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U-18 야구 월드컵 동메달이 확정된 직후 선수들에게 물세례를 받은 이영복 대표팀 감독.
박장식
여러 변수로 인해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번 U-18 야구 월드컵. 선수단 못지 않게 코칭스태프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이영복 감독은 석연찮은 판정에 항의를 이어가기도 했다가 대회 기간 도중 WBSC에서 징계를 받는 등 '수난'을 꽤나 겪었다.
그럼에도 2011년 대표팀 감독으로 은메달을 석권한 이후 12년 만에 다시금 동메달을 따내며 선수들에게 국제무대 두 번째 메달을 만든 이영복(충암고) 감독. 그래서인지 대회가 끝난 직후 덕아웃 앞에서 만난 이영복 감독은 후련한 표정이었다.
동메달 확정 직후 선수단의 '아이스박스 물세례'를 받은 뒤 소매 안에 들어간 물을 애써 빼내면서도 너털웃음을 지었던 이 감독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든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동메달이지만, 우리에게는 금메달 이상"이라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우리 선수들, 대만과 일본에 뒤지지 않아"
이영복 감독은 대회가 모두 마무리 된 뒤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아서 힘들었다. 이번 대회처럼 힘든 대회가 없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먼저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잘 해준 덕분에 동메달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모든 상황이 우리 팀을 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해냈다"며 웃었다.
그러며 이 감독은 "이 동메달은 금메달 이상"이라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일본이나 대만 아이들에게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 이 감독은 "날씨와 같은 변수에 어려움이 컸다. 그런 만큼 다음에 이 멤버 그대로 대만이나 일본을 만나면 꼭 이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2년 만에 대표팀을 다시 맡았던 소회는 어떨까. 이영복 감독은 "게임이 어떻게 하느냐보다도 날씨라든가, 여러 변수들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면서도, "대표팀에서 뛰어준 우리 아이들과 원 팀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고, 그 덕분에 끝까지 잘 싸워 메달을 얻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영복 감독과 동행한 충암고 출신 선수들 역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2학년 박근우 선수는 이번 대회 평균자책점 '0'의 역투를 펼쳤고, 이충현 선수도 동메달 결정전 한국의 승리를 확정짓는 슈퍼캐치를 선보였다. 호타준족 조현민의 활약은 방송사 스포츠뉴스의 하이라이트를 점령했을 정도였다.
이 감독은 "근우도 너무 잘 했고, 충현이도 훌륭했다. 특히 현민이는 정말 대단했다. 현민이 덕분에 슈퍼라운드를 갔다고 생각한다"며, "학교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했기에 그 역할을 대표팀에서 하리라고 기대하고 데려왔다. 특히 멕시코와의 경기 때 '개구리번트'로 타점을 만들지 못했다면 슈퍼라운드 못 갈 뻔했다"고 웃었다.
혹사 논란에... "지난 대회보다 덜했는데, 대회 도중 비판 아쉬워"
이영복 감독은 대회 도중 WBSC와의 마찰이 심한 편이었다. 특히 석연치 않은 서스펜디드 경기나 힘든 일정, 판정 문제 등이 많았다. 특히 그 갈등은 네덜란드전의 감독 출장 불가 징계로 표면에 드러났다. 네덜란드전에 출장하지 못했던 이유를 이 감독에게 물었다.
"징계까지 갈 일이 아니었다. 선수단 호텔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우리와의 앞선 경기에서 아쉬운 판정을 많이 했던 구심을 마주쳤다. 심판이 먼저 기분 나쁘게 어깨를 툭툭 밀면서 인사했는데, 앞선 판정을 그렇게 해놔서 싸워 놓고, 어깨를 치면서 인사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 이영복 감독의 항변이다.
이 감독은 "그래서 구심의 손을 뿌리치고 '이렇게 하지 말고 심판 판정을 제대로 봐 달라'라고 말을 했는데, 이 때문에 오해의 여지가 생겼다"며, "나도 없는 새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한 경기 출장 정지라고 했더라. 호텔에서 경기장으로 이동하려다가 영문도 모르고 호텔에 묶여 있어야 했다"며 당시의 황당함을 드러냈다.
국내에서는 김택연 선수가 대회 기간 189개의 공을 던진 것이 드러나면서 혹사 논란도 불거졌다. 이영복 감독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청소년 월드컵을 언급하며, "그때 복수의 선수들이 던진 공보다 많지 않았다. 택연이는 미국전 완봉승을 했어도 100개 단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말했다.
이 감독은 "다른 것도 아니고, 3·4위 결정전을 하기 직전에 언론이 '팀이 문제다!'라며 비난하고, 나도 직접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선수들은 이런 기사로 얼마나 흔들리겠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물론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김택연 선수가 무리한 것도 사실이고, 그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다는 것이 이영복 감독의 말.
이영복 감독은 11일 귀국해 충암고교로 복귀했다. 이 감독에게 내년 계획을 묻자 "일단 충암고 아이들을 오랫동안 못 봐서, 학교로 빨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차분하게, 1·2학년 아이들 데리고 내년 시즌 준비 단단히 하려고 한다. 대표팀은 이번에 잘 마무리했으니, 학교 일 열심히 해야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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