 두 사람은, 정작 현재는 서로 얼굴을 보지도 대화도 하지않고 서로를 불편해할 정도로 사이가 악화되며 두 번째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부부는 스튜디오 등장 때부터 서로 멀찍이 떨어져서 웃음기 없는 얼굴로 입장하며 그동안 출연했던 부부중에서도 역대급으로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아내는 본격적인 솔루션을 시작도 하기전에 눈물을 흘렸다. 놀랍게도 먼저 사연을 신청했다는 남편은 "너무 똑같다. 매일같이 싸운다. 서로 양보한다고 하는데, 그게 성이 안차는지 자꾸 날카로워진다. 그래서 지친다"라는 고민을 털어놨다.
 
아내는 "이게 마지막인 것 같다. 싸우면 남편이 입이 거칠다. 같이 욕도 해보고 다해봤는데 안되더라. 정말 싫어하는 남편의 모습과 닮아가는 제 모습이 싫었다"고 털어놓으면서 솔루션을 아직 시작하기도 전에 "저는 그냥 헤어졌으면 좋겠다. 기대감 자체가 없다"고 고백했다.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부부는 같은 집안에서 안방과 거실로 공간을 나누어 사실상 따로 생활하고 있었다. 심지어 부부는 촬영 당시 이미 두달 가까이 대화를 일절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내는 곱창가게를 운영하고 있었고 출근하자마자 영업 준비로 분주했다. 반면 일을 하지않는 남편은 홀로 산책을 하며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다가 집에 들어와 직접 백숙을 요리하여 식사를 하면서 건강을 챙겼다.
 
알고보니 남편은 8년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진 적이 있었고, 올해 초에는 큰 교통사고를 당하여 지주막하출혈 증세를 겪기도 했다. 남편은 트라우마로 인하여 불면증과 공황장애, 우울증까지 시달리게 되면서 그때부터 건강에 신경을 쓰게되었다고 고백했다.
 
한때 마음의 병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남편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이런 병까지 얻게되서 힘들었다. 11층에 살았는데 어느날 저도 모르게 베란다로 걸어가고 있더라. 아내가 소리쳐서 멈췄는데 '내가 왜 베란다에 서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남편의 고백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은 본인만 힘들다고 생각한다"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아내는 남편이 퇴원 후 2년이 넘도록 기다려줬음에도 이런저런 핑계만 대고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그때 좀 많이 실망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내는 "저는 이 사람이 바라는건 다 해줬다. 헤어진다고 해도 미안한 감정이 없다"고 주장했다.
 
본래 부부는 같이 가게를 운영했으나 언제부터인가 함께 일을 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고. 촬영기간동안 남편이 오랜만에 가게로 출근하면서 부부가 처음으로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아내는 본인이 가게를 운영하고 남편과는 만나면 싸우기만 하니 같이 일하고 싶지않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에 남편은 가게 매출이 마이너스라고 주장하며 아내를 신뢰하지 못하다는 의사를 전했다.
 
남편은 아내의 과도한 카드값 때문에 생활이 어렵다며 가게를 같이 운영하면서 본인이 돈관리를 맡아서 경제권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내는 화를 내고 뛰쳐나간 건 남편이라고 반박했다. 부부가 두달간이나 대화가 단절될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원인이었다.
 
아내는 본래 백화점에서 근무했으나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자영업을 하자는 남편의 거듭된 제안을 받아들여 직장을 그만뒀다. 아내는 남편이 원하는 걸 얻을때까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스타일이라며 스트레스가 크다고 고백했다. 하고싶지않았던 자영업을 혼자 도맡아 해야하는 현실은 아내로서도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오은영은 부부싸움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곱창집이라는데 주목했다. 아내는 남편이 화날 때마다 본인만 두고 가게를 나가버린 게 여러 번이라고 폭로했다. 아내는 "남편과 같이 일을 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아예 하기 싫다. 혼자하면 몸은 너무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다"며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남편은 경제권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하여, 과거에 아내가 과한 소비로 거액의 빚이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아내에게는 2500만원 정도의 빚이 있었고 남편이 2천만원에 이르는 액수를 대신 갚아주기도 했다고. 아내는 "빚을 진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남편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쓸 거냐. 용처를 하나하나 다 물어본다. 남편의 공격적인 말투 때문에 늘어난 빚을 솔직히 고백하기에는 너무 무서웠다"고 해명했다.
 
부부는 심각한 갈등 때문에 2012년 합의 이혼한 적이 었었다.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고민하다가 9개월만에 다시 재결합했다. 하지만 남편은 "재결합 이후에도 아내의 과소비 문제는 개선이 되지 않았다며 "장사 5년을 했는데 매출은 계속 마이너스다. 지금 집도 가게도 차도 모두 아내 명의다. 믿고 맡겼는데 맨날 돈이 없다. 물어봐도 아내는 모른다고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내는 남편이 주장하는 과소비에 대하여 "친구도 만나고 서비스업에서 일하면서 써야하는 돈이 있다. 남편은 사회생활하면서 쓴 돈을 다 사치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아내는 "남편이 돈에 예민하다. 팬티 한 장도 찢어질 때까지 입는다"라고 남편의 성향을 설명했다.
 
