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우리나라 마약 실태를 고발해 충격을 주었던 <시사 직격>이 이번에는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마약의 주생산지인 태국과 라오스 등 동남아로 가 현지 마약의 실태와 유통과정을 취재했다.

지난 1월 27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중독의 비즈니스 - 동남아 마약 루트를 가다'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태국과 라오스에서 마약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그리고 전편에 이어 단약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소개됐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중독의 비즈니스 - 동남아 마약 루트를 가다' 편을 취재한 김영헌 PD와 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KBS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떤가요?
"사실 취재가 쉽지는 않았어요. 언어가 다르잖아요. 라오스 말도 있고 태국 말도 있고 영어도 섞여 있어서 그걸 다 번역하고 작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 취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한국 같은 경우 취재 잘못해 오면 다시 가서 또 해올 수 있는데 해외는 나가면 무조건 취재를 해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해외에 나가면) 의사소통해야 되는데 통역해 주는 분을 의지해야 하잖아요.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전달하면 괜찮은데 (과정에서) 전달 내용이 약간 틀렸다거나 감정이 잘 전달되지 않을 때는 제가 원하는 답변이 안 나와요. 그래서 조금 어려웠어요."

- 지난해 11월 마약 관련 아이템의 후속인 것 같은데.
"계획을 미리 세워놓은 건 아니었고 첫 번째 편 제작하면서 분량이 굉장히 많이 나왔었거든요. 때문에 편집하면서 후속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때 저희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쳐서 진행하게 된 거예요."

- 왜 동남아로 가신 거예요?
"첫 번째 편은 국내에서의 마약에 대한 위험성이라든가 질병으로서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 마약들이 어떻게 들어와서 중독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유통적인 구조를 설명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유통적인 구조를 보니 동남아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마약이 80% 정도를 차지하더라고요. 어떤 식으로 유통되는 지 알아보러 가자고 했어요. 우리나라의 마약 사범들이 외국인 기준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거든요.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지는 추세잖아요. 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마약을 유입할 수 있는 루트를 많이 알아요. 그래서 그분들이 국내에 마약을 유입하고 그게 국내에 퍼지는 거죠. 그뿐만 아니라 다른 루트를 통해서 동남아 쪽에서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그래서 그 루트를 한번 쫓아가 보자는 생각으로 일단 동남아 취재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 왜 동남아가 마약의 '성지'가 됐을까요?
"UNODC(유엔마약범죄사무소)도 태국에 있거든요. 나라의 정세가 불안하다 보니 거기서 마약을 많이 제조하고 그렇게 제조된 마약이 유통되기 쉬운 구조더라고요. 동남아 전체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제가 지목했던 나라들은 시스템 자체가 아직은 잘 갖춰져 있지 않아서 반출하는 게 어렵지 않아요. UNODC에서 최근에 캄보디아 쪽을 많이 지목하더라고요. 계속 옮겨가는 것 같아요. 범죄 조직 단체들이 동남아 쪽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유통이 쉬우니까요. 유통이 너무 쉽다 보니 제조하고 유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 태국은 대마가 합법화된 나라죠?
"대마가 합법화된 나라가 여러 곳 있어요. 태국도 최근에 대마를 합법화했어요. 합법화 이유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일단 대마사범으로 잡혀 있던 4천 명을 교도소에서 출소시켰거든요. 그러면 수감자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마약상을 취재해 보면 대마와 같이 판매해요. 엑스터시라든가 LSD(강력한 환각제 중 하나)라든가 그런 약들을 대마 팔면서 같이 판매하는데 대부분 중독성이 없다고 생각하시거든요. 기본적으로 중독성이 없는 건 맞지만 환각 작용을 하고, 이 환각적 약제가 또 다른 중독성을 일으킨다고 얘기해요. 때문에 마약 입문하기 전에 하는 게 대마라고 얘기해요."

- 태국에 대마가 얼마나 퍼져 있나요?
"많이 퍼져 있어요. 태국 정부에서 대마를 합법화 했기 때문에 대마 사고파는 건 정부에 등록만 하면 누구든지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정식적으로 등록된 대마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데 최근에 보니까 3천여 개 정도 등록이 돼 있더라고요. 제가 방콕과 파타야를 갔는데, 파타야 쪽에 총 260개 있었고 지금 아마 더 늘어났을 거예요."

- 마약을 세관에서 적발하기가 어려운가요?
"세관에서는 연간 9천만 건 정도의 택배가 한국으로 들어온대요.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걸 일일이 다 개봉해서 적발하기 어려운 상황인 거죠. 일단 의심 가는 물건들은 개봉해서 검사하지만 걸러지지 않는 것들이 많은 거죠."

- 마약상도 인터뷰하셨던데,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태국에 마약상이 많아요. 저희가 대마 파는 데 돌아다니다가 혹시 마약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있대요. 그래서 그럼 지금 갖고 있냐고 했더니 지금 없대요. 그럼 어떻게 살 수 있냐고 했더니 누구를 불러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배달해 주는 마약상이 있대요. 그러면서 호텔까지 배달해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화했더니 그 사람이 호텔로 온 거예요. 거기에서 저희가 마약상을 설득했어요. 사실 설득이 어려웠어요. 인터뷰하게 되면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거부하더라고요. 음성 변조하고 얼굴 모자이크 처리하는 조건으로 하겠다고 설득했더니 그건 괜찮다고 해서 인터뷰하게 됐죠."

