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EBS 편성기획 부장
EBS 홍보부 제공
교육방송인 EBS가 4월 3일부터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간다. EBS는 28일 보도자료와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4월 3일부터 총 16개의 신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편성 시간의 30% 이상 탈바꿈하는 대대적인 편성 혁신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EBS가 공사로 분리한 후 세 번째로 하는 큰 개편이다. 개편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 듣기 위해 지난 29일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EBS 사옥에서 개편 담당자인 김형준 EBS 편성기획 부장을 만났다. 다음은 김 부장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OTT 등 새로운 플랫폼 출현에 위기의식, 준비 많이 한 개편"
- EBS가 4월 3일부터 대대적인 개편을 하잖아요. 개편까지 5일 남았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제가 있는 부서가 편성기획부이고 하는 일은 프로그램 방향성 제시라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편성에서 하는 일이 달리기로 치면 어느 종목에 출전할 건지를 정하는 거와 비슷한 것 같아요. 운동화 끈 묶고 달리는 사람은 제작진인데 이번 EBS 개편이 예전에 있는 개편보다 굉장히 큰 폭으로 개편해요. 지금 제 기분은 관중 속에 서서 출발 라인에 서는 제작진을 바라보는 응원단장 같은 느낌이 들어요."
- 왜 이번에는 큰 개편을 하나요?
"지상파 방송들은 OTT 등 새로운 플랫폼이 출현해서 위기의식을 굉장히 가지고 있어요. 실제적으로 OTT를 이용하시는 시청자도 굉장히 늘어났고 광고도 OTT 쪽으로 많이 넘어 가게 되고요. 그래서 기존의 고전적인 프로그램 형태나 제작 방식으로는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 같아서 확 바꾸자고 계획했던 게 지난해 초였고요. 지난 1년 동안 준비 해왔어요."
- 개편 준비하면 보통 1년 걸리는지 아니면 이번에 오래 걸린 건가요?
"EBS에서는 보통 다음 개편을 위해 서너 달의 준비 기간을 거칩니다. 주로 하반기에 차년의 편성을 설계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개편의 경우 준비기간이 훨씬 길었습니다. 지난해 5월경에 회사 내에 교육콘텐츠개발팀을 신설했습니다. 이 팀에서 시청자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해외의 대표적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을 분석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교육 콘텐츠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까, 많은 인터뷰와 토론을 거쳐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제작진과 함께하는 일주일간의 워크숍도 진행했고요. 개편 작업에만 총 8개월 정도 걸렸으니 예년에 비해 2배 정도의 공을 들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한 개편이니 기대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 이번 개편에서 주안점으로 두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말씀을 드리면 좋은 교육 콘텐츠를 시청자들이 누릴 수 있는 게 시청자들의 권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되찾게 해드리겠다는 게 이번 개편의 주안점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 OTT 플랫폼들이 해가 바뀔수록 많이 늘어나고 이용하는 분들도 많이 늘어나잖아요. 콘텐츠 양이 굉장히 늘어난 건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편향적인 것도 있죠. 특히 교육 콘텐츠, 교양 콘텐츠의 수가 상대적인 것뿐만 아니라 절대적으로 줄어들잖아요. 그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번 개편에서는 교육 콘텐츠를 좀 더 누릴 수 있게 해드리자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어요."
- 이번 개편은 4개 영역으로 나뉘던데 왜 그렇게 하셨어요?
"EBS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요구하시는 부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EBS가 생각하기에 EBS가 꼭 해야 될 숙제 그러니까 시청자들이 지금은 원하지 않지만, 시청자가 콘텐츠를 접하고 난 뒤에 '이게 바로 우리가 봐야 할 콘텐츠였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는 선도적인 기획도 필요하고요. 이렇게 해서 그 방향을 크게 네 가지로 잡았습니다.
첫 번째는 평생 교육 콘텐츠를 큰 폭으로 확장한 건데요. <평생학교>라는 프로그램을 대표해서 매일 하루에 12개의 클래스를 3시간 연속으로 방송합니다. EBS <평생학교>라는 프로그램은 평생교육법이 있는데요. 그 평생교육법에 맞춰서 제작하고 있어요. 또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같이 한번 머리 맞대고 고민해보자는 취지의 어젠다를 제시하는 기획 방향 하나 설정했고요. 또 유아 어린이의 시청 행태가 변하고 있으니까 그에 맞춰서 새로운 구성 방식으로 유아 어린이 시청자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야 되겠다는 게 하나 있고요. 또 전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즐겁게 시청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보시기 편한 저녁 시간대에 배치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크게 4개의 전략으로 구성했습니다."
- 이번 개편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월요일부터 목요일 오후 3시간 방송되는 <평생학교>예요. 방송에서 3시간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하는 것 같은데.
