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더 데이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동일본 지역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지진이 덮친다. 후쿠시마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었는데, 경보가 발령되며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두가 원전에서 떨어져 있는 면진중요동으로 대피한다. 와중에 15m에 달하는 쓰나미가 몰려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강타한다. 지상은 물론 지하까지 침수되며 발전소 내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 거기에 언제 발전소가 폭발할지 알 수 없다. 제1원전 요시다 마사오 소장이 진두지휘한다.
하지만 정작 총리대신 이하 정부 고위 관리들은 사태를 제대로 알지도 못할뿐더러 조금씩 알아가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안 하고 있다는 게 맞겠다. 현장을 이끄는 요시다 소장에게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을 내리고, 요시다는 개인적으로는 반항하지만 국가공무원으로서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따른다. 이미 원전 수소 폭발이 있었고 계속해서 방사능량이 올라가 추가 대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빠른 대응이 필요한데...
한편 원전 내부에 남아 있는 필수 인력들은 목숨을 걸고 조를 짜서 밸브를 개방하기 위해 방사능량이 한계치를 훌쩍 넘어선 곳으로 향한다. 그래야 원전을 다시 가동해 노심 냉각을 위한 냉각수 공급 순환 펌프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요시다 소장이 노심 냉각을 위해 해수를 가져다 쓰는 방법, 소방차로 물을 공급하는 방법 등을 고심하지만 여의치 않다. 과연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운명은?
자연재해 아닌 인재인 이유
잘 알려져 있다시피,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 여파가 일본은 물론 전 세계를 흔들 것이다. 그런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을 보면, 안타깝고 또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띈다. '그때 왜 그런 결정을 해야 했을까?' 하고 말이다. 지진이 나고 쓰나미가 닥친 건 자연재해라고 하지만 이후 대응에서 인재라고 하는 이유다.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이라면 단연 원자로를 식히는 데 해수를 발 빠르게 이용하지 않은 것이다. 고위층 입장에선 해수를 끌어오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이유였는데,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을 것이다. 결국 비교가 불가할 정도의 차원이 다른 손실을 입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토록 심각한 상황을 총리대신 이하 정부의 핵심 고위층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이뿐만 아니다. 엉망인 대응이 복합적이었는데, 상하 구조와 분업화가 확실한 일본식 관료주의가 문제의 중심에 있다. 자기 일이 아니면 아예 모르거니와 자연스레 책임을 타 부서 혹은 부하 직원에게 떠넘기는데, 정작 자기 일에 대해 가장 잘 알아야 할 기업의 대표라는 작자가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라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능의 극치이자 총체적 난국.
작품 자체로 박수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