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씨 '버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스테이씨 '버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하이업엔터테인먼트

 
이른바 '4세대 그룹'들이 K팝의 대세로 자리 잡은 요즘이다. 2020년 전후로 데뷔한 일련의 팀들은 음원의 인기, 보이그룹 못잖은 음반 판매 강세 등을 앞세워 한국을 넘어 해외 팬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으며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 SM 등 초대형 기획사들을 중심으로 막강한 거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한 물량 공세, 다채로운 세계관의 형성은 이전 세대 그룹과는 차별화된 4세대 아이돌의 개성으로 자리 잡았다. 음반 수록곡 전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다거나 데뷔와 동시에 각종 인기 순위를 석권할 수 있는 것도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이들 회사들의 전유물처럼 자리 잡았다. 

반면 중견 기획사, 신생 업체들은 시장에서 자리 잡기가 갈수록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아랑곳없이 개성 넘치는 음악으로 팬들을 사로잡으면서 착실하게 성장하는 팀들도 분명 존재한다. 최근 신곡 '버블(Bubble)'이 수록된 미니 음반 < TEENFRESH >를 내놓고 다시 한번 시동을 건 스테이씨(STAYC)가 그 주인공이다. 

"동그라미, 정답만 원하는 세상 속 잔소리는 버블처럼 터트려 버려"  
 
 스테이씨 '버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스테이씨 '버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하이업엔터테인먼트

 
블랙아이드필승이 만든 신작 음반의 머릿곡 'Bubble'은 스테이씨가 지금까지 해왔던 음악의 집대성이다. 톡 쏘는 청량감 넘치는 사운드의 대향연은 자신들을 표현해온 장르이자 이번 음반 제목처럼 "틴프레시란 이런 것이다"를 증명한다. 기존의 인트로 대신 단순하게 외치는 팀명 "S-T-A-Y-C!"와 경쾌한 현악기 연주로 시작되는 'Bubble'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은유적인 가사로 녹여내면서 주체적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와 같은 이야기의 전개는 요즘 케이팝에서 가장 흔한 주제이기도 하지만 스테이씨는 거친 질감의 직설적인 화법보단 10대 소녀의 감성에 녹여낸 응원의 메시지를 만들어 냈다. '색안경'(2021)과 더불어 'Bubble'은 스테이씨표 위로의 노래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

​특정 멤버에 집중되지 않고 6명의 인원이 고른 배분으로 보컬과 랩을 소화하는 등 마치 "탄탄한 조직력을 보여주는 스포츠 팀" 같은 케미를 녹여내는 건 스테이씨의 음악의 또 다른 강점이다. 이어지는 'I Wanna Do', 'Be Mine' 등 타 작곡가 중심의 수록곡 구성은 장르의 다양성을 충족하는 것과 동시에 일관성 있는 노랫말로 역시 신보의 기조를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틱톡 겨냥 스페드 업 버전 수록... 홍진경의 MV 깜짝 출연
 
 스테이씨 '버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스테이씨 '버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하이업엔터테인먼트

 
신보 < TEENFRESH >에는 무려 3가지 버전의 'Bubble'이 수록되어 눈길을 모은다. 오리지널 버전과 더불어 영어 버전, 그리고 속도를 2배가량 빠르게 재생한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의 등장은 케이팝 인기곡 배출의 또 다른 통로인 SNS '틱톡'을 겨냥한 의도이기도 하다. 주로 전문 리믹서, 틱톡 사용자들이 빠른 속도로 손을 본 노래들은 피프티 피프티의 'Cupid'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챌린지, 리믹스 과정을 거쳐 글로벌 인기 점화의 기폭제 역할을 담당했다. 

​OTT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를 짧은 시간에 보기 위해 재생 속도를 빠르게 조절하는 것 마냥 이와 같은 노래의 보정은 틱톡 공간에서 하나의 놀이이자 유행을 거쳐 이젠 필수 수단처럼 자리 잡았다. 이에 원곡 가수의 음반에도 이러한 '스페드 업' 버전을 수록해 재미뿐만 아니라 SNS상에서의 활용성을 극대화시켰다.  

​한편 'Bubble' 뮤직 비디오에는 최근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홍김동전>을 통해 여전한 예능감을 보여주는 홍진경이 특별출연해 눈길을 모은다. 극 중 스테이씨가 살고 있는 가상의 기숙사 사감으로 등장한 그는 건물 밖으로 탈출하려는 멤버들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줘 웃음을 선사한다. 이와 같은 홍진경의 존재는 재미 유발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어른들의 간섭"을 대표하는 인물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가장 잘하는 음악의 극대화
 
 스테이씨 '버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스테이씨 '버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하이업엔터테인먼트

 
​유독 스테이씨의 노래들은 발표 후 시간이 다소 지난 후에 강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본격적으로 팀의 이름을 널리 알린 'ASAP'(2021년)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를 강타했던 'Teddy Bear', 지난 16일 공개한 'Bubble'로 이어진 일련의 인기곡들은 '슬로우 스타터'라 불러도 좋을 만큼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쌓이면서 팬들을 사로잡고 인기 상승을 이끌어 내는 독특한 행보를 보여 줬다.

그간 주로 "STAYC Girls, it's Going down'이라는 인트로 구호를 앞세운 바 있는 스테이씨의 음악은 '틴프레시'라는 일관된 주제와 더불어 긍정의 메시지, 밝고 활기찬 멜로디로 장식하면서 자신만의 차별화를 이뤘다. 해외 유수의 작곡가들과 손을 잡고 작업하는 타 팀과 다르게 소속사 사장 라도가 이끄는 인기 프로듀싱팀 '블랙아이드필승'의 작품으로만 타이틀곡을 잡으면서 통일된 이미지를 형성해왔다.

이와 같은 기획은 자칫 변화 없이 뻔한 음악만 들려줄 수도 있는 위험 요소를 지녔지만 오히려 신선한 기운을 가득 채운 작품들로 사람들을 만족시켜왔고 이와 같은 기조는 신작 < TEENFRESH >에서 'Bubble' 뮤직비디오 속 궁전처럼 더욱 굳건하게 틀을 다져 놓았다. 가장 잘하는 음악의 극대화를 통해 스테이씨는 자기 자신을 장르로 만드는 성과를 이번에도 얻어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스테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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