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보이즈 플래닛>의 한 장면.
엠넷 <보이즈 플래닛>의 한 장면.엠넷
 
아이돌 보이그룹 데뷔를 향한 98명 참가자의 경쟁을 담은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엠넷 <보이즈 플래닛>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2월 9일 방송된 <보이즈 플래닛> 2회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각 참가자들의 첫 신고식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레벨 테스트'와 '시그널송 테스트'가 그려졌다.
 
참가자들은 K그룹(한국인 연습생들)-G그룹(외국인 연습생들)으로 나뉘어져 팀 경쟁 구도를 이뤘다. 일본 오사카팀의 리더로 등장한 케이타(일본, 올스타), 섹시한 표정연기와 퍼포먼스가 돋보인 김지웅(3스타), 최고령 참가자인 펜타곤 출신의 이회택(후이, 올스타) 등 주로 데뷔 경험이 있는 경력자들이 실력과 스타성에서 두루 후한 평가를 받았다. 출연자 중엔 막내인 개인 연습생 토요나카 타쿠토(0스타)처럼 실력은 아직 부족하지만 귀엽고 개성있는 매력으로 마스터들의 미소를 자아낸 참가자도 있었다.
 
스타레벨 테스트는 K그룹이 스타누적 개수 119개로 81개에 그친 G그룹을 제치고 승리를 차지했다. K그룹은 승리 베네핏으로 G그룹보다 시그널송을 하루 앞서 접할수 있는 혜택을 얻었다.
 
이어 참가자들은 합숙소인 플래닛 캠프에 집결했다. 시그널송은 '난 빛나(Here I am)'였다. 참가자들은 시그널송 테스트 결과에 따라 스타 재배치를 받고, 피라미드 형식의 시그널송 무대에서는 승리한 그룹의 올스타 멤버가 킬링파트를 맡아 제일 무대 상단에서 공연하며 가장 많은 분량을 부여받게 된다.
 
본격적인 시그널송 연습에 돌입하면서 멤버들의 개인실력차와 K-G그룹간의 희비가 엇갈렸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올스타 멤버들도 격한 안무와 고음 보컬을 동시에 소화해야하는 시그널송의 난이도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습생 경력이 짧거나 춤과 노래를 배운 경험이 없는 0스타 멤버들은 꼴찌 탈출을 위하여 고군분투했다. 반면 성한빈-장하오-석매튜 등 대체로 고른 밸런스를 갖춘 올라운드형 멤버들이 연습 단계에서부터 호평을 받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시그널송 테스트는 녹화된 영상 평가로 진행되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현장에서 마스터들이 직접 실시간으로 심사하는 구성이었다. 참가자들은 긴장감과 부담감이 한층 높아진 모습이었다.
 
많은 참가자들이 시그널송 테스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가사를 제대로 숙지하지못하거나, 음이 이탈하고, 안무를 제멋대로 바꾸는 등의 장면들이 속출했다. 보다못한 댄스 마스터 박구영은 "0스타 밑은 없냐"고 할 만큼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춤과 노래에 서툰 정민규와 박도하는 동료 연습생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노력했으나 아쉽게 실전에서 실수를 거듭하며 0스타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타쿠토는 아직 실력은 부족하지만 발전한 모습과 안무의 킬링포인트를 정확히 파악하는 이해력을 평가받아 1스타로 한 계단 상승하는 데 성공했다. 보컬 마스터 솔지는 "타고난 스타성이 있다"고 타쿠토를 호평했다. 또한 베트남 출신의 콩은 아직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 한다는 불리한 조건을 딛고 1스타에서 3스타로 두 계단이나 상승하는 인간승리를 이뤄냈다.
 
남성적인 외모와 스타성을 인정받은 김지웅은 3스타를 유지했다. 이석훈 보컬 마스터는 "뭔가 하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가능성이 높다"고 호평했지만, 최영준 댄스 마스터는 "춤도 노래도 좀 과하다"며 투머치함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이어 박현빈, 이정현, 나캠든, 안소니 등 3스타의 에이스 멤버들도 모두 잔류에 만족하며 올스타 레벨 상승에는 실패했다. 마스터들은 이구동성으로 "노래와 춤을 둘 다 잘하는 멤버를 찾기가 어렵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역시 3스타를 받았던 박건욱은 유일하게 마스터로부터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이석훈은 "노래는 가능성을 보고 올스타를 줄 수 있다"고 평했고, 최영준은 "올스타를 주기에는 조금 아깝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초의 올스타는 성한빈이 차지했다. 성한빈은 "시그널송 센터 후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그에 걸맞는 퍼포먼스로 마스터들을 사로잡으며 3스타에서 올스타로 반등했다. 이석훈은 "이런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을 좋아한다. 노래는 이렇게 하는 거구라는 걸 성한빈을 통하여 들었다"고 극찬했고, 최영준도 "얼굴에 스타가 보인다"라고 호평했다.
 
