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켄드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함께 부른 'Die For You' 리믹스 버전

위켄드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함께 부른 'Die For You' 리믹스 버전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위켄드(The Weeknd)와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Die For You'가 2023년 3월 첫 주차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Die For You'는 2016년 위켄드의 앨범 < Starboy >에 실려 발표된 곡이다. 발표 후 7년 가까이 지나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른 셈이다. 지난해 발표된 앨범의 수록곡들은 차트 상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정작 예전에 발표한 곡이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흥미로운 상황이다.

캐나다 출신 팝스타 위켄드의 정규 3집 < Starboy > 앨범에 실렸던 이 곡은 발표 이후 빌보드 핫 100 차트 43위에 올랐지만, 다른 수록곡에 비해 큰 주목을 받았던 곡이라 보기는 어렵다. 당시 이 순위가 이 곡의 가장 높은 순위였다. 3주 동안 빌보드 핫 100 차트에 머물렀던 이 곡은 자연스럽게 차트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여기서 'Die For You'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최근의 많은 히트곡이 그렇듯이, 'Die For You' 역시 숏폼 플랫폼인 틱톡(Tiktok)에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다른 틱톡발 히트곡들처럼 댄스 챌린지 같은 것이 유행했던 것은 아니다. 나른하고 몽환적인 무드의 이 곡은 유저들의 평범한 일상을 장식하는 용도로 즐겨 쓰였고, 15만 개 이상의 영상이 창작되었다.

틱톡에서 인기를 끌게 된 이후, 'Die For You'는 빌보드 차트에 입성했고 순위가 상승했다. 이 곡이 수록된 < Starboy >의 앨범이 차트에서 상승했다. 틱톡에서의 인기는 빌보드 차트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Die For You'가 틱톡에서 구가하던 인기는 라디오 신청곡, 스트리밍 수치로 연결되었다. 이 곡의 인기는 '아래로부터의 반란'에 가깝다.

유저들이 만든 유행, 팝스타가 응답하다
 
 미겔(Miguel)은 숏폼 플랫폼에서 시작된 역주행에 맞춰, 'Sure Thing'의 'Sped Up' 버전을 발표했다.

미겔(Miguel)은 숏폼 플랫폼에서 시작된 역주행에 맞춰, 'Sure Thing'의 'Sped Up' 버전을 발표했다. ⓒ Sony Music

 
심상치 않은 역주행을 감지한 위켄드는 아리아나 그란데를 초빙해 이 곡의 리믹스 버전을 발표했다. 위켄드와 아리아나 그란데는 이미 'Love Me Harder', 'Save Your Tears', 'Off The Table' 등 여러 곡을 통해 좋은 목소리의 앙상블을 과시해온 바 있다. 리믹스 버전의 발매에 힘입어, 이 곡은 마침내 빌보드 핫 100 차트 정상에 올랐다. 한편 위켄드는 이 리믹스 발매와 함께 스포티파이 역사상 최초로 월간 청취자 수 1억 명을 돌파한 뮤지션으로 올라섰다. 이는 마일리 사이러스(8200만 명), 테일러 스위프트(8000만 명), 리한나(7900만 명) 등의 기록을 훨씬 넘어선 수치다.

위켄드, 프랭크 오션과 함께 'PB R&B 3대장'으로 불린 뮤지션 미겔(Miguel)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PB R&B : 2010년대 초반에 유행한 알앤비의 흐름. 일렉트로니카, 힙합,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차용하면서 몽환적이면서 우울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알앤비) 2010년 발표곡인 'Sure Thing'이 틱톡에서 인기를 끌면서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재진입한 것이다. 미겔은 예상하지 못한 역주행에 감사하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기타를 치며 이 곡을 노래하는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미겔은 이 곡의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을 발표했다. 스페드 업 버전이란 기존의 곡 속도를 빠르게 높이고, 보컬의 피치를 높게 올린 것이다. 

단순히 노래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빠른 템포를 선호하는 틱톡 등 숏폼 컨텐츠에서 스페드 업 버전은 새로운 경쟁력을 지닌다. 사용자가 짧은 시간에 응용하기 쉬워지고, 익숙한 노래에 색다른 느낌도 부여할 수 있다. 스페드 업은 이제 팝계에 보편화되었다. 시저(SZA)의 'Kill Bill',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의 파생 콘텐츠에 삽입된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Bloody Mary', 스티브 레이시(Steve Lacy)의 'Bad Habit' 같은 곡 역시 스페드 업 버전을 따로 발표했다.

어떤 곡이 빌보드 1위에 오를지 예상할 수 없는 시대, 2010년대 알앤비의 아이콘들이 과거에 발표한 곡들로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틱톡 사용자층이 한정된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낯선 일이지만, 'Die For You'와 'Sure Thing'의 선전은 오늘날의 음악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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