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화는 2010년 팀 버튼 감독이 만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세계 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이후 <말리퍼센트>가 7억5800만 달러,<신데렐라>가 5억4300만 달러,<정글북>이 9억66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애니메이션 실사영화는 2010년대 디즈니의 새로운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애니메이션 실사화의 성공이 이어지자 디즈니는 '디즈니 르네상스'로 불리던 1990년대의 애니메이션들을 실사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엠마 왓슨이 주연을 맡은 <미녀와 야수>가 12억7300만 달러, 2019년 윌 스미스가 지니로 변신한 <알라딘>이 10억5400만 달러의 '대박흥행'을 기록했다. 현재 한창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인어공주>가 세계시장에서 다소 고전하고 있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영화의 위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의 실사영화 중에서 현재까지 최고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영화는 단연 2019년에 개봉해 16억6300만 달러의 성적을 기록한 존 패브로 감독의 <라이온 킹>이다. 사실 <라이온 킹> 실사영화는 제작 당시부터 이미 '메가 히트'를 예상한 관객이 많았다. 1994년에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이 현재까지도 2D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기록을 보유한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라이온 킹>은 여전히 깨지지 않은 2D애니메이션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가지고 있다.

<라이온 킹>은 여전히 깨지지 않은 2D애니메이션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가지고 있다. ⓒ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월트디즈니

 
90년대 세계 애니메이션 지배한 디즈니의 위엄

1996년 고 월트 디즈니 타개 후 디즈니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실패하며 위기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디즈니는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작품을 만들었고 1989년 11월 역작 <인어공주>를 선보였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면서도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과감한 각색을 단행한 <인어공주>는 세계적으로 2억11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디즈니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렸다.

디즈니는 1990년 <코디와 생쥐구조대>가 다소 주춤했지만 1991년 11월 <미녀와 야수>로 4억2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렸고 <미녀와 야수>는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992년에 개봉한 <알라딘> 역시 당시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인 5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과 함께 주제가 < A Whole New World >가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노래상을 휩쓸 정도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디즈니 르네상스'의 정점을 찍었던 작품은 단연 1994년에 개봉했던 <라이온 킹>이었다. <라이온 킹>은 개봉 당시 세계적으로 7억8000만 달러의 높은 성적을 올렸고 2011년과 2012년 재개봉해 1억6700만 달러의 수익을 추가했다. <라이온 킹>은 국내에서도 멀티플렉스가 없던 시절 서울에서만 92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라이온킹>은 이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디즈니는 1995년 북미 원주민 문화를 소재로 한 <포카혼타스>를 선보였지만 <라이온 킹>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에 그쳤고 1996년 <노틀담의 꼽추> 역시 폭발적인 흥행과는 거리가 있었다. 1997년에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이야기를 담은 <헤라클레스>가 개봉했는데 <헤라클레스>는 '디즈니 르네상스' 시대에 나온 애니메이션들 중 <코디와 생쥐구조대>와 함께 '유이'하게 북미흥행 1억 달러를 넘기지 못했다.

1998년 중국인 주인공을 내세운 <뮬란>을 선보인 디즈니는 1999년 <타잔>으로 4억4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라이온 킹> 이후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원할 거 같았던 디즈니의 르네상스 시대는 픽사로 대표되는 3D 애니메이션의 등장과 함께 빠르게 저물었다. 2000년대 다시 침체기를 맞은 디즈니는 2010년대 들어 <라푼젤>과 <겨울왕국> 등을 앞세워 다시금 화려하게 부활했다.

디즈니 역사상 최고의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은 2019년 실사영화로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16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라이온 킹>은 2019년 실사영화로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16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월트디즈니

 
디즈니는 1989년 <인어공주>부터 1992년 <알라딘>까지 4년 연속 매년 11월에 신작을 선보였다. 하지만 <알라딘>과 <라이온 킹> 사이에는 약 1년 7개월의 공백이 있었다. 그만큼 디즈니에서 <라이온 킹> 제작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라이온 킹>은 원작 소설이나 동화가 있었던 다른 작품들과 달리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역사상 최초의 순수 각본 애니메이션이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작품을 만들었다.

재개봉 성적을 포함해 9억6800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한 <라이온 킹>은 디즈니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적지 않은 관객들이 <라이온 킹>을 디즈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애니메이션이자 대중문화 역사상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꼽는다. 실제로 <라이온 킹>은 지난 2021년 5월 미국의 영화평론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진행한 '최고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투표에서도 <미녀와 야수>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라이온 킹>은 스카의 계략에 말려 무파사가 사망하고 어린 심바가 사자의 왕국에서 쫓겨나는 전반부와 심바가 장성해 티몬, 품바와 지내다가 스카의 폭정에 비참하게 사는 어머니 사라비를 구하러 가는 후반부로 나뉜다. 특히 평화주의자였던 심바가 아버지 무파사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된 후 분노가 폭발해 스카와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여느 블록버스터 액션영화 못지 않게 스펙터클하고 박진감 넘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1990년부터 1996년까지 7년 동안 6번이나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독식했다. 이는 <라이온 킹>도 마찬가지였는데 <라이온 킹>은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한스 짐머와 영국의 가수 겸 프로듀서 엘튼 존이 음악을 담당했다. 특히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 Circle of Life >와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요즘 같으면 <라이온 킹>처럼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한 영화는 곧바로 속편 제작에 돌입항다. 하지만 1990년대 디즈니는 차기작 라인업이 밀려 있을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던 시절이었고 <라이온 킹> 속편은 극장판이 아닌 비디오으로 제작됐다 <라이온 킹2>는 왕이 된 심바의 딸 키아라와 스카의 후계자 코부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3편은 1편의 이야기를 심바가 아닌 티몬과 품바의 시점으로 따라가는 작품이다.

'하쿠나 마타타' 외치는 환상의 신스틸러
 
 '티몬과 품바'는 1995년 동명의 TV시리즈가 세 시즌에 걸쳐 방영됐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조연캐릭터였다.

'티몬과 품바'는 1995년 동명의 TV시리즈가 세 시즌에 걸쳐 방영됐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조연캐릭터였다. ⓒ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월드디즈니

 
<라이온 킹>에서 주인공 심바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가 바로 티몬과 품바였다. 티몬과 품바는 버려진 심바와 함께 생활하는 미어캣과 흑멧돼지다. 티몬과 품바는 "근심 걱정 모두 떨쳐버려"라는 의미의 "하쿠나 마타타"라는 구호(?)를 크게 유행시켰고 1995년에는 티몬과 품바를 주인공으로 한 TV시리즈가 제작되기도 했다.

심바가 아직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미성숙했던 아기사자 시절이던 <라이온 킹>의 전반부에 심바를 보호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는 바로 '프라이드 랜드'로 불리는 정글의 왕 무파사였다. 무파사는 스카의 계략에 걸려 높은 협곡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지만 초반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높은 존재감을 발휘했다. 내년에 개봉할 실사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에서는 심바가 태어나기 전의 무파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명배우 제레미 아이언스가 목소리 연기를 맡은 <라이온 킹>의 빌런 스카는 심바의 작은 아버지로 형 무파사를 죽이고 왕위를 빼앗는다. 왕위를 찬탈한 후에도 하이에나를 정글로 끌어 들이는 스카는 형수였던 사라비를 하녀취급하고 자신에게 직언을 하는 사라비를 구타하는 등 많은 악행을 저지르며 관객들로부터 미움을 한 몸에 받았다. 결국엔 심바에게 당해 절벽에서 떨어진 후 하이에나들에게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라이온 킹 디즈니 스튜디오 디즈니 르네상스 골든글로브 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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