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했지만, '역시나'였다. 일본이 이탈리아를 완파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일본은 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2라운드(8강)서 이탈리아를 9-3으로 제압했다. 5개 대회 연속 4강 진출을 확정한 일본은 준결승(4강)에서 푸에르토리코-멕시코전 승자와 격돌한다.

본선 1라운드 A조에서 쿠바, 네덜란드에 승리를 거두며 조 2위를 차지했던 이탈리아의 여정은 2라운드에서 마감됐다. 경기 중반까지 잘 버텼지만,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진 것이 패배로 연결됐다.

4안타 6타점 합작한 무라카미-오카모토

이탈리아는 살 플레릭(좌익수)-니키 로페즈(유격수)-도노반 플레처(우익수)-브렛 설레반(포수)-비니 파스콴티노(1루수)-마일스 매스트로보니(2루수)-비토 프라시아(지명타자)-벤 데루지오(중견수)-데이빗 플레처(3루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라이언 카스텔라니였다.

오타니 쇼헤이를 선발투수로 내세운 일본은 라스 눗바(중견수)-콘도 켄스케(우익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요시다 마사타카(좌익수)-무라카미 무네타카(3루수)-오카모토 카즈마(1루수)-마키 슈고(2루수)-겐다 소스케(유격수)-카이 타구야(포수)로 라인업을 짰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무라카미 대신에 요시다가 4번에 배치됐다.

이날 경기의 흐름이 바뀐 것은 선발투수이자 지명타자였던 오타니의 기습번트였다. 1사 1루서 오타니가 왼쪽 내야에 번트를 시도했고, 황급히 공을 잡은 이탈리아의 두 번째 투수 조 라로사의 송구가 뒤로 빠져 1사 1, 3루의 기회를 마련했다. 이후 후속타자 요시다의 유격수 땅볼 때 3루주자 콘도의 득점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선취점을 얻은 일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무라카미의 볼넷으로 2사 1, 2루서 타석에 들어선 오카모토가 볼카운트 2-2서 바깥쪽에 들어오는 6구 슬라이더를 그대로 잡아당겨 3점포를 쏘아올렸다. 순식간에 두 팀의 격차가 4점 차까지 벌어졌다.

오타니를 상대로 5회초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은 이탈리아가 도미닉 플레처의 2타점 적시타로 추격에 나섰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5회말 무라카미의 1타점 2루타, 오카모토의 2타점 2루타로 일본이 다시 달아났다. 7회말에는 요시다의 솔로포, 겐다의 1타점 적시타까지 터지며 승부의 추가 기울어졌다.

상위타선이 비교적 잠잠한 경기였음에도 이탈리아의 추격를 뿌리쳤다. 특히 타순을 조정한 무라카미가 장타를 가동하는 등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오카모토 역시 2타수 2안타 2볼넷 5타점을 기록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마지막 선발 등판' 오타니,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이번 대회서 1라운드 중국전에 이어 두 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 오타니는 16일 이탈리아전서 4⅔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2라운드(8강)서 한 명의 투수가 던질 수 있는 최대 투구수가 80구까지 늘어남에 따라서 중국전보다 많은 공(71개)을 뿌렸다.

패스트볼 최고구속이 무려 102마일(약 164km)까지 찍힐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경기였다. 소속팀(LA 에인절스) 일정을 고려해 이번 대회에서 투-타 겸업을 소화하는 것은 이날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계획대로라면 25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시범경기서 선발 등판한 이후 31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개막전서 선발투수로 나설 예정이다. 남은 WBC 대회 기간에는 지명타자로 경기를 치른다.

1~3회 3이닝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경기 초반 깔끔했던 오타니는 5회초에 아쉬움을 삼켰다. 몸에 맞는 공 2개를 포함해 2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해 5이닝을 다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다행히 두 번째 투수 이토 히로미(⅓이닝 무실점)가 승계주자의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토의 뒤를 이은 이마나가 쇼타(1이닝 무실점)부터 다르빗슈 유(2이닝 1실점), 오타 타이세이(1이닝 무실점)까지 차례로 등판한 구원투수들도 이탈리아 타선을 꽁꽁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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