오은영은 '아내의 빚이 생활비냐 VS 사치냐'가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고 지적했다. 남편은 막연하게 아내가 이것저것 많이 썼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제작진은 아내의 동의를 얻어 약 2년간의 카드 내역서를 분석해봤다.
 
결과적으로 남편의 주장과 달리, 지출내역은 일정한 범위를 크게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간간이 의류비나 식비가 많이 나온 달도 있었지만 그럴한만 이유가 있었고, 아내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패널들은 "매달 의류비 지출이 과다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가끔 저렇다면 그럴 수 있지 않나" "아내의 씀씀이가 딱히 치우쳤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은영은 "아껴쓰면 좋겠지만 서울-경기권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봤을 때 많이 나온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남편은 한숨을 내쉬며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은 "매출이 늘어나도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 아내는 수익에 대해 물어보면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부부는 경제권을 놓고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언성이 높아졌다. 남편은 여전히 경제권을 자신에게 넘기라고 요구했고, 아내는 이미 카드 사용내역을 다 보여주고 설명했는데도 같은 이야기를 끝없이 반복한다며 진저리를 쳤다. 급기야 아내는 "나는 자기 아내인데, 나를 사람취급안하는 것 같다. 나도 위안받고 보살핌받고 싶다. 그게 전혀 안 되지 않나. 내가 마음을 어디에 두고 살아아 하나. 그게 억울하다"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부부의 평행선같은 대화는 이후로도 자기 할 말만 하다가 길을 잃었다. 언성이 높아지다가 감정이 폭발한 부부는 둘다 "그래 이혼해"라고 선언하며 파국을 맞이했다. 
 
집을 나와 홀로 빈 가게를 찾은 남편은 화목한 가정을 바란다는 소망을 털어놓으면서도 그 전제조건으로 "아내가 경제권을 잡고 싶으면 카드값이 3백만원을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저희가 살아 남는다. 그래야 저희가 살아남고 가정이 깨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여전히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이 가정의 수위가 너무 높아서 걱정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오은영은 "남편은 돈은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인 것 같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남편에게는 어린 시절 금전적 문제를 일으킨 어머니와 이를 추궁하는 아버지간 부부싸움을 보면서 자란 트라우마가 있었다. 어머니와 같은 실수를 한 아내의 모습이 가슴에 맺혀버린 이유였다. 남편은 "제가 부모님의 삶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게 서글프다. 아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라고 고백했다.
 
심리검사 결과, 남편은 반사회성-경조증 척도가 매우높고 감정 및 충동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문제해결 방식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한 가지 방식과 감정만 고수하는 경직된 성향으로 나타났다.
 
오은영은 남편이 "걱정을 하는 것을 화를 내는 걸로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아내가 경제권을 못 내놓는 이유는 억울함이다. 아내를 사치하고 돈이나 쓰는 여자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내는 "경제권을 주게 되면 저는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돈쓰고 돌아다니는 여자'가 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부부는 자녀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한없이 애틋했다. 남편은 아내와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 큰 딸도 친자식처럼 다정하게 대했고 딸도 남편도 좋아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부부의 사이가 멀어지면서 자녀들과도 덩달아 서먹해졌다고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내는 딸들과 대화를 하면서 미안한 감정에 또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오은영 "가족으로서 기능 상실한 것 같아 우려"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한 장면.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한 장면. ⓒ MBC

 
오은영은 "보는 내내 마음이 안타까웠다. 두 분 다 외롭고 힘든 시간을 겪었기에 행복한 가정을 꿈꿨을 텐데 부부이자 가족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 같아서 우려가 된다. 정서적으로 너무 멀어졌다"고 분석했다.
 
부부의 갈등이 오래된 만큼, 이날만큼은 다른 부부들처럼 결혼생활에 대한 일상적인 조언이나 솔루션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오은영은 부부 서로의 특성을 설명해주며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조언했다.
 
또한 오은영은 "남편의 본심은 절약해서 잘 살고 싶은 것인데 받아들이는 상대는 화를 낸다고 생각해서 오해가 쌓인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남편이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고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뇌경색의 후유증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부부를 위한 해결책으로 경제권을 공동으로 나누고 집안살림과 식당 운영을 정확히 분담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서로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이혼도 고려하셔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며 "이혼을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나 부부의 기능을 상실하고 서로가 너무 파괴적이라고 느낄 정도의 결혼생활이라면 나와 가족 모두를 위해서 이혼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부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아내는 "상처를 너무 많이 받다보니까. 그래도 노력하면 나아지겠죠?"라고 여운을 남겼다. 방송은 이날 부부의 솔루션 이후 소감이나 뒷이야기는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부부가 변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는 자막을 남기며 한 가닥 희망을 남겼다.
결혼지옥 오은영 부부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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