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쌍천만 배우'가 된 마동석은 데뷔 초만 해도 퍼스널 트레이너 출신의 엄청난 피지컬을 앞세운 '파워 캐릭터'에 특화된 배우였다. 하지만 2011년 <범죄와의 전쟁>과 2012년 <이웃사람>을 통해 '힘만 쎈' 캐릭터를 넘어 관객들에게 친근한 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부산행>과 2017년 <범죄도시>로 다정한 남편과 친절한 이웃을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연기파 배우 게리 올드먼에게 떠오르는 첫 번째 이미지는 역시 <레옹>의 부패한 형사 노먼 스탠스필드다. 특히 마틸다 가족을 찾으며 복도에서 마약을 흡입하는 스탠스필드의 등장신은 관객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후 <에어 포스 원>의 테러리스트, <제5원소>의 무기상인 역으로 악역 이미지를 굳히던 올드먼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에서 청렴한 경찰청장 제임스 고든을 연기하며 관객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배우들이 평소 이미지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을 '반전매력'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반전매력은 배우들뿐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에게서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큰 눈을 깜빡 거리는 귀여운 반려동물에서 온 마을을 혼란에 빠트리는 무서운 요괴로 돌변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조 단테 감독의 판타지 공포 영화 <그렘린>처럼 말이다.
 
 현지에선 1984년, 국내에선 1985년에 개봉한 <그렘린>은 제작비의 14배에 달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현지에선 1984년, 국내에선 1985년에 개봉한 <그렘린>은 제작비의 14배에 달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워너브러더스 픽처스
 
1980년대 남학생들 설레게 한 '책받침 여신'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었던 1980년대에는 흠모하는 하이틴 스타들의 사진이나 책받침 등을 모으는 것이 청소년들의 중요한(?) 취미생활 중 하나였다. 1980년대 국내 청소년들, 특히 남학생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대표적인 하이틴 스타는 많은 영화와 예능에서 패러디된 <라붐>의 히로인 소피 마르소와 배우보다 모델로 더욱 유명했던 <블루 라군>의 브룩 쉴즈, 그리고 아시아 배우의 자존심(?)을 지켰던 <천녀유혼>의 왕조현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4대 책받침 여신'으로 불리던 배우가 바로 피비 케이츠였다. 방송국 PD인 아버지와 영화제작자 삼촌 덕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방송계로 진출한 케이츠는 1982년 영화 <파라다이스>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사하라 사막에서 조난 당한 10대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파라다이스>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로 베드신은 모두 대역을 썼음에도 케이츠 본인은 이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인의 불만과는 별개로 케이츠는 <파라다이스>를 통해 단숨에 할리우드의 새로운 섹시스타로 급부상했다. <파라다이스> 이후 <리치몬드 연애소동>과 <프라이빗 스쿨> 등에 출연한 케이츠는 1984년 판타지 공포 영화 <그렘린>에 출연했다. 케이츠가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여주인공 케이트를 연기한 <그렘린>은 11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1억 5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리며 크게 성공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케이츠는 <그렘린> 이후 <천사와 사랑을> <재회의 거리> 등에 출연했지만 정작 케이츠에 관련된 가장 큰 뉴스는 1989년 16세 연상의 배우 케빈 클라인과의 결혼 소식이었다. 케이츠와 클라인은 결혼과 이혼이 '일상다반사'인 할리우드에서 슬하에 두 명의 자녀를 두고 현재까지 잘 살고 있다. 특히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딸 그레타 클라인은 '프랭키 코스모스'라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결혼 후에는 1990년 <그렘린2: 뉴욕 대소동> 정도를 제외하면 인상적인 활동이 없었던 케이츠는 간헐적인 활동을 이어가다가 1994년 <프린세스 카라부>를 끝으로 사실상 배우 활동을 접었다. 2001년 제니퍼 제이슨 리와의 친분으로 남편과 함께 <결혼기념일에 생긴 일>에 출연한 것이 케이츠의 마지막 공식활동이다. 하지만 19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중년의 관객들은 여전히 그 시절 남학생들을 설레게 했던 '책받침 여신' 케이츠를 기억할 것이다.

