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예계 대부 쟈니 기타가와의 성 착취를 폭로하는 피해자 하야시(가명)
BBC
당시 쟈니스에는 '주니어'라고 불리는 연습생 제도가 있었다. 기타가와가 살아 있는 동안 수천 명의 소년이 연습생으로 지원했고, 이들은 기타가와의 허락이 있어야만 데뷔할 수 있었다. BBC는 "쟈니스의 시스템은 기타가와가 어떤 감시도 없이 소년들에게 접촉할 수 있도록 했고, 아이돌을 꿈꾸던 소년들은 기타가와의 성 착취를 거부하지 못했다"라고 진단했다.
하야시는 "나 말고 다른 연습생들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라며 "그러나 '참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면서 연습생을 그만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연습생 출신 남성은 기타가와가 자신의 집을 방문했고, 잠자리를 마련해줬는데 성 착취를 당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부모님이 옆방에서 주무시고 있었다며 "당시 기억을 잊고 싶다"라고 말했다.
일본 주류 언론의 침묵... "기타가와와 상호의존적 관계"
과거에도 이런 증언이 쏟아져 나왔으나, 일본의 주류 언론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BBC는 "일본 언론과 '쟈니스 제국'의 상호의존적 관계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라며 "언론은 쟈니스 소속 아이돌을 출연시켜야 시청자, 독자, 청취자를 끌어들여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50년 넘게 기타가와의 어두운 비밀을 지켜왔다"라며 "일본 언론은 그가 사망한 후에도 침묵을 유지했으며, 쟈니스가 일본 연예계에서 너무 압도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기타가와를 비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라고 전했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이 1999년 기타가와의 성 착취 의혹을 폭로한 바 있으나, 쟈니스 측은 취재를 막고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도쿄 고등재판소는 2003년 7월 <슈칸분슌> 기사 10건 중 9건을 사실이라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기타가와는 숨질 때까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당시 기타가와를 취재했던 <슈칸분슌> 기자 나카무라 류타로는 BBC에 "여전히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뭉개지고 있는 것에 화가 난다"라며 "20년 넘게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서 절망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