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언제까지 연기할 거냐고 물어보면 '난 은퇴 안 할 건데? 죽을 때까지 연기할 거야'라고 한다. 행여나 내가 병이라도 걸린다면 병에 걸린 역을 맡아서라도 연기하고 싶다. 늘 그렇게 많이 생각한다."
청춘스타에서 성숙한 중견 배우로 진화해가는 강동원의 연기 열정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자아냈다. 지난 13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아래 <유퀴즈>)에는 배우 강동원이 출연했다.
예능 출연이 드물기로 유명한 강동원은 무려 19년 만에 <유퀴즈>에 나왔다. 현재 강동원은 오는 27일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04년작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던 순간은 '대한민국 3대 등장 신'으로 불릴 정도로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당시 22세 강동원은 '비 오는 날 우산 속으로 뛰어는 미소년'의 이미지를 정립하며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강동원은 "개인적으로는 창피하다고 생각했다"며 쑥쓰러워했다. 개봉 이후 폭발적인 인기에도 오히려 자만하게 될까 봐 조심스러웠다고.
강동원은 배우 이전에 유명 브랜드들이 사랑하는 최고의 톱모델이기도 했다. 강동원은 한국인 모델 최초로 파리 프레타포르테 무대에 섰고, 2002년에는 거스 히딩크, 이승엽 등과 함께 대한민국을 뒤흔든 18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강동원은 "왜 그랬을까"라고 의아해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심지어 파리 런웨이에 초청 받고도 '집안 제사' 때문에 초청을 거절했다는 일화에 대해서는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랬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엉뚱한 면모를 드러냈다.
특별한 꿈도 없고 연예계 데뷔를 생각도 하지 않던 평범한 공대생이었던 강동원은,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으로 모델 일을 시작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또한 모델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받게 된 연기수업에서 운명처럼 배우의 길을 직감하게 됐다. 강동원은 "첫 수업 때 바로 알았다. 내가 연기자가 되겠구나라고 느꼈다"라고 회상했다.
'잘생긴 청춘스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강동원이 '연기력'으로 처음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은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사형수 윤수 역할이었다. 당시 강동원은 실제 사형수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 했고, 그들의 실제 모습과 디테일을 영화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호평을 받았다.
당시 역할에 몰입했던 강동원은 "1년 정도 매일 사형장에 끌려가는 꿈을 꿔서 울면서 깼다"고 회상했다. "감정에 길이 하나 더 뚫린 느낌이었다. 전혀 몰라도 되는 감정의 길이 뚫려버리니까 감정이 튀어나오는 느낌이었다"며 강동원은 영화가 끝나도 감정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던 작품으로 꼽기도 했다.
강동원은 뛰어난 미모 덕분에 오해 아닌 오해를 자주 받기도 했다.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에서 하정우와 대결하는 장면에서 '강동원에게만 벚꽃 특수효과를 넣었다'거나,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이 등장하자 후광이 비치고 종소리가 울렸다'는 등의 풍문은 유명하다. 모두 사실과 다르고 그저 착시효과였다.
본인의 실제 성격과 닮은 캐릭터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강동원은 "다 조금씩 제 안에 있는걸 극대화해서 연기한다. <전우치>같이 개구진 면도, <의형제>같이 진중한 면도 있다"고 답했다. 강동원은 즉석에서 <검사외전>에서 선보인 '붐바스틱' 댄스를 재연해보이기도 했다.
세월을 잊은 동안 외모로 유명한 강동원도 어느덧 40대가 되었다. 2-30대와의 차이에 대하여 강동원은 "많이 여유로워진 것 같다. 화도 별로 안나고, 이제는 안되면 '그래 안되는 거지'라고 넘길수 있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하지만 한편으로 강동원은 "포기하는걸 싫어한다. 시작했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걸 엄청 싫어한다."며 부드러운 외모 뒤에 가려진 승부욕을 드러냈다.
지금도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여유가 생겼다고. 하지만 강동원은 20대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그 힘든 시기를 다시 거치고 싶지 않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너무 열심히 살았다"고 고백했다.
강동원은 스스로를 '상업 영화배우'라고 정의했다. 그만큼 쉬지 않고 계속 작품활동을 꾸준히 하는 이유에 대해 "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표현하면서 누군가에게 위로도 즐거움도 스릴도 줄 수 있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즐겁다. 배우가 된 것에 후회가 없고 '이 길에 들어서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최근 출연한 <브로커>처럼 강동원은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작품에도 출연하면서 많은 책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강동원은 "제가 조금이라도 나은 사회가 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 이런 면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좋아하는 일인데 의미도 있고, 얼마나 좋냐"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강동원은 "은퇴 없이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면서도 "예능 출연은 20년쯤 뒤에"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60대가 되어 여행 예능을 함께 하자고 약속하는 것으로 유쾌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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