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 포스터.넷플릭스
해병대 출신의 25살 김건우와 27살 홍우진은 복싱 대회 결승전에서 우연히 만난다. 인파이터 건우가 아웃파이터 우진을 박살 낸다. 우직하고 착하디 착한 건우가 우진에게 밥을 사 주며 친해진다. 정 많고 말도 많은 우진도 건우가 좋다. 그런데 건우의 엄마가 코로나 때문에 카페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해 사채에 손을 뻗었다가, 큰 빚을 진 것도 모자라 건우가 크게 다친다. 알고 보니 건우의 엄마는 사실상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한편 사채업계의 전설 최태호는 수양딸 차현주가 걱정되어 그녀 옆에 경호원을 한 명 붙여 주려 한다. 우여곡절 끝에 건우가 뽑히고 최태호는 그에게 선불로 1억 원을 건넨다. 엄마의 빚을 모두 갚을 수 있게 된 건우는 최태호를 위해 목숨도 바칠 듯하다. 우진도 건우와 함께 현주의 경호원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건우의 엄마와 건우에게 큰 피해를 입힌 사채업자 김명길의 마수는 여전하다. 알고 보니 김명길은 과거 최태호의 직원이었고 그의 돈을 탐내 그를 불구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김명길 일당은 사채업을 악랄하게 이용해 큰돈을 버는 건 물론 사람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죽이는 걸 밥 먹듯이 하는 악한이다. 10년 동안 두문분출하며 돈 없고 선량한 이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융통해 줬던 최태호는 결국 김명길과 맞붙게 된다. 최태호 조직이 김명길의 최측근 둘을 제압하며 김명길의 숨통을 조이는 데 성공하는 듯한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 크게 요동친다. 과연 권선징악은 실행될 것인가?
김새론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2014년 <미생>의 대대적인 성공 이후 웹툰 원작 영상 콘텐츠들이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전방위적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다. 매년 제작편수와 더불어 매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입증된 작품성과 탄탄한 팬층, 그리고 영상화되어도 충분한 스토리와 메시지 등 덕분이겠다. 와중에 또 하나의 웹툰 원작 문제작이 찾아왔다. 네이버 웹툰 <사냥개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이다.
<사냥개들>은 영화 <코알라> <청년경찰> <사자> <멍뭉이> 등을 연출(각본)하며 유명세를 떨친 김주환 감독의 첫 드라마(시리즈)로 기대를 모았다. 그의 필모를 들여다보면 주인공인 두 남자의 조합과 활약이 눈에 띈다. 이른바 버디 무비로서 즐기는 맛이 제격이다. <사냥개들>의 경우 <코알라>에서처럼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조합이 기대되었다.
그런데 김새론 리스크가 터졌다. 촬영 후반부였던 작년 5월에 주인공 김현주 역의 김새론이 음주운전으로 기물파손 후 도주했다가 체포되었던 것이다. 2023년 4월 2000만 원 벌금형이 선고되었고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김새론 리스트를 이렇게까지 자세히 말하는 이유는 공개된 <사냥개들>에서 김새론의 차현주 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차현주 역은 배역 변경 없이, 통 편집 없이 최소한의 분량으로 진행하게 되었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을 테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테지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배우를 안고 간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겠다. 일단 글로벌 차트 6위로 데뷔해 1위까지 오르며 세간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긴 했다.
말 많은 코미디와 잔인한 액션
<사냥개들>은 코믹과 액션이 주를 이룬다. 특히 해병대 듀오 중 이상이 배우가 분한 홍우진이 빛을 발하는데, 액션도 액션이지만 코믹에 중점을 둔 캐릭터다. 정 많고 말 많고 탈 많고 일 많은 부산스러운 캐릭터 말이다. 촐랑거리면 자칫 미울 수 있는데 홍우진은 밉지가 않다. 무겁게 흐를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가져갈 수 있게 시종일관 노력하고 있다. 홍우진이 유발하는 코믹이 이 시리즈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다.
해병대 듀오 중 김건우가 빛을 발하는 액션이야말로 이 시리즈가 가장 내세우는 요소다. 따로 또 같이, 이번에는 이 사람과 다음에는 저 사람과 싸우는데 권투, 이종격투기, 칼, 자동차, 오토바이, 막싸움까지 온갖 것들이 나온다. 그 와중에 김건우의 묵직하고 그래서 믿음직한 주먹이 강력하다. 그의 주먹이 남다른 이유는 생계를 위해, 죽지 않고자 휘두르기 때문일 것이다.
액션이 상당히 잔인한 편이다. 아니, 액션이 시작될 수밖에 없게 하는 악한들이 잔인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김명길 일당의 잔악한 술수에서 비롯된 액션이니 만큼 잔인하지 않을 도리가 없겠다. 그런 와중에 코믹한 장면이 끼어든다. 이를테면 사람 죽이러 가는 작전을 짜려고 모인 자리에서 장난하며 농담 따먹기나 하는 식이다. 보는 이에 따라 분위기를 환기시킨다고 느낄 수도 있겠고 분위기를 해친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아쉬운 와중에도 괜찮았다
철 지난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철이 지나야 이야기할 수 있을 이야기이기도 하겠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작품을 보면 코로나 팬데믹 시절을 배경으로 '코로나 때문에'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고 사채를 끌어다 쓴 소상공인, 심지어 재벌(!)이 피해자로 나온다. 본래 나쁜 짓을 밥 먹듯 해 온 김명길 일당이 아주 손쉽게 사기와 다름없는 짓거리를 하는 배경이 코로나 팬데믹인 것이다. 그 치가 떨리는 상황을 잘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주지했듯 김명길은 원래 나쁜 놈이었다. 그에겐 티끌만큼의 사연도 부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놈일 뿐이다. 감독 입장에서 손쉬운 선택을 했다. 입체적이지 않은 악역 대신 전체적으로 선명하기 이를 데 없는 구도를 선택했다. 권선징악, 나쁜 놈은 처단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해병대 듀오와 현재 얽혔고 김명길 일당과 과거 얽혔던 최태호 조직은 어떻게 될까? 그가 비록 선량한(?) 사채업자라고 하지만 수없이 법을 어기며 수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았는가?
전체적으로 좋았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나쁘진 않았다. 즐길 만했다. 아쉬운 건 역시 김새론 리스크였는데, 그녀가 분한 차연주 부분을 최대한 배제시킬 수밖에 없었기에 시리즈의 후반부에서 스토리가 급격히 달라지고 텐션이 급격히 떨어져, 중반부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었다. 급격히 바뀌지 않은 원래 판본을 보진 못했지만 훨씬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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