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인베이젼> 드라마의 한 장면

▲ <시크릿 인베이젼> 드라마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구를 위협하는 존재들에 맞서는 '어벤져스' 멤버들을 모은 설계자이자 국제 안보 기관 '쉴드'의 전 국장인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분)는 타노스의 '핑거스냅'으로 인해 우주 생명체의 절반이 사라졌다가 헐크의 핑거스냅으로 되돌아온 '블립'을 겪은 후 우주정거장 '세이버'에 머문다. 

이후 지구 곳곳에서 테러를 벌이는 정체불명의 조직에 대한 정보를 들은 닉 퓨리는 지구로 돌아온다. 오랜 파트너인 쉴드의 전 부국장 마리아 힐(코비 스멀더스 분), 자유로이 변신이 가능한 외계종족 스크럴의 수장 탈로스(벤 멘델슨 분)와 함께 테러 조직에 대해 조사하던 닉 퓨리는 배후에 스크럴 가운데 인간에게 적대적인 세력의 리더인 그래빅(킹슬리 벤-아딜 분)과 탈로스의 딸 가이아(에밀리아 클라크 분)가 존재함을 알게 된다.

마블 스튜디오는 2021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인 <완다비전>을 선보인 이래 <팔콘과 윈터 솔져>(2021), <로키>(2021), <호크아이>(2021), <문나이트>(2022), <미즈 마블>(2022), <변호사 쉬헐크>(2022)까지 시트콤 오마주, 첩보 액션, 멀티버스 어드벤쳐, 범죄 수사, 청소년 성장, 심리 스릴러, 법정 코미디 등 다양한 스타일의 슈퍼히어로 드라마를 내놓았다.

6월 21일부터 7월 26일까지 매주 수요일에 한 편씩 공개하는 6부작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젼>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여덟 번째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이자 멀티버스 사가의 두 번째 장으로 영화 6편(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가디언즈 갤럭시: Volume3, 더 마블스, 데드풀 3, 썬더볼츠, 블레이드)과 드라마 6편(시크릿 인베이젼, 로키 시즌2, 에코, 아이언하트, 애거사: 코븐 오브 카오스, 데어데블: 본 어게인)으로 구성된 '페이즈 5'에 속한다. 연출은 영화, 시리즈뿐만 아니라 다큐멘터, 뮤직비디오, 광고 등 다방면에 걸쳐 맹활약을 펼치는 엘리 셀림 감독이 맡았다.
 
<시크릿 인베이젼> 드라마의 한 장면

▲ <시크릿 인베이젼> 드라마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젼>은 마블 코믹스에서 2008년에 나온 동명의 이벤트를 바탕으로 삼았다.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외계종족 스크럴과 지구의 전쟁을 다룬 원작은 <시크릿 워> <시빌 워> 등 당시 다른 마블 코믹스의 이벤트와 마찬가지로 9·11 이후 미국의 공포와 불안을 반영했다. 디즈니+가 국내 언론에 선공개한 <시크릿 인베이젼> 1, 2화를 보면 드라마는 원작의 '스크럴과 지구의 전쟁'이란 기본적인 설정을 가져오되 상당한 각색이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언맨>(2008)의 쿠키 영상에 처음 등장한 쉴드의 전 국장 닉 퓨리는 어벤져스를 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았지만, 정작 다른 어벤져스 원년 멤버들(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헐크)과 달리 단독 영화 또는 드라마로 다뤄진 바가 없다.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젼>의 주인공은 닉 퓨리다. 배우 사무엘 L. 잭슨은 "닉 퓨리의 삶으로 깊숙이 들어가 그동안 아무도 알지 못했던 모습부터 그의 삶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전한다.

그런데 <시크릿 인베이젼>의 닉 퓨리는 우리가 알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동료들은 그가 블립 이후 달라졌다고 말한다. 어벤져스를 만들었던 닉 퓨리는 타노스를 막을 수 없었다는 좌절감과 스크럴에게 새로운 집을 구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블립'이 슈퍼히어로에게 끼친 영향을 자세히 묘사하는 최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이 아닐까 싶다.
 
<시크릿 인베이젼> 드라마의 한 장면

▲ <시크릿 인베이젼> 드라마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래빅이 이끄는 스크럴 강경주의파는 단순히 선과 악의 잣대로 보기 곤란하다. 수십 년 동안 스크럴은 새로운 집을 구해주겠다는 캡틴 마블과 닉 퓨리의 약속을 믿고 인간에게 적극 협력했다. 심지어 닉 퓨리는 지구를 보호하겠다는 목적 아래 일부 스크럴들을 정보원으로 쓰기도 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데다 닉 퓨리마저 사라지자, 스크럴 내부엔 불만이 쌓여갔고 급기야 새로운 세대가 외모를 바꾸는 스크럴의 능력을 악용하여 국가 간에 오해를 야기해 전쟁 등 혼란을 틈타 지구를 빼앗겠다고 나선다. 

<시크릿 인베이젼>의 풍경들엔 가짜뉴스와 음모론, 선동과 분열, 이민자 혐오와 난민 사태, 테러와 신냉전, 지난 20년 동안 미군을 도운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문제 등 현실 세계가 놀랍도록 투영되어 있다. 프로듀서 조너선 슈워츠는 "인내와 외교적 노력의 한계를 느낀 실향민 집단이 분열을 겪으며 저항을 시작하는 실제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고 밝힌다. 엘리 셀림 감독은 "'시크릿 인베이젼'은 그래빅이 어떻게 불만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탐구한다"고 설명한다.

"테러리스트는 누구고 왜 그들은 테러리스트인가? 미국에선 우리가 착하고 그들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한다. 내게 흥미로운 건 다음과 같은 질문이다. 국가로서 우리는 이 사람들이 태어난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시크릿 인베이젼> 드라마의 한 장면

▲ <시크릿 인베이젼> 드라마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크릿 인베이젼>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를 떠올리게 하는 정치색이 물씬 풍기는 첩보 스릴러 스타일의 슈퍼히어로물이다. 사무엘 L. 잭슨, 코비 스멀더스, 벤 멘델슨 외에 전직 CIA 요원 에버렛 로스 역의 마틴 프리먼, 현역 미국 장교 제임스 로드/워 머신 역의 돈 치들 등 친숙한 얼굴이 다수 나온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8)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올리비아 콜맨,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에밀리아 클라크, 영화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2020)에서 말콤 엑스 역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킹슬리 벤-아딜 등 새롭게 합류한 배우 역시 주목할 만하다. 

최근 많은 사람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에 실망하는 상황에서 <시크릿 인베이젼>은 신선한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적어도 선공개한 1, 2화까지만 보면 그렇다. <캡틴 마블>의 내용과 이어진 탓에 마치 비공식 속편 내지 스핀오프로 느껴지는 <시크릿 인베이젼>은 11월 국내 개봉 예정인 영화 <더 마블스>와 직접적으로 연계된다는 소식이다. 닉 퓨리가 (극 중에서 말하는) '나의 전쟁'을 어떻게 끝내고 <더 마블스>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궁금하다. 혹시 아나? <시크릿 인베이젼>으로 닉 퓨리가 퇴장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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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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