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 스틸컷
Jeonju IFF
진실만 말했는데 모두가 싫어하네
마지막 다뤄지는 이야기는 '진실을 아는 자'다. 본인은 진실을 말할 뿐이지만, 듣는 이들은 끝없이 분노하게 되는 불편한 상황들을 연거푸 연결해 특별한 감상을 자아내려 시도한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잡는 애인에게 사랑이 결국 호르몬의 작용일 뿐이며 그 유효기간은 평균 2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언급하다 차이는 식의 이야기가 거듭되는 가운데 진실이 진실로 멋진 순간을 만들지 못하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내보인다.
영화는 서로 다른 세 우주에서 벌어지는 세 가지 이야기를 서로 교차하며 가까이 보면 진지하지만 조금 떨어져보면 우스운 상황을 농담하듯 그려낸다. 세 가지 이야기 모두 주인공은 제가 생각하는 완전한 삶에는 전혀 도달하지 못한 채 단절되고 암담한 상황에 놓여 있다. 어떻게든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거듭하지만 그 모두는 번번이 좌절되고 갈수록 암울해질 뿐이다.
어쩌면 산다는 것이 엉망인 것이 더 엉망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닌가, 그리하여 질서에서 무질서로의 엔트로피 법칙이 우리네 인생에도 적용되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가벼우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장면들 가운데 스쳐간다. 영화 안에 든 유머코드가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캐릭터며 구성에 있어서도 허술한 부분이 많으나, 이토록 특이한 영화가 어느 우주에선 제 역할을 할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우리가 사는 이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믿음은 그렇게 모두를 너그럽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