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엄마 나쁜 엄마
JTBC
아이와 둘만 찍은 돌사진 옆에 아빠 사진을 끼워넣을 정도로 남편을 사랑했던 엄마는, 비록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남편에게 두 사람의 아이를 잘 키웠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다짜고짜 '철거'라며 하루 아침에 길바닥으로 내쫓길 뻔했던 경험으로 남한테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 힘있는 사람으로 내 아이를 키우고 싶었을 것이다. 엄마에게 그런 사람은 '법'을 휘두를 수 있는 '검사'였다.
그렇게 아이는 이미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검사가 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런데 자식 검사, 판사 만들고 싶은 엄마야 어디 한 둘인가, 그런데 자식이 어디 내 맘처럼 되나 말이다. 검사였던 소망이, 그저 대학만 가라, 그저 취직만 해라 이렇게 바뀌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엄마 진영순 씨(라미란 분)는 달랐다.
진영순 씨는 자식을 검사로 만들기 위해 '나쁜 엄마'가 되기로 했다. 사고를 당한 최강호(이도현 분) 검사가 겨우 의식이 돌아와서 퇴원을 했지만 계속 먹기를 거부한다. 표정을 보면 입맛이 당기는 게 있는 거 같기도 한데, 제 아무리 맛있는 걸 가져다줘도 안먹는다. 견디다 못한 엄마가 그의 입에 음식을 쑤셔넣는데, 터져나온 아들의 목소리, '배부르면 졸립단 말이야!'
엄마는 대성통곡한다. '니가 행복하라고 그런 거야~', 이 장면에서 함께 울지 않은 엄마들이 있을까? 엄마는 그랬다. 사고 전 찾아온 아들에게 밥 한 끼라도 먹고가라하자, 엄마 앞에서 단 한번도 맘 편하게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아들이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나쁜 엄마'는 밥 한 숟가락도 편하게 먹이지 않았다. 밥 먹는 아들 앞에서 채점을 하며 틀린 문제를 닦달하고, 많이 먹으면 졸립다고 식판을 빼앗고, 밥 먹는 것도 이런 식이었으니 딴 건 오죽했을까.
그런 식으로 했으니 그 산골 오지 마을에서 사법고시 수석으로 검사가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밥 한 숟가락 맘 편하게 먹지 못하게 하고 오로지 공부만을 시켰던 아들은 나쁜 엄마처럼 나쁜 검사가 되고 말았다. 우벽 그룹 손자가 관련된 사건을 잘 무마시켜준 대가로 그룹 회장 송우벽을 독대한 최강호, 돈과 힘 중 무엇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둘 다 가지고 싶습니다'란다. 그리고 그는 거침없이 차기 대권주자 오태수의 사위 자리까지 넘본다. 그 두 사람은 다름아닌 바로 최강호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죽인 당사자들이었다.
그가 진영순 씨의 아들로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검사가 될 때까지 그가 경험한 것들이 '나쁜' 것이었으니, 그러지 않는 게 외려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엄마와의 연을 끊고 대기업 아들이 되는 게, 대통령의 사위가 되는 게 어찌보면 그가 배운 사람답게 사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드라마는 우리 시대 맹목적인 모성의 서늘함을 진영순 모자를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그런데 최강호가 잡은 동아줄이 끊어졌다. 오태수에게 최강호는 사윗감이 아니었다. 이제 우벽그룹의 아들이 될 뻔했던 잘 나가던 검사는 7살 아이의 지능을 가진 '바보'로 돌아왔다.
자식이 자신을 버리고 가도 너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던 엄마, 자식이 검사만 되면, 입신양명만 하면 된다던 엄마는, 죽어가던 자식 앞에서 달라졌다. 검사면 뭐하고, 잘 나가면 뭐하나, 우선 살아있어야 그 모든 부귀영화가 의미있는 것, 엄마는 누워있는 강호 앞에서 비로소 깨닫는다. 처음엔 얼른 일어나 다시 검사로 돌아가라던 엄마는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밥 한 끼 편하게 못먹었던 강호 앞에서 무릎 끓으며 말한다. 이게 우리의 기회라고. 그렇게 강호와 진영순 씨는 이제야 비로소 다시 엄마와 아들의 시간을 살아낸다. 그저 자신이 잘못했던 시간을 보상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