성한빈에 이어 등장한 석매튜는 후렴구 고음 파트와 안무에서 실수를 하며 3스타 잔류에 만족해야 했다. 이회택은 안무 소화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장기인 노래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올스타에서 3스타로 한 계단 강등 당했다.
 
G그룹 간판 멤버들의 선전이 이어졌다. 장하오와 제이가 연이어 올스타를 사수하는데 성공했다. K그룹은 G그룹의 연이은 약진을 지켜보며 스타갯수가 역전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엠넷 <보이즈 플래닛>의 한 장면.
엠넷 <보이즈 플래닛>의 한 장면.엠넷
 
<보이즈 플래닛>은 지난해 방송된 걸그룹 버전인 <걸스플래닛>의 후속작이다. <걸스플래닛>은 당시 하락세를 걷고 있던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식상함, 전작인 <프로듀스> 조작 논란의 후유증이 남긴 부정적 이미지, 중국인 멤버들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대중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며 성적도 좋지 않았다.
 
<보이즈 플래닛>은 한중일 연습생 3팀으로 나뉘어 '셀'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운명공동체와 협력구조를 강조했던 <걸스플래닛>과 달리, 참가자들을 한국과 외국인 연습생으로 단순하게 나누고 팀 대결 구도를 도입했다. 전반적인 구성은 제목과 겉포장만 바꾼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다만 그동안 비판받았던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하여 독립적인 외부 전문기관(삼일 PWC)에게 투표 관리 과정을 일임하는가하면, '악마의 편집' 논란 등도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어느 정도 여론을 수렴한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전작인 <걸스플래닛>만 해도 푸야닝의 최유진 저격 논란, 차이빙의 독재 논란 등 특정 참가자의 이미지를 고의로 왜곡했다는 악편 의혹이 불거진 데 비하여, <보이즈 플래닛>은 2회까지 특별히 '빌런'이나 '어그로' 담당이라고 느껴질 만한 캐릭터는 딱히 등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데뷔에 절실한 연습생들의 노력, 재기를 꿈꾸는 경력자들의 재도전기, 실력은 부족해도 노력하는 청년들의 순수한 열정들을 부각시키며 감동 코드에 초점을 맞췄다. 방송을 거듭하며 시청자들도 이러한 제작진의 낚시질에 더 이상 쉽게 속지 않는 데다, 고의로 갈등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연출에 대한 식상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마스터들의 성향도 많이 순해졌다. 실력이 떨어지거나 집중력이 부족한 참가자들에게 서슬퍼런 독설을 날리는 장면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백구영 댄스마스터 정도가 "실력이 거품이었나?", "네가 춤을 잘 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도가 그나마 가장 수위 높은 독설이었지만, 대부분의 장면에서는 마스터들이 엄격하게 권위를 잡거나 긴장감을 조성하기보다는, 참가자들과 함께 웃고 즐겁게 소통하려는 모습이 더 편안해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른바 '성장형 캐릭터'로 묘사된 박도하나 타쿠토, 이다을 등의 아직은 어설픈 무대를 보면서도, 마스터들은 오히려 이들의 도전하는 용기와 쇼맨십을 훈훈하게 격려해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익숙한 클리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프로듀스 시리즈처럼 제작진이 직접적으로 오디션에 개입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방송 구성과 분량차이를 통하여 특정 멤버를 부각시키거나 외면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조적인 개성을 지닌 성한빈과 석매튜의 '라이벌이 된 절친' 구도, 기존 아이돌에서 연습생으로 백의종군한 이회택, 외국인이지만 실력도 출중하고 구설수도 없는 클린한 이미지의 장하오, 남성적인 카리스마 이미지를 부각시킨 박건욱과 김지웅, 부족한 실력을 귀여운 개성과 노력파 캐릭터로 희석시킨 타쿠토와 박도하 등은, 그동안 엠넷 오디션을 거쳐 데뷔한 기존 멤버들의 캐릭터 구도가 오버랩되면서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처럼 초반 분량을 대거 자치한 참가자들을 통하여 이번 시리즈에서 '제작진이 선호하는 최애 픽'이 누구인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들은 대부분 실시간 투표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으며 상위권을 형성했다. 앞으로 본격적인 투표와 경쟁이 시작되면서 인기멤버들 위주의 '팬덤'까지 형성되면 참가자들의 빈부격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여전히 진부한 연출과 구성에도 불구하고 <보이즈 플래닛>에 대한 화제성은 높은 편이다. 화제성 조사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7일 발표한 'TV·OTT 통합 화제성' 비드라마·쇼 부문에서 <보이즈 플래닛>은 <피지컬: 100>(넷플릭스), <나 혼자 산다>등 여러 인기예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과 SNS을 통하여 입소문을 타며 해외에서도 <보이즈 플래닛> 방송분과 출연자들에 대한 조횟수가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엠넷이 숱한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류의 인기를 등에 업고 해외 팬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아이돌 오디션 시리즈를 포기하지 못 하는 이유다.
보이즈플래닛 시그널송 아이돌오디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