"낮 1시부터 4시까지 방송할 예정인데요. 사실 EBS가 상대적으로 다른 방송에 비해 제작비가 전체적으로 넉넉하지 않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낮에 재활용되는 프로그램들이 많았어요. 저희도 낮 시간대에 새로운 프로그램 만들어서 시청자들에게 전해드리면 좋겠는데 그렇게 운영하기에는 도저히 예산 규모가 안 맞아서 고민했죠. 그러던 차에 그래도 낮 시간대, 주 시청 시간, 주 시청 대상이신 중장년층 위해서 체계적이고 유익한 콘텐츠를 방송해야 겠다는 목표를 잡았죠.
물론 유튜브 같은 데에도 좋은 콘텐츠가 많지만, 신뢰도 떨어지는 콘텐츠도 있고 경우에 따라 검증되지 않는 콘텐츠가 있어서 시청자들이 편하게 보실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3시간 저희가 어떻게 하면 제작비 낮추고 효율적으로 방송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낮에 방송하는 프로그램은 물론 화려한 세트도 필요하고 유명한 셀럽들이 나와서 재밌는 이야기 전해주는 프로그램도 좋겠지만 시청자들에게 핵심 사항 전달해 주는 기획 의도로 만들어서 저비용 고효율의 프로그램으로 제작하자는 거죠."
- 월요일부터 목요일 밤 10시 시간대엔 <다큐프라임>과 < 다큐멘터리 K >란 다큐 프로그램을 배치했어요, < 다큐멘터리 K >는 새로 런칭하는 거잖아요. EBS가 다큐 잘 만드는 방송사 중 하나인데 더 풍성해지나요?
"기존의 <다큐 프라임>은 여전히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제작하고 있고요. 신설되는 게 < 다큐멘터리 K >라는 프로그램인데 이건 <다큐 프라임>과 결이 다릅니다. <다큐 프라임>은 역사, 과학, 환경 등의 주제를 학술적인 방법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 다큐멘터리 K >는 우리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지금 문제점을 같이 고민해보고 화두를 던지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근데 단기적인 시기가 끝나는 게 아니고 오랫동안 고민해야 되고 방법을 찾아야 되는 근원적인 문제 중 교육과 관련된 주제도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그게 뭘지 고민했어요.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첫 번째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문제예요. 이건 사실 수년 전부터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고민하는 문제겠지만 사실 방송에서는 대규모로 고민의 장을 펼쳐놓은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10부작을 통해서 저출생에 대한 문제를 심도 있게 한번 들여다보자는 게 하나 있고요. 또 교육 격차 있잖아요. 갈수록 예전보다 격차가 점점 벌어지죠. 특히 가진 재산에 따라서 교육의 양과 질도 달라지고 그게 또 대물림되는 건 단순히 교육 콘텐츠를 평등하게 제공받는 권리를 떠나서 장기적으로 보면 어떤 사회의 구조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일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당연히 누려야 될 교육적 권리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거에 대한 것도 고민의 지점이죠. 그래서 어떤 문제들이 있고 그걸 해결하려면 또 어떻게 해야 되는지 고민하는 게 하나가 있고요.
또 하나는 이거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인데 책 안 읽는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예요. OECD 국가 중에 한국이 책 안 읽기로 아마 독서 후진국인 것 같아요. 한국은 물론 바쁜 탓도 있지만 여가 시간에 대부분 독서보다 다른 쪽에 관심을 더 기울이는 게 있는데 책 읽는 건 아주 사회의 근원을 다지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점 안 읽게 돼서 책을 안 읽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될지 혹은 또 책을 안 읽는 이유가 뭘지 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책을 얼마나 읽고 책에서 무엇을 얻을지에 관련된 다큐도 한 10부작 정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EBS는 다큐멘터리 명가라는 말을 듣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부담도 있지 않나요?
"<다큐프라임> 이전에도 여러 가지 자연 다큐멘터리나 인문 교양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지 30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요. 특히 EBS가 주목을 해 온 건 교육 다큐멘터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말하는 교육 다큐멘터리라는 건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지식을 전해줄 수 있는 교육용 다큐멘터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사회 이슈를 다루는 쪽보다 예를 들면 과학이라든가 수학 그리고 생물학 등등 시청자들이 꼭 아셨으면 하는 학문적 주제를 가지고 전달해 왔죠.
사실 < 다큐멘터리 K >도 그런 전체적인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요. 이게 고발 프로그램이라든가 이런 성격을 가진 게 아니고 이 주제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고 제안하는 프로그램이니까 기존에 EBS 다큐멘터리가 가지고 있던 교육 다큐멘터리로서의 그런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한결같이 해오던 EBS만의 교육 다큐멘터리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부담된다기보다는 그런 시청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항상 방향을 잘 설정해서 가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