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호자>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보호자>의 기본 얼개는 익숙하다. 주인공과 여자친구, 딸의 관계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간편한 설정으로 가득하다.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은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했던 민서를 만난다. 그는 그제야 민서가 임신했고, 10년 동안 혼자서 딸을 키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심지어 암에 걸린 채로. 수혁은 이제라도 여자친구와 딸 곁에 남기로 결심하고, 민서의 부탁대로 평범하게 살려한다.
하지만 그의 결심 앞에는 과거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가 몸담았던 조직이 그를 자유롭게 두지 않는다. 수혁, 응국, 성준의 삼각관계도 새롭지는 않다. 조직을 떠나고 싶어 하는 과거의 2인자 수혁. 그런 동생을 이해하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 1인자 응국. 예나 지금이나 수혁만 챙기는 큰형이 미운 현재 2인자 성준. 한국 누아르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수없이 봐온 삼자대면이 펼쳐진다.
클리셰 홍수 속에서 제목과 소재는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한다. 영화는 '평범함'과 '보호자'라는 두 키워드를 내세워 이야기를 끌고 간다. 평범하게 살기로 마음먹은 수혁은 과거 동료를 만나 회포를 푼다. 응국은 그런 수혁을 비웃는다. 대조적인 두 장면에는 평범한 삶에 대한 자조와 회의가 담겨 있는 듯 보인다.
'보호자'라는 키워드도 거듭 언급된다. 민서가 사망했을 때 간호사는 수혁을 보호자라고 반복해서 호칭한다. 또 수혁은 딸이 인질로 잡혔을 때도, 결말에 도달해서도 자기를 아빠가 아닌 보호자로 소개한다. 민서와 약속한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끝내 보호자로 남는 듯하다.
문제는 수혁의 서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이야기와 설정이 새롭지 않다고 판단해서인지 영화는 많은 내용을 생략했다. 그 결과 관객은 스스로 이야기를 추측해야 한다. 자연히 영화는 진부해지고 재미도 떨어진다.
액션에 승부를 걸다
이에 제작진은 확실한 선택과 집중을 보여준다. 시나리오는 장르적 관성에 맡기고, 대신 디테일한 부분에서 새로움을 추구한다. 액션이 대표적이다. 한국적이지 않고 이질적인 장치가 여럿 등장해 눈길을 끈다. 사제 네일건, <스피어더맨> 시리즈 속 그린 고블린이 사용할 법한 폭탄 등.
캐릭터 별로 액션을 구분해 직관적인 재미를 주려고 노력한 지점도 인상적이다. 일례로 수혁에게 자동차는 분신과도 같다. 10년 전에 사용하던 승용차와의 재회가 그의 첫 등장일 정도. 자연히 그의 액션은 자동차 비중이 크다. 몸으로 부딪힐 만한 장면에서도 최대한 차를 활용한다. 호텔 건물 정문과 로비를 차로 뚫고 들어가서 성준의 부하들과 싸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성준은 작중 유일하게 총을 사용하며, 그의 부하들도 주로 맨몸 액션을 선보인다. 성준이라는 인물이 불안과 열등감, 질투심에 찌들어 있는 만큼 그 감정을 더 날카롭게 강조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우진과 진아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결의 액션을 보여주면서 영화에 생동감을 더한다. 이 커플은 폭력을 게임처럼 생각한다. 즉각적인 재미와 쾌감을 추구하는 그들의 액션은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영화에 숨통을 틔어준다.
실패로 귀결된 승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