- 단약하려는 사람들도 취재하셨던데요. 
"이동재씨는 저희가 첫 번째 편에서 인터뷰했던 분이에요. 그 당시 병원에서 인터뷰했었어요. 얼굴을 공개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병원이다 보니까 제약이 있었거든요. 이 사람을 집중적으로 저희가 찍을 수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 당시에 인터뷰만 하고 자료만 받았는데 이번에 병원에서 퇴원했다고 해요. 그러면 똑같이 얼굴 공개가 가능하냐고 했더니 얼굴 공개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동재씨의 경우, 단약하기 너무 힘들었다는 거예요. 자기는 끊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절실한데 얼굴을 공개하면 마약 판매하는 사람도 그렇고 마약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자기와 거리를 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친구가 얼굴을 공개했고, 단약 일지를 셀카로 찍었거든요. 그걸 저희한테 넘겨줬어요. 근데 방송 이후에 또 전화가 와서 같이 약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열심히 단약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쉽지는 않아 보였어요."

- 단약을 한 번에 성공하는 사람은 거의 없나요?
"저희가 취재해 보니까 단약을 했던 사람들 대부분 계기가 있었어요. 담배와 비슷하긴 한데 마약 하는 사람들도 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거나, 가족이나 지인이 마약으로 큰 부작용을 겪었다거나, 가족들이 등을 돌렸거나, 본인이 죽을 고비를 넘겼을 때 대부분 단약하더라고요. (단약에) 성공했던 케이스들도 많았는데 젊다 보니까 회복 속도가 빠르잖아요. 그러다 보니 단약해야 하는 명분이 덜한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 약을 하면 회복이 빠르다 보니 중독도 쉽게 되고 이것들을 반복적으로 계속 투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위험한 것 같아요. 특히 다른 약들도 많이 있겠지만 필로폰 쪽이 심한 것 같아요. 재범이 계속 나오잖아요. 중독성이너무 강하기 때문에 분리 조치를 하지 않으면 끊기 어려운 것 같아요."

- 이미진(가명)씨의 경우도 단약하는 게 쉽지 않나봐요. 
"마약을 또 했어요. 지난 방송에서 미진씨 엄마가 재판부에 탄원서 제출해서 자기 딸을 구속해 달라고 했었는데 그 당시에 구속 진행이 안 됐거든요. 왜냐하면 단순 투약자이기 때문이었어요. 이미진씨는 구속이 될 거라는 두려움이 있어서 당시 촬영에도 동의했는데 촬영 이후 시일이 지났는데 구속이 안 된 걸 알고 안도해서 또 투약을 한 것 같아요. 근데 달랐던 게 그 전엔 투약하고 2, 3일 정도 집에 안 들어왔다가 들어오는 걸 반복했는데요. 이번에는 안 들어오는 기간 자체가 꽤 길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 부분 때문에 저희가 조치를 취하려고 했는데 현행법상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때 최진묵 선생님(마약중독 치료센터 인천다르크 센터장)이 도와주셔서 미진씨가 현재 병원에 있거든요. 3개월 이상 병원에 있겠다고 다짐을 했기 때문에 당분간 미진씨는 병원에 있을 거예요."

- (방송을 보니) 단약을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한두 번씩은 어렵거나 힘들거나 그럴 때 있잖아요. 그럴 때 운동하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여행을 가거나 하는데 마약 중독자들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마약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약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계속 반복이 되는 것 같아요."

- 단약을 혼자만의 의지로 하긴 어려운가봐요. 
"혼자 할 수 있는 분도 있겠지만 대부분 힘들다고 봐요. 왜냐하면 뇌 질환으로 봐야 되기 때문이죠. 자기 의지가 강하다고 하지만 뇌에서 시키는 게 자기 의지로 또 안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렇다면 옆에서 누군가가 도와줘야 되는데 쉽지는 않죠."

- 이번 <시사 직격>은 다른 때보다 방송시간이 짧았는데. 
"방송에 나오지 못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라오스 교도소에 갇혀 있는 마약사범이 있었어요. 그 마약사범을 취재했고 가족들도 만났는데 방송 당일 가족들이 방송에 안 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하셨어요. 설득했지만 설득이 잘 안돼서 그 부분을 삭제를 한 거예요. 그래서 한 4분 정도 덜 나가게 됐습니다."

- 혹시 추가로 방송할 생각도 있나요?
"한 번은 더 할 생각이 있어요. 내부에 제가 얘기는 했는데 일단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나간 분량도 있고요. 만일 한다면, 제조와 유통 관련된 취재를 하면 어떨까 생각은 하고 있어요. 하지만 당장 계획은 없고 추가로 논의를 더 해봐야 할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우리나라에 들여오는 마약을 세관에서 막으려고 노력하지만 국제 우편이라든가 일반 택배로 들어오는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걸러내기가 힘들거든요. 그렇다면 근본적인 원인을 제기해야 하는데 동남아 쪽에서 약 80%의 마약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동남아와 공조 수사를 통해서 검거하지 않는 이상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관세청에 마약류와 관련된 포상금 제도가 있거든요. 일반인한테 주는 게 최대 1억 5천만 원 정도인걸로 알고 있어요. 그걸 이용해서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면 좋을 것 같아요."
김영헌 시사 직격 마약 동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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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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