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구분도 못하던 원작의 손오공은 영화에서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술실력을 뽐내는 철없는 10대 청소년으로 각색됐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드래곤볼 에볼루션>은 1984년부터 1995년까지 연재되면서 단행본 42권이 발매됐던 토리야마 아키라 작가의 만화 <드래곤볼>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드래곤볼>은 일본 현지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만화로 세계적으로 2억 부 이상이 판매부수를 기록한 일본 만화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다. <드래곤볼>은 정식 연재가 끝난 지 2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양한 버전의 후속작 및 외전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드래곤볼 에볼루션>은 공포영화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와 이연걸 주연의 <더 원>을 만들었던 중국계 미국 감독 제임스 왕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공교롭게도 제임스 왕 감독은 <드래곤볼 에볼루션>을 끝으로 할리우드에서 감독 커리어가 끝났다). <드래곤볼 에볼루션>은 방대한 <드래곤볼>의 세계관 중에서 손오공(저스틴 채트윈 분)이 피콜로 대마왕(제임스 마스터스 분)을 물리치고 드래곤볼을 모아 소원을 이루는 초반 부분을 다루고 있다.
장편만화를 영화화하다 보면 각색과 재해석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관객들도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다. 개성 있는 각색은 실사 영화만의 독창적인 매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드래곤볼 에볼루션>은 원작의 기본 설정을 무시할 정도로 원작파괴가 심했다. 특히 남녀의 성별을 구분하지도 못하는 순수한 소년이었던 손오공은 여자친구 치치(제이미 정 분)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할아버지에게 배운 무술로 일진들을 혼내주는 청소년으로 그려진다.
<드래곤볼 에볼루션>은 손오공의 등장부터 소년기 마지막 이야기인 피콜로 대마왕과의 사투까지 이어지는 긴 스토리를 85분의 짧은 시간으로 압축하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부분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드래곤볼 에볼루션>에는 손오공의 소년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크리닝과 천진반, 차오즈, 오룡, 푸알, 레드리본군, 피라후, 야지로베, 우마왕 같은 주·조연급 캐릭터들이 모두 삭제됐다.
<드래곤볼 에볼루션>은 좀처럼 의견이 일치하지 않기로 유명한 평론가들과 관객들을 대동단결(?)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드래곤볼 에볼루션>은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15%, 관객점수 20%를 받았고 N포털사이트에서도 평론가 평점 2.94점, 관객평점 3.22점을 받았다(10점 만점).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피콜로와 손오공의 마지막 전투 신은 원작의 속도감과 박력, 그리고 긴장감을 전혀 살려내지 못했다.
해리 포터-피터 파커가 되지 못한 손오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