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에 메이저리그급 최첨단 돔구장이 서울 잠실에 새롭게 조성될 예정이다. 지난 9월 18일 서울시는 기존의 잠실구장 부지에 야구장을 포함한 대규모 문화복합단지를 2026년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2031년 말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축 돔구장은 국제대회 유치가 가능한 3만 석 이상의 국내 최대 규모의 폐쇄형 돔구장을 표방하고 있다. 기존 고척스카이돔의 수용인원인 1만 6000명보다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잠실돔'은 야구 경기가 없는 날이나 오프시즌에는 K팝 콘서트 등 대규모 공연·행사도 개최할 수 있다. 공사비는 약 5000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돔구장은 야구계의 오래된 숙원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유일한 돔구장으로 키움 히어로즈가 쓰고 있는 고척스카이돔이 2016년부터 개장했지만 부족한 시설과 교통문제 등으로 아쉬움이 많았다. 현재 SSG 랜더스를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그룹(SSG)이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인천 청라에 돔구장을 짓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잠실 돔구장이 예정대로 지어진다면 국내 3번째 돔구장이 된다.
 
돔구장의 최대 장점은 우천이나 폭염, 한파 등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돔구장이 부족한 한국야구는 장마철과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잦은 우천 순연이 발생하며 시즌 정상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고, 비시즌에 열리는 국제대회 유치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잠실은 LG와 두산, 두 팀이 같은 홈구장을 함께 사용해왔다. 고척-청라-잠실까지 돔구장을 홈으로 쓰는 구단이 4팀까지 늘어나면 기후 변수 없이 리그 일정을 안정적으로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고척 스카이돔이 들어선 이후 한국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조별예선 등을 개최한 바 있다. 더 우수한 인프라와 교통편의를 갖춘 잠실 돔구장이 들어서면 더 많은 메이저급 국제대회를 유치함으로써 국내에서도 수준 높은 국제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들이 수준 높은 야구 경기를 볼 기회가 늘어난다.
 
미국과 일본 등 야구 선진국들은 돔구장을 스포츠만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잠실돔 역시 야구장과 연계하여 호텔-레스토랑-전시컨벤션센터 등 업무·상업·숙박시설까지 아우르는 최첨단 문화복합단지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라 신상권 형성을 통한 막대한 경제적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환영할 만한 돔구장 건설 소식에도 불구하고, 두산과 LG 구단, 그리고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정작 당혹스러운 반응이 먼저 나오고 있다. 바로 새로운 돔구장이 지어질 6년 동안, 집을 잃고 '셋방살이'를 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서울시는 돔구장 건설에 착공하기 위하여 2025년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뒤 기존의 잠실구장을 해체·철거하는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돔구장이 지어질 동안 대체할 홈 경기장에 대한 대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잠실을 홈으로 써왔던 두산과 LG는 잠실야구장 옆에 있는 잠실종합운동장을 야구장으로 리모델링해 임시 홈경기장으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서울시 측이 안전상의 이유로 난색을 드러내면서 어렵게 됐다. 서울시 측의 입장은 철거와 신축 공사가 진행되면 인근 길목을 모두 통제하고 차단해야 하는데, 대체 구장으로 가는 길목이 비좁아져서 야구경기 관람을 위하여 다수의 인파가 몰린다면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다.
 
하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해석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돔구장 건설은 서울시가 프로구단에 선심쓰듯 베푸는 은혜가 아니라, 지자체와 시민들의 공익을 위한 정책이다. 그렇다면 돔구장을 가장 많이 활용하게 될 홈 구단들-팬들의 입장을 배려하는 게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 1~2시즌도 아니고 6년이나 소요되는 공사인데 대체구장에 대한 복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시가 돔구장을 사업으로만 생각하면 스포츠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실무적인 측면으로 봐도 잠실종합운동장을 임시 경기장으로 사용하는게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안전사고가 걱정되는게 이유라면 사고가 나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통로를 확보하면 된다. 서울시는 통로를 만드는 게 어렵고 공사 지연 가능성을 거론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이는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며 KBO-구단과의 충분한 협의와 조사가 먼저 선행되었어야 했다.
 
끝내 잠실종합운동장을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또 다른 대안으로는 고척과 목동을 각각 나누어 사용하는 것. 혹은 인천(SSG)이나 수원(KT)에서 기존 연고팀과 홈구장을 공유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고척은 현재 키움의 홈구장이며 고척으로 오기 전까지 넥센 시절에는 목동구장을 홈으로 이용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같이 쉬운 일이 아니다. 고척돔은 이미 경기가 없는 날에도 콘서트 등 행사 대관이 이뤄지고 있어 또다른 팀이 추가된다면 일정 조율이 쉽지 않다. 목동야구장은 현재 아마추어 전용 구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데다, 인근에 주거지역이 밀집해있는 탓에 넥센 시절에도 인근 주민들이 야간 경기마다 야구장 조명과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곳이다.
 
그렇다고 엄연한 서울 연고팀들이 연고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까지 가서 더부살이를 하며 '홈경기 아닌 홈경기'를 치르는 것도 모양새가 우스워진다. 두산과 LG로서는 6년간 해마다 144경기를 모두 사실상 원정으로 치러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관중동원-팬덤구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는 야구팬들에게 돌아간다. 오늘날의 야구장은 팬들에게 단순히 야구경기만 보기 위하여 찾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즐기고 누리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들이 쌓여서 야구의 매력에 빠지고 오랫동안 팬으로 남게하는 원동력이 된다. 6년은 생각 이상으로 긴 시간이다. 단순히 홈팬들의 관람이 잠시 불편해지는 차원을 넘어 팬덤의 결집력이나 신규 팬들의 유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돔구장 건설은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명분이 좋다고 해서 지자체의 일방통행식 결정만으로 성급히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야구계와 팬들을 파트너로서 존중하고 신중하게 소통하면서 발걸음을 함께 맞춰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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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돔구장 서울시 LG트윈스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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