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추신수SSG 랜더스

프로야구 선수 추신수(SSG 랜더스)가 '국가대표 먹튀' 의혹과 '안우진 논란'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밝혔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그의 솔직한 소신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국가대표와 학교폭력의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솔한 발언이었다며 실망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추신수는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한인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신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최근 야구계 현안에 대하여 허심탄회한 생각을 밝혔다.
 
추신수는 부산고 졸업 후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곧장 미국으로 건너가 2020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했다. 한국야구가 배출한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올스타에까지 선정되는 등 큰 족적을 남겼지만, 정작 한국 성인 국가대표와는 인연이 많지 않았다. 2009년 2회 WBC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추신수가 성인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나선 것은 단 두 번뿐이었다.
 
특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는 병역혜택까지 받았다. 추신수가 이후로도 메이저리그에서 안정적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FA대박까지 터뜨릴수 있었던 데는 국가대표 활동을 통하여 얻은 혜택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아시안게임 이후로 추신수는 더 이상 한번도 태극마크를 달지 않았다. 이를 두고 '병역혜택을 받고나서 태도가 달라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추신수는 이에 대하여 국가대표 선발을 기피했다는 것은 '잘못된 오해'라고 해명했다. 추신수는 "안 좋게 생각하고 오해하는 분들에게 되묻고 싶다. 제가 굳이 안나갈 이유가 있나. 아프지 않은데 왜 굳이 안나가겠나"라고 반문했다.
 
추신수는 2017 WBC 당시 "2016년 시즌 중에 부상을 4번이나 당했다. 종아리가 끊어질 뻔해서 8주 동안 쉬고, 허리도 수술하고, 데드볼 맞아서 손목도 부러졌다."고 몸상태가 좋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신수 본인은 WBC 출전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당시 소속팀인 텍사스 구단을 최대한 설득하려 했다고.
 
추신수는 "당시 단장님이 '절대 안된다'고 했다. 우리가 너에게 주는 연봉이 얼마인데 가서 다치면 어떡하냐고 하더라. 제가 'WBC에서 부상을 당해서 일정 기간 못뛰게 된다면 그만큼 연봉 안받겠다'고까지 이야기를 했다. 구단에서는 '그런 뜻이 아니라 그만큼 니가 안나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텍사스와 4~5년 계약이 더 남아있는데 뒷감당은 누가 하겠나"라며 결국 대표팀 합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속사정을 밝혔다.
 
추신수는 국가대표로 계속 뛰고 싶었던 것은 진심이었다고 강조했다. 추신수는 "국제 대회를 뛰었기 때문에 좋은 계약도 할 수 있었고, 제 야구 인생이 메이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 저는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나가려고 노력했다. 상황을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안나갔구나'라고만 생각한다."며 비난 여론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추신수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추신수가 해명한 사례는 2017년 WBC였고, 이보다 앞선 2013년 WBC에서 새 팀 적응과 시즌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차출을 거부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출전 거부한 대회가 하필 아시안게임에 병역특례를 받고난 바로 다음 대회였고, 당시 추신수가 FA를 앞둔 시즌이었던지라 온전히 개인의 이익만 생각하여 국가대표 소집에 기회주의적으로 임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물론 당시에는 추신수 본인의 해명처럼, 다음 국가대표 차출에는 응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박찬호, 김병현, 류현진, 김광현, 이대호 같은 슈퍼스타들이 병역혜택을 받고 난 대회에서도 각자 사정과 별개로 국가대표팀 소집에 참여했던 것과 달리, 결과적으로 추신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 엄연한 '팩트'다. 이에 대한 비판은 본인이 감수해야할 대목이다.
 
그나마 어느 정도 개인 사정을 참작할 여지가 있는 본인의 국가대표 먹튀 논란과 달리, 더 큰 논란을 자아낸 것은 안우진과 관련된 발언이었다. 안우진은 학창시절 학폭 논란이 밝혀지며 징계를 받았고 국가대표 자격까지 영구 박탈됐다. 규정상 WBC 국가대표 출전은 가능했지만 야구계는 고심 끝에 안우진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고려하여 끝내 발탁을 포기했다.
 
추신수가 이에 대하여 "안우진같은 젊은 이런 선수들이 국제대회서 얼굴을 비춰서 외국에 나갈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한국야구가 할 일이다. 그게 많이 아쉽다. 외국에 나가서, 박찬호 선배 다음으로 좋은 선수가 될 재능을 가진 선수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추신수는 야구계 선배들이 안우진 사태를 방관했다고 비판하며, 한국사회가 용서에 인색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추신수는 "한국에서 야구하고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이 잘못을 뉘우치고 처벌도 받고 출장정지 받고 다 했는데 국제대회에 못 나간다"라고 주장했다.
 
많은 팬들은 추신수의 안우진 관련 발언이 선을 넘었다며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추신수의 발언은 '국가대표의 자격'과 '학폭의 심각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 그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안우진의 학폭에 대하여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전제하기는 했지만, '이미 징계도 다 받았고 국가대표로 뽑힐 만한 실력도 충분한데, 여론 때문에 안우진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에 안우진 논란에 대하여 야구계는 물론 한국 사회까지 싸잡아서 불합리한 집단처럼 몰아세웠다.
 
먼저 추신수의 학폭과 용서 발언은 철저히 가해자 중심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안우진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명백자인 가해자일 뿐이다. 안우진을 용서하는 것은 피해자들이 먼저 결정할 우선이지 추신수같은 제3자가 섣불리 판단할수 없다.
 
심지어 안우진은 최근 학폭 논란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며 그동안의 반성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사건 자체가 현재진행형인데 '징계 다 받았으니 끝난 것 아니냐'는 추신수의 인식은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피해자는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추신수의 경솔한 발언은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조금도 없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또한 안우진을 보호해주지 않았다며 야구계 선배들을 비난한 추신수의 주장은 전형적인 '우리가 남이가' 혹은 '제식구 감싸기'식 논리의 전형에 불과하다. 같은 야구선수이고 재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감싸주는게 선배의 도리라는 것일까? 그런 것은 지극히 협소한 그들만의 '의리'에 불과할 뿐, '대의'가 아니다. 그런 논리라면 음주운전으로 야구계에서 퇴출된 강정호의 국내 복귀도 법적으로는 허용되어야 했을 것이다.
 
안우진의 대표팀 탈락에 대해서 조범현 기술위원장은 "선수 선발 기준은 기량과 함께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성, 책임감, 자긍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선발했다."고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한 바 있다. 국가대표의 자격이 더 이상 단순히 야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그에 걸맞은 인성과 사회적 기준을 요구한다는 게 지금 이 시대의 '뉴노멀'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선배라면 동종 업계 선후배라고 어설프게 옹호하기 전에, 야구보다도 프로로서 인간으로서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구분하고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한다. 가난한 저연차 연봉 선수들을 위하여 본인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선수협 창설을 주도한 고 최동원같은 사례야말로 진정으로 후배들과 야구계 발전을 위하여 앞장서는 선배의 모범이다.
 
추신수 본인도 음주운전같은 큰 잘못을 저지르며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긴 사건이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선수 말년에 KBO리그로 돌아와 지금까지 레전드이자 스타플레이어 대우를 받으며 복받은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본인이 혼자 잘나서 이뤄낸 성과가 아니라, 한국야구와 그 뒤에서 박수치고 응원해주는 야구팬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이제와서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신을 키워준 야구계 선배들과 한국 팬들 자체를 불합리한 여론에 좌우되는 인색한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극히 배은망덕한 언행이다. 추신수에게는 '관용'을 언급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추신수 안우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