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하는 박주호 6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수원FC와 울산 현대의 경기. 수원FC 박주호가 돌파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랭크 시내트라의 명곡 제목인 '마이 웨이(My way)'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난 나만의 길을 걸었다는 것(And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인생에서 때로는 울고 웃고, 빛나거나 혹은 후회되는 순간도 있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의 굴곡을 헤쳐온 모든 이들에 대한 헌사가 담겨있다. 그리고 박주호의 축구인생 역시 '마이 웨이'라는 한 단어로 가장 잘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박주호가 정든 축구화를 벗었다. 박주호는 6월 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울산 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17라운드 원정 경기를 마지막으로 약 16년의 프로 경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수원은 이날 1-3으로 울산에 패했고, 박주호는 은퇴 경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출전하여 경기 막판 교체될 때까지 91분을 활약했다.
킥오프 전에 박주호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이재준 수원FC 구단주와 서포터즈가 감사패를 전달했고, 원정팀이자 박주호의 친정팀인 울산 선수단도 기념 액자를 전달했다. 박주호의 아내 안나씨와 세 자녀 박나은, 박건후, 박진후 등 가족들도 모두 참석하여 은퇴를 축하했다. 경기 도중 관중석에 박주호를 위한 홈팬들의 기념 카드 섹션이 펼쳐졌고, 전반 6분에는 박주호의 등번호인 6번과 6월 6일 은퇴를 기념하며 팬들이 1분간 박수를 보내주는 감동적인 이벤트가 연출되기도 했다.
은퇴 경기를 마친 후 박주호는 팬들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면서 감정이 북받쳤는지 끝내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수원 선수단은 이별 선물로 박주호를 헹가래해주면서 그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박주호는 고별사에서 "팬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 덕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고, 축구 선수로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수 있었다"며 "축구 선수로서의 삶은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앞으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며 살아가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대기만성의 모범사례 박주호
박주호의 축구인생은 대기만성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유망주 시절에는 다른 엘리트 스타플레이어들에 비하여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차근차근 더 수준 높은 무대로 스텝업해가며 일본 2부리그에서 유럽 빅리그까지 진출하여 나름의 족적을 남겼을만큼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다
박주호는 2008년 일본 J2리그 미토 홀리호크에서 프로 데뷔하며 가시마 앤틀러스, 주빌로 이와타(이상 일본)를 거쳐 2011년부터 FC바젤(스위스)에 입단하여 유럽에 진출했다. 이후 유럽 5대 빅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하여 마인츠와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했다. 2018년부터는 K리그에서 울산과 수원FC를 거치며 커리어 말년을 보냈다.
국가대표로도 A매치 40경기에 출전했으며 2014 인천 아시안게임(U-23), 2015 호주 아시안컵, 2018 러시아 월드컵 등 굵직한 대회에서 활약했다. 유망주 시절에는 윙어로 시작했으나, 이후 프로에서는 왼쪽 측면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넘나들는 멀티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무명 선수에서 시작하여 일본-유럽을 거친 해외진출의 성공 과정, 대기만성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의 이미지 등에서 흡사한 부분이 많은 대선배 '박지성의 수비수 버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중에서도 박주호 축구인생의 전성기이자 터닝포인트는, 역시 바젤에서 마인츠(2011-2015)로 이어지는 약 5년간이라고 할수 있다. 스위스리그는 국내 팬들에게 인지도가 낮지만, 박주호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명문팀인 바젤에서 유럽진출 첫해 만에 당당히 주전자리를 꿰차고 맹활약을 펼치며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훗날 리버풀에 입단하여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하는 모하메드 살라가 당시 박주호의 룸메이트였다는 일화는 유명하고, 국제결혼을 통하여 평생의 반려자가 되는 안나 씨 역시 바젤 시절에 만났다.
박주호는 바젤에서 2시즌간 77경기에 출전하여 팀의 리그 2연패를 이끌었다. 특히 2011-2012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는 박지성이 있던 최전성기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조별리그에서 탈락시키고 16강에 올라간 것은 박주호 축구인생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또한 박주호는 16강전에서 만난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도 당시 세계 최고의 윙어로 꼽히던 아르연 로번을 틀어막는 등 좋은 활약으로 한국과 유럽에서 '신데렐라'로 떠오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바젤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박주호는 유럽 5대 빅리그로 꼽히는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하게 되고 마인츠를 거쳐 세계적인 명문 빅클럽으로 꼽히는 도르트문트까지 입단했다. 또한 국가대표에서도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출전하여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혜택을 얻었고, 2015년에는 호주 아시안컵에도 발탁되어 슈틸리케호의 준우승에 기여하며 승승장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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