스필버그가 기획하고 콜럼버스가 각본 쓴 작품
 
 기즈모는 3가지의 금기사항만 잘 지키면 더할 나위 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다.
기즈모는 3가지의 금기사항만 잘 지키면 더할 나위 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다.워너브러더스 픽처스
 
피비 케이츠를 제외하면 유명배우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그렘린>을 그저 그런 'B급 호러영화'라고 평가절하하면 큰 오산이다. <그렘린>의 조 단테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밑에서 영화를 배운 인물로 그와 함께 동문수학한 이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와 <포레스트 검프>를 만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다. 각본은 <나홀로 집에> 1, 2편과 <해리포터> 1, 2편을 연출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썼고 음악은 고 제리 골드스미스가 맡았다.

괴짜 발명가 랜덜 펠처(호이드 액스턴 분)가 아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차이나타운의 골동품 가게에서 구입한 모과이 기즈모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야 할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빛을 멀리 할 것. 둘째, 물을 멀리할 것. 셋째, 자정 이후에 음식을 주지 말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이를 잘 지키면 공포영화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빌리(재크 갤리건 분)와 주변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3가지 금기사항을 모두 어긴다.

실수로 기즈모의 몸에 물이 닿자 기즈모의 등에서 무언가 튀어 나왔고 이는 곧 다른 모과이로 태어난다. 하지만 순하디 순한 기즈모와 달리 새로 태어난 모과이들은 모두 난폭하기 그지 없었고 그중에는 못된 모과이들의 우두머리 스트라이프도 있었다. 그리고 시계 고장으로 시간을 착각한 빌리가 자정이 넘은 시간에 모과이들에게 치킨을 먹이자 이들은 무시무시한 요괴 '그렘린'으로 진화(?)했다.

<그렘린>은 스필버그 감독이 기획한 영화답게 그렘린들이 움직이는 투수효과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다. 실제로 <그렘린>은 1980년대 중반에 나온 영화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기즈모를 비롯한 모과이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자연스럽다. 특히 모과이 캐릭터는 세계적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어 인형이나 완구류도 많이 팔려 나갔고 기즈모가 변종 그렘린들과 싸우는 비디오 게임이 일본에서 제작되기도 했다.

제작비의 14배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기록한 <그렘린>은 6년이 지난 1990년 속편이 제작·개봉했다. <그렘린2: 뉴욕대소동>은 1편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비가 1100만 달러에서 5000만 달러로 급상승했지만 북미 흥행으로 제작비조차 회수하지 못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편으로 서울에서만 17만 관객을 동원했던 한국에서도 2편은 서울관객 3만에 그쳤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그렘린 세 마리를 해치운 강한 어머니
 
 <그렘린>은 1980년대 '책받침 여신'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피비 케이츠의 최고흥행작이다.
<그렘린>은 1980년대 '책받침 여신'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피비 케이츠의 최고흥행작이다.워너브러더스 픽처스
 
<그렘린>에 출연한 가장 유명한 배우는 단연 피비 케이츠였지만 실질적으로 기즈모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까지 그렘린들과 맞서 싸우는 '진주인공'은 은행원 빌리 역의 재크 갤리건이었다. <그렘린>이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이었던 갤리건은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지만 아쉽게도 '공포영화 전문배우'라는 이미지에 갇혀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그래도 2010년대까지 꾸준히 활동하며 배우로서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빌리의 어머니이자 랜덜의 아내 린은 할리우드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전형적인 엄마 역할로 나온다. 하지만 그렘린으로 변이한 모과이가 주방에 침입했을 때는 믹서기와 주방용 칼,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해 무서운 그렘린 세 마리를 해치우는 '여전사급' 활약을 선보였다. 린을 연기한 프란시스 리 맥케인은 <백 투 더 퓨처>와 <스탠 바이 미> 등에 조·단역으로 출연했고 2022년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엔드 오브 더 로드>에 출연했다.

부동산 업자 디글 여사(폴리 홀리데이 분)는 사별한 남편이 남긴 막대한 재산으로 이웃들에게 갑질을 하며 횡포를 부리는 인물이다. 집 앞에서 들리는 캐롤 소리에 디글 여사는 화가 난 채로 문을 열었는데 그곳에는 캐롤을 부르는 그렘린들이 있었다. 디글 여사는 혼비백산하며 도망쳤지만 2층으로 올라가는 리프트 기계가 고장나면서 오작동했고 결국 집 밖으로 튕겨 나갔다. 디글 여사는 영화 속에서 사망 장면이 나오는 유일한 마을주민이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그렘린 조 단테 감독 피비 케이츠 스티븐 스필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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