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축구 24세 이하 국가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최초의 3연패에 도전한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축구는 전통적으로 아시안게임에서 강세를 보였다. 1970년과 1978년 방콕 대회에서 각각 미얀마(당시 버마), 북한과 공동 우승, 1986년 서울, 2014년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단독으로 정상에 오르며 통산 5회 금메달로 최다우승을 달성했다. 은메달(1954, 1958, 1962)과 동메달(1990, 2002, 2010)가 각각 3회씩 수상했다.
 
한국 다음으로는 4회 우승의 이란, 2회 우승의 인도와 미얀마, 대만이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이란의 마지막 우승이 2002년으로 무려 21년전이고, 인도, 미얀마, 대만은 모두 1970년대 이전의 기록이다. 2000년대 이후의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해본 팀은 한국을 비롯하여 이란, 일본(2010), 카타르(2006) 네 팀이다.
 
한국축구는 아시안게임 때마다 항상 강력한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힌다. 1990년대까지는 성인대표팀 1진이 출전하던 대회였고 한국에서는 월드컵과 올림픽 다음 가는 비중의 대회로 대륙선수권인 아시안컵보다 종합대회인 아시안게임의 위상이 더 높을 정도였다.
 
2002년 대회부터 23세 이하 연령대별 대회로 바뀌었지만, 군대 문제가 걸려있는 한국선수들이 특성상 합법적인 병역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아시안게임의 비중은 결코 낮지않았다. 실제로 손흥민-황희찬-이승우-박주호 등 많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았고, 허정무나 핌 베어벡 같은 A팀 감독들이 아시안게임 감독을 병행한 경우도 많았다. 병역혜택은 아시안게임이 A매치처럼 소속팀의 의무차출에 해당되지 않는 대회임에도 한국축구가 선수 구성에서부터 항상 정예 1진에 가까운 최상의 전력을 꾸릴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강팀이라고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라는게 축구의 특징이다. 한국이 유력한 우승후보라고해서 아시안게임 정상이 마냥 호락호락했던 것만은 아니다. 한국은 1986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다시 정상에 오르기까지 무려 28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걸렸다. 짧은 대회기간동안 많은 경기수와 빡빡한 경기일정, 조직력과 판정논란, 텃세, 부상등 여러 가지 변수가 한국축구의 발목을 잡았던 경우가 많았다.
 
1998년 방콕 대회에서는 홈팀 태국에게 덜미를 잡혀 8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는 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후광과 홈어드밴티지를 등에 업고 이영표, 이운재, 이동국 등 호화멤버를 구축하여 무조건 우승을 자신했지만 준결승에서 이란에 승부차기 끝에 석패하며 동메달에 만족해야했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도 4위,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3위로 모두 결승조차 오르지 못했다.
 
한국축구가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 정상을 되찾은 것은 고 이광종 감독이 이끌던 2014년 인천 대회에서였다. 한국은 7경기 전승 무실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정상에 귀환했다. 특히 북한과의 결승전에선 연장 종료 직전 임창우의 짜릿한 결승골로 금메달을 확정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었던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2연패에 성공했다.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로 이어지는 화려한 국가대표 와일드카드 트리오에 김민재, 황희찬, 이승우 등 지금봐도 역대 최고의 호화전력을 구축하며 결승에서 라이벌 일본을 물리치고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다.
 
다만 2연속 우승도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쉽지않았다. 2014년과 2018년 대회 결승 모두 연장까지 가는 대혈전이었다. 2108년 대표팀은 예선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 덜미를 잡히고 우즈벡과의 8강전에서 난타전 끝에 4-3으로 신승하는 등 몇 번의 고비를 넘겨야했다.
 
감독과 선수들 입장에서 '아시안게임 정도는 당연히 우승해야한다.'는 분위기는 심리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금메달에 따라오는 병역혜택은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여기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지면서 때로는 오히려 역풍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손흥민이나 박주영같이 A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선수들의 경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와 병역헤택 획득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작용하며 팀보다 더 주목을 받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2018년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황의조는 당시만 해도 지명도가 높지않아 '인맥발탁'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정작 본 대회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선보이며 비난 여론을 잠재웠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코로나19로 인하여 1년 연기된 끝에 열린다. 출전 가능 연령대도 와일드카드를 제외하고 24세 이하로 1살이 늘었다.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황선홍호는 와일드카드로 백승호, 설영우, 박진섭을 발탁하고, 현재 한국축구에서 가장 핫한 스타플레이어인 이강인까지 소집하며 우승후보다운 전력을 꾸렸다. 이밖에도 홍현석, 정우영, 조영욱, 엄원상 등 K리그와 유럽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타들이 대거 가세했다.
 
한국은 바레인, 태국, 쿠웨이트와 E조에 편성됐다. 19일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21일 태국, 24일에는 바레인을 상대한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고있는 선수는 역시 이강인이다. 박지성-손흥민의 계보를 잇는 한국축구 차세대 간판스타로 꼽히는 이강인은 소속팀 PSG와 기나긴 협상 줄다리기 끝에 결국 아시안게임 합류가 확정됐다. 박지성과 손흥민이 병역혜택 덕분에 유럽 무대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갔던 것처럼, 이강인 역시 이번 아시안게임이 그의 커리어에 있어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수 있다.
 
하지만 이강인이 소속팀인 프랑스 최강 파리 생제르맹(PSG)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차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홈 경기를 치르고 20일에야 중국에 도착한다는게 변수다. 컨디션과 시차적응을 고려하면 이강인은 빨라도 조별리그 최종전인 바레인 전에서 출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강인이 주축 멤버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었다는 것도 변수다. 황선홍 감독은 토너먼트를 대비하여 이강인의 출전시간과 활용도를 조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대표팀은 역대 아시안게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전방이 공격진의 무게감이 아쉽다. 반면 2선 공격진은 A팀과 비교해도 뒤지지않을 만큼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강인을 비롯한 2선 공격진이 최전방 공격수들의 부담을 얼마나 덜어주느냐가 아시안게임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또한 이번 대회는 황선홍 감독에 대한 중간평가로서의 의미도 담고 있다. 2021년 23세 이하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황선홍 감독은 AFC 아시안컵 8강 탈락을 비롯하여 부진한 성적과 선수 선발 논란 등으로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다. 황 감독이 최종목적지인 2024 파리올림픽 본선까지 지휘봉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성과로서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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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황선홍호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축구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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