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갑자기 생긴 가게>에서 '첫차'를 연출한 박서진 감독.
박서진 제공
올해로 18회를 맞는 부산국제청소년어린이영화제(아래 비키, BIKY)를 상징하는 여러 프로그램 중 '리본 더 비키'는 지역 사회와 국제 사회, 그리고 어린이 청소년이 함께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잠시 쉬어가기도 했던 해당 부문이 올해 부활했고, 이집트, 수단, 중국 등의 학생들이 영화를 보내와 상영 중이다.
이 중 전라북도 순창 출신 박서진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여균동 감독이 주축이 된 '사회적협동조합 우리영화만들자'에서 영화 캠프를 주최했고, 박서진 감독을 비롯해 지역 학생들이 지난 2020년 2월 1일부터 한 달간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물인 <갑자기 생긴 가게>는 총 세 편의 단편 <사물의 말> <첫차> <시계>가 모인 옴니버스 영화다.
재기발랄한 상상력
두 번째 에피소드인 <첫차>를 연출했고, <갑자기 생긴 가게>의 대표 감독을 맡은 박서진 감독은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고, 이제 고3이 됐다. 말 그대로 동네에 갑자기 생긴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에 신비한 힘이 있다는 상상에서 비롯된 작품을 두고 박 감독은 "비록 전체 감독으로 인터뷰를 제가 하지만 구성원들이 다 노력한 결과로 비키에서 상영될 수 있었다. 청소년들이 이런 기회를 갖게 도와준 순창군과 여균동 감독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박서진 감독의 <첫차>는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학생이 가게에서 반지를 구한 뒤 사람들의 첫사랑 상황이 눈에 보이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선생님이 사랑하는 대상을 알게 된 주인공이 첫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박서진 감독이 직접 서진 역도 맡아 연기했다.
"유튜브 쇼츠(1분 이내의 짧은 영상)를 보다가 첫사랑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여러 사람들이 저마다 생각하는 첫사랑의 정의를 담은 영상이었는데 그걸 보고 전 첫사랑을 어떻게 정의할까 궁금증이 생겨서 지금의 작품을 만들게 됐다. 첫차에 첫사랑을 부여한 이유는 (3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생각인데, 첫차라는 게 이른 시간 처음 오는 차잖나. 첫사랑도 나이가 몇 살이든 사랑에 미숙할 때 찾아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첫차를 놓쳤어도 다음 차가 오니까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듯 사랑도 다음에 오지 않는 게 아니기에 절망할 필요없다는 생각이었다."
제법 성숙한 정의를 품고 있던 박서진은 함께 팀이 된 학생들과 지금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사물의 말이 들리게 하는 알약을 소재로 한 <사물의 말> 팀, 귀농 청소년의 어려움을 시간을 되돌리는 시계를 통해 그려낸 <시계> 팀이 한 달간 여러 아이디어를 나누며 지금의 영화 구성을 택하게 됐다고 한다.
"영화 캠프라는 게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아이디어를 적용할 기회를 준다. 첫 시간에 각자 아이디어를 발표할 시간이 있었고, 결이 맞는 사람들끼리 팀을 짜주었다. 우리도 각자 아이디어를 어떻게 최대한 반영할까 고민하다가 어떤 가게에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걸로 설정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영화 제목도 '그런 가게가 세상에 어딨어?' 하는 물음에 '있어, 갑자기 생긴 거야'라는 한 친구에 말에서 나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