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 포스터.
미디어나무, 스튜디오 에이드
"난 보수주의자다. 경제학을 했고 개발 쪽에서 일했다. 새만금도 잘 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많이 반성하고 성찰했다. 앞으로 이런 영화 계속, 계속 만들어 달라."
다큐멘터리 <수라> 황윤 감독이 "너무 감동적"이라며 소개한 어느 6070 통영 관객의 당부다. 새만금 간척과 전북 군산의 수라 갯벌을 소재로 한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수라>가 6주차를 맞았다. 누적 관객은 3만6천 명이다(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7월 26일 집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얼어붙은 극장가 상황을 감안하고 독립예술영화들의 상영 조건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26일 <수라>는 8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개봉 6주차 상영관은 독립예술전영관을 중심으로 22개를 유지 중이다. 돌풍을 이어가는 진원은 공동체 상영이다. 개봉 엿새 만에 2만 명을 동원한 <수라>는 개봉 전후 전국을 돌며 공동체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영화의 위기 속다. 더 큰 타격을 받는 쪽은 독립예술영화일 수밖에 없다. <수라>의 더디지만 은근하고 묵직한 장기 상영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원동력은 100개 극장을 필두로 한 자발적인 관객들의 응원이라 할 수 있다. <수라>는 개봉 당일 전국 70개 극장에서 동시 상영했다. 100개 극장 추진단의 사전 후원 덕택이다. <수라> 황윤 감독은 <작별>(2001)을 시작으로 <어느 날 그 길에서>(2006)와 <잡식가족의 딜레마>(2014)를 통해 생태와 동물 이슈에 천착해 왔다. 독립 다큐계에서도 흔치 않은 행보다.
그런 감독의 작품 세계를 응원하고 공감하는 관객들이 '100개 극장 추진단'으로 모였다. 강릉, 광주, 울산, 제주, 수원, 부산, 인천,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인 시사회를 수십 차례 열었다. 요즘 말로 '내 돈 내 산' 관객 배급 켐페인이다. 이렇게 모인 자발적인 관객만 4천 명이 넘었다. 생태와 환경, 교육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단체들이 동참했다. 그런 관객들의 힘으로 인해 전국 각지의 스크린이 열렸다. 전국 갯벌의 3%를 차지한다는 통영 역시 그런 지역의 하나였다.
"'100개의 극장' 통영 추진단이 6/21 <수라>를 통영에서 개봉시켰을 뿐 아니라 다시 뭉쳐 이번 상영회를 열었다. 생태문화시민학교 최광수 이사장님을 필두로 많은 분들이 애써주셨고, 지속가능발전 교육재단 청년 활동가들의 푸릇푸릇한 열정 너무 좋았다. 귀한 어린이 관객들이 대화 끝까지 경청해 주어 고마웠다."
- 지난 23일 황윤 감독 페이스북 글 중에서
<수라>의 놀라운 행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