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9일 오후 경기도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3.9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9일 오후 경기도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3.9 ⓒ 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이 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9일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선임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많았던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아시안컵 우승과 북중미월드컵 4강'을 목표로 제시하며, 자신을 둘러싼 평가에 대한 솔직한 답변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월 27일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8일 한국에 입국했고, 9일 파주에 위치한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기대감보다는 불안감 컸던 대표팀 새 사령탑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 출신 감독이다. 선수 시절 독일대표팀에서 월드컵과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을 경험했다. 지도자로서는 독일을 이끌고 자국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에서 3위,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2014년 월드컵에서 16강을 기록했다. 커리어와 유명세 면에서는 역대 한국축구 대표팀 외국인 감독을 통틀어 손에 꼽힐 만한 거물이다.
 
하지만 그는 2016년 미국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이후 사실상 7년에 가까운 경력 단절과 전술 역량부족, 재택근무와 SNS를 통한 사퇴발표 같은 각종 기행 등이 도마에 오르며 비판 받았다. 여기에 클린스만 영입을 주도한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의 운영구조와 선임절차의 투명성을 둘러싼 의혹까지 더해졌다.
 
부임도 하기 전에 수많은 논란에 휩싸인 새 대표팀 사령탑은 불안감만 자아내고 있었던 상황이다. 클린스만이 한국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첫 공식석상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구심에 과연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첫 인사로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 공항에서부터 많은 팬들이 반겨주셨다. 기대가 된다. 대한축구협회와 함께하면서 성공적으로 팀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국내 여론의 반응을 이미 알고 있었던 듯, 날카로운 질문에도 침착하고 여유롭게 반응했다.
 
팬들이 역시 가장 궁금해했던 부분은 클린스만의 '축구철학'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내가 공격수 출신이기 때문에 공격을 선호한다. 1-0으로 승리하는 것보다 4-3 승리가 더 좋다"고 말했다.
 
다만 클린스만은 공격축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는 선수들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며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클린스만은 전임 벤투 감독의 월드컵 16강 진출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감독은 선수들에게 맞춰가야 한다. 선수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고 접근할 것이다. 배움의 자리이기 때문에 무엇이 최적인지 검토하고 이길 수 있는 철학을 추구할 것이다. 나도 한국의 철학에 적응하고, 한국 팀이 내 철학에 적응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전술부족?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얘기" 반박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9일 오후 경기도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통역을 통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23.3.9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9일 오후 경기도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통역을 통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23.3.9 ⓒ 연합뉴스

 
자신의 지도 능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먼저 경력단절 지적에 대해선 "코로나 19로 인해 얻은 시간을 교육에 투자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에 있으면서 월드컵 등 다양한 대회를 경험했다. BBC나 ESPN에서 해설가로도 활동했다. 현장을 떠난 게 아니라 계속 축구계에서 활동해왔다"고 주장했다.
 
전 독일 축구 대표팀 주장 필립 람이 자서전에서 클린스만의 전술 능력 부재를 비판한 대목에 관해서는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얘기다. 선수단을 지도하다 보면 포지션에 따라 선호하는 훈련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람 같은 수비수들은 전술훈련을 더 원했을 수도 있다"고 침착하게 해명했다.

2019년 헤르타 베를린 감독으로 부임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SNS를 통해 자진 사임을 발표한 사건에 대해서는, 변명 없이 본인의 실수를 인정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인생이란 늘 배움의 과정이다. 그때와 같은 사건은 다신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경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실수를 줄여 나간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 거주문제와 코치진 구성에 있어서도 입장을 밝혔다. 독일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시절 미국에서 재택 근무하며 비판 받았던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서는 국내에 상주하면서 대표팀을 지휘할 것"이라고 분명히 약속했다. 대신 유럽에 거주하는 외국인 코치진은 현지에 상주하면서 해외파 선수들을 관리하며 A매치가 있을 때 합류한다고 코칭스태프 이원화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관심을 모았던 클린스만 사단은 한국인과 유럽 코치진으로 구성된다. 수석코치 안드레아스 헤어초크(오스트리아)를 필두로, 파올로 스트링가라(이탈리아), 안드레아스 쾨프케 골키퍼 코치, 베르너 로이타드(이상 독일) 피지컬 코치 등이 합류할 예정이다. 여기에 파울루 벤투와 함께 했던 마이클 김(김영민) 코치도 합류한다. 차두리 FC서울 유스강화실장은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라는 직책을 얻어, 당분간 소속팀과 대표팀 업무를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직했던 인터뷰, 잃어버린 신뢰 회복하는 게 급선무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80점 정도는 줄 수 있는 인터뷰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비판과 논란에 대해 허심탄회 하게 답변했다. 불편할 만한 질문도 회피하지 않고 여유롭게 해명했고, 본인이 잘못한 부분은 잘못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은 호감을 자아낼 만했다. 적어도 인터뷰만 놓고 보면 시종일관 폐쇄적이고 수동적이었던 전임 벤투 감독보다 더 나았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말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축구로서 증명하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축구'나 '아시안컵 우승', '월드컵 4강 재현', '선수들과 소통' 등의 지향점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코치진 운용이나 전술적 역량의 문제는 실제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통하여 검증받아야 할 사안이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의 기자회견과 별개로, 축구협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신의 시선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클린스만호의 성공을 위해서는 적절한 지원과 관리를 통하여 합리적이고 투명한 대표팀 운영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 협회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오는 24일 콜롬비아, 28일 우루과이와 A매치를 통해 데뷔전을 치른다. 명단은 13일에 발표될 예정이며, 클린스만 1기는 일단 지난 카타르월드컵에 나섰던 선수들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는 클린스만 감독이 성공한 감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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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축구대표팀 차두리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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