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즐길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인원은 그렇지 못했던 모양이다. 다소 밋밋한 행사로 남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쉬웠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서울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10개 구단 사령탑과 대표 선수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 2019년 이후 4년 만에 팬들이 현장에 참석한 미디어데이라 의미가 더 남달랐다. 사전에 KBO 홈페이지를 통해 응모를 받았고, 추첨을 통해서 사인회 및 입장권 티켓을 배부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현장으로 향한 팬들은 손글씨로 한 자 한 자 눌러담은 피켓을 들어보이며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서울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10개 구단 사령탑과 선수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서울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10개 구단 사령탑과 선수들 ⓒ KIA 타이거즈

 
기자단에 주어진 질문 시간, 손 든 사람 찾기 어려웠다

미디어데이라는 행사의 특성상 진행 순서 초반에는 각 팀 사령탑들이 시즌을 임하는 각오, 혹은 정규시즌 개막전 선발투수 등 '형식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매년 미디어데이를 봤던 팬들이라면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각 팀 사령탑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 기자단 질문 시간이 이어졌는데, 직접 손을 들어 질문을 던진 기자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빈틈을 메워야 하는 것은 진행자들의 몫이었다. 선수들이 단상에 올라온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예 질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카를로스 수베로(한화 이글스) 감독에게 리빌딩 완성도를 묻는 질문, 또 각 팀을 대표하거나 시범경기서 활약한 유망주들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팬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결할 만한 질문을 찾을 수 없었다.

행사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은 본 행사 전후로, 그러니까 TV 중계방송으로 송출된 시간 이외에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다만 TV로 시청한 팬들 입장에서는 중계방송 이후 실시간으로 선수나 감독의 인터뷰를 볼 수 있는 창구가 없었다. 기사로 접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현장 취재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자단 질문 시간이 본 행사 시간에서 나름 큰 비중을 차지했던 만큼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좀 더 짜임새 있는 행사 구성이 필요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복기가 필요한 부분이다.
 
 모기업 차량을 타고 있는 팬을 대상으로 '자동차 세차'를 우승 공약으로 내건 KIA 선수들

모기업 차량을 타고 있는 팬을 대상으로 '자동차 세차'를 우승 공약으로 내건 KIA 선수들 ⓒ KIA 타이거즈

 
보이지 않은 우승 공약, 여기에 더 중요한 게 빠졌다

아쉬운 것은 또 있었다. 매년 '우승 공약'은 미디어데이에 참석하는 선수라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관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아니더라도 기발한 공약을 발표하는 팀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는 시간이다.

올해도 공약을 준비해온 선수도 있었다. 모기업 자동차를 타는 팬들에게 '세차 팬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한 KIA 타이거즈, 야구장에 팬들을 초청해 고기를 구워먹고 '복면가왕 출신' 손아섭이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한 NC 다이노스 등 나름 고민을 한 흔적이 돋보였다.

다만 SSG 랜더스, LG 트윈스 등 일부 구단은 특별한 공약을 준비해오지 않았다. 팬들의 의견에 따르겠다는 것이 선수들의 말이었다.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자리이기도 하고 구단을 대표해 참석했는데, 적극적으로 행사를 즐기지 못했다.

팬들이 직접 목소리를 녹음해 선수들에게 질문하는 코너가 눈길을 끌기는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행사 자체가 보여준 색깔이 뚜렷하지 않았다.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이날 총재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미디어데이에서 인사말을 했던 것과 달리 올핸 입을 굳게 다물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은 모두가 안다.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직접 나서서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했어야 했다.

5개 구장에서 펼쳐질 개막전에 '구름관중'이 운집할 것이 확실시된다. 여전히 팬들은 야구장으로 향할 계획을 갖고 있다. 말로만 '팬 퍼스트'를 외칠 것이 아니라 몸소 '팬 퍼스트'를 보